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6 Vol.258

NOW TREND

2030 즐기는
일회성 모임
새 비즈니스 기회 열린다

글. 서용구

오늘 하루만 함께하는 모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독서부터 러닝, 식사, 취미까지 관심사가 같다면 낯선 사람과의 만남도 충분하다. 관계의 부담은 덜고 원하는 경험은 나누는 일회성 모임. 달라진 만남의 방식은 이제 새로운 소비와 비즈니스의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공간·인간,
‘3간’이 바꾼 만남의 방식

필자는 최근 산업과 유통, 소비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시간, 공간,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해왔다. 소비자의 시간은 부족해지고,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의 의미는 변화하며, 인간의 정체성과 관계 맺기 방식은 더욱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회성 모임은 이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먼저 시간이다. 항상 바쁜 청년 직장인에게 매주 같은 시간에 참석해야 하는 정기모임은 또 하나의 의무지만 일회성 모임은 시간이 날 때 한 번만 참여하면 된다. 과거의 인간관계가 ‘정기구독형’이었다면 이제는 ‘건별결제형’이다.
다음은 공간이다. 학교·직장·종교시설이 관계 형성의 무대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카페·공방·서점은 물론 개인의 거실까지 일시적인 커뮤니티 공간이 된다. 팝업스토어가 유통 공간을 ‘일시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바꿨다면 원데이 커뮤니티는 도시공간을 ‘일시적인 관계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마지막은 인간이다. 나이·직업으로 정체성이 결정되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평일엔 직장인, 저녁엔 러너, 주말엔 미술관 방문자로 여러 정체성을 오간다. 소속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의 이동이다.





관계는 가볍게, 연결은 충분하게

일회성 모임의 확산을 ‘MZ세대는 깊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이 경계하는 건 관계 자체가 아니라 거기 수반되는 의무와 감정노동이다. 시작과 종료가 명확하고 지속 여부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다시 만나지 않을 사이라는 점이 오히려 심리적 안전장치가 돼 가족에게도 못할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게 한다.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국내 1인 가구는 800만 가구로 전체의 36.1%다. SNS로 항상 연결돼 있지만 함께 밥 먹고 운동할 사람은 부족한 ‘연결의 역설’ 속에서 일회성 모임은 고립과 친밀한 관계 사이 ‘미충족 수요’를 공략한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말한 ‘약한 연결’의 가치가 플랫폼 경제와 결합한 것이다.



고양시가 시민들과 함께한 ‘감튀모임’.
감자튀김을 매개로 낯선 시민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회성 모임이다.
(ⓒ고양특례시 유튜브)

가수 이영지가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해 진행한 ‘경찰과 도둑’.
낯선 사람들이 단 한 번의 놀이를 위해 모이는 새로운 모임 문화를 보여준다.
(ⓒ채널십오야)





모임도 상품이 된다, ‘관계’를 파는 시장

디토소비(Ditto Consumption), 즉 취향이 비슷하거나 신뢰하는 사람의 선택을 따라 하는 소비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그 대상은 상품에서 경험과 관계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는 러닝 모임이나 독서 모임의 기능만 사는 게 아니라 그 모임이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산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임은 비즈니스가 된다. 모임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고, 이를 중심으로 공간·식음료·취미 클래스·브랜드 체험 같은 소비가 새롭게 발생한다. 문토는 월 1만5,000개 이상의 모임이 열리는 ‘소셜링’을, ‘남의집’은 개인의 거실 같은 공간에 낯선 사람을 초대하는 모임을 제공한다. 소모임·프립·트레바리, 당근의 동네 모임도 취향·활동·지역 기준으로 사람을 연결한다. 이들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취향과 공간을 잇는 ‘관계의 유통업체’다.
기업에는 세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매장을 판매 공간에서 관계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객이 오래 머무르고 관계를 맺을수록 매출과 브랜드 애착이 함께 높아진다. 둘째, 아웃도어 브랜드의 원데이 등산, 식품 브랜드의 소셜 다이닝처럼 상품은 판매 대상이기 전에 사람을 잇는 매개체로 설계돼야 한다. 셋째, 성과지표도 매출을 넘어 체류시간·재참여율·SNS 확산으로 넓혀야 한다. 커뮤니티의 경제적 가치는 행사 당일보다 이후의 관계와 콘텐츠에서 더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일회성 모임은 관계의 붕괴가 아니라 관계 소비 방식의 혁신이다. 과거엔 공동체에 먼저 속한 뒤 경험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원하는 경험을 먼저 고르고 필요한 사람들과 일시적 공동체를 만든다. ‘오래 만나야 진짜 관계’라는 공식이 약해진 자리에 짧지만 의미 있는 연결을 사고파는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MZ세대는 관계를 포기한 세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관계의 시간과 깊이를 스스로 설계하는 최초의 인류다.

Profile. 서용구

-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한국상품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