SEPTEMBER 2026 Vol.258

REPORT ③

순환경제 규제 시대,
비용 아닌
성장 기회 삼는 법

글. 신호정

글로벌 환경규제가 새로운 무역기술장벽(TBT)으로 떠오르면서 순환경제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가 되고 있다. 재생원료 사용부터 친환경 설계, 공급망 데이터 관리까지 강화되는 규제는 중소기업에 부담인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다. 환경규제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중소기업의 순환경제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순환경제 규제, 이제 공급망 전체를 바꾼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순환경제 규제는 개별 제품 단위의 환경 기준을 넘어 기업의 공급망 전반을 다층적이고 통합적으로 압박해 오고 있다. 특히 EU의 그린딜 정책은 원료와 기초 소재부터 부품 및 모듈,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촘촘한 규제망을 구축하고 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와 같은 기초 소재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적용하는 데 이어 섬유, 타이어, 가구 등 부품‧모듈‧제품군으로 에코디자인 규정(ESPR) 적용이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배터리,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통해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 경영 활동 전반을 평가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공급망 실사지침(CSDDD)까지 연계 추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우리 중소기업들 또한 고객사로부터 선제적인 친환경 체질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제품 설계부터 신사업까지,
순환경제를 내재화하라

프랑스의 리퍼비시 전자기기 플랫폼 ‘백마켓(Back Market)’과 리투아니아의 중고 의류 플랫폼 ‘빈티드(Vinted)’가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한 사례는 순환경제가 단순한 규제 리스크를 넘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제품 설계(Eco-design)’의 혁신이다. 제품 기획 및 설계 초기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 내구성, 수리 가능성 등 강화되는 환경규제 요건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공급망 관리’의 고도화다. 도입이 가시화된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에 발맞춰 부품의 공급처, 내구성, 재생원료 사용량 등의 데이터를 파트너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순환경제 기반의 ‘신사업’ 발굴이다. 제품을 일회성 판매로 그치지 않고 수명을 연장하는 유지‧보수 및 수리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제품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PaaS(Product as a Service)’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중장기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순환경제 전환, 비용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국내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ESG 경영이나 순환경제 전환을 ‘수익성을 저해하는 비용 발생 요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의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발전’의 본질은 환경‧사회적 가치 창출과 함께 기업의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있다. 따라서 자금 여력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일수록 순환경제 기반의 ESG 경영을 신규 자금 조달과 신사업 확장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금융권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의 ‘순환경제 전환(재생원료 사용, 재제조 촉진 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우대금리 대출, 녹색채권, 정책금융 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순환경제로의 체질 개선이 원자재 구매 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금융적 이점’을 제공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 설계, 투명한 데이터 관리,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라는 3대 전략을 기업 경영 전반에 내재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체질 개선 노력은 녹색금융 생태계와 맞물려 신사업 추진을 위한 훌륭한 ‘자금 조달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버려지는 것’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규제의 요구 사항을 기업의 경제성 극대화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다가오는 순환경제 시대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반드시 쥐어야 할 생존의 열쇠이자 맞춤형 성장 전략 이다.

Profile. 신호정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소장
-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
- 한국자원리사이클링학회 정책이사
- 전 포스코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