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하면서도
인력 늘리는 회사들
글. 김태권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이다.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일자리는 자연히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반대의 장면도 나타나고 있다. AI 도입 후 사람을 다시 뽑거나 새로운 직무에 인력을 배치하는 기업들이다. AI 시대, 기업이 다시 ‘사람’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AI 시대, 다시 주목받는 ‘사람의 자리’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걱정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
테크기업 아마존(Amazon)의 사례는 이런 걱정을 부추긴다. 2025년 6월에 사 측은 AI를 더 많이 쓰고 사무직 인력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10월에 1만4,000명
을 감원했다. 2026년 1월에는 1만6,000명을 내보냈다.
아마존만의 일이 아니다. 2026년 상반기 미국 테크 부문에서 14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금융과 정보 부문 일자리는 매달 2만8,000개씩 줄어든다고 한다.
감원이 대세인 듯 보인다. 그런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AI를 도입하면서도 오히려 사람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한 기업들이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Ford)의 사례를 보자. 포드는 차량 품질관리를 한동안 AI에 맡겼다. 오래 일한 엔지니어들을 내보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숙련된 엔지니어의 지식을 AI가 미처 ‘물려받지’ 못한 것이다. “AI를 도입해 설계 요건만 입력하면 품질 좋은 제품이 나올 줄 알았다.” 부사장 찰스 푼의 말이다.
그래서 포드는 베테랑 엔지니어 300여 명을 다시 뽑았다. 포드에서 해고된 사람도 다시 뽑고, 부품사 인력도 뽑았다. 이후 포드의 품질 지표도 개선됐다. 2026년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대중 브랜드 1위를 탈환했다. 재고용만으로 이 성과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숙련된 사람의 경험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IBM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HR 업무를 AI로 대체했다. 업무의 94%까지는 AI가 해내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6%의 일은 AI에 맡기지 못했다. 윤리적 선택처럼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26년 IBM은 전체 미국 사업부에서 신입 채용을 3배로 늘렸다. “신입에 투자하지 않으면 3~5년 뒤 일할 사람이 없다.” 최고인사책임자의 말이다.
AI 시대에도 일자리를 늘리는 회사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이 다시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포드는 경험 많은 베테랑 엔지니어를 다시 불러들인 반면 IBM은 신입을 더 많이 뽑았다. 한쪽에서는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숙련된 경험을 찾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의 인력을 키우기 시작한 셈이다.
사람을 새로 뽑는 대신 기존 인력을 다른 곳에 배치하는 기업도 있다. 세일즈포스는 인력 재배치를 했다. 기업용 CRM 소프트웨어 1위 회사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2025년에 고객지원 인력을 4,000명 줄였다. 절반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이들을 모두 내보낸 것은 아니다. 줄어든 고객지원 인력 일부를 영업으로 돌려 주당 1만 건 이상의 잠재 고객을 발굴하게 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AI와 클라우드 관련 인력을 계속 뽑고 있다. 서비스나우(ServiceNow)는 기업 IT 업무 자동화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사이버보안 분야의 현장 영업 인력을 더 뽑고 있다. “코딩 에이전트가 있다고 엔지니어를 안 뽑는 게 아니다.” HR 성과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래티스(Lattice)의 CEO가 한 말이다.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람을 쓰는 방식과 필요한 인력의 종류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다.
AI 감원이 마주한 예상 밖의 역풍
AI 도입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줄이려던 회사들이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람은 사람 편을 들기 마련인 걸까.
듀오링고(Duolingo)의 상징인 초록 부엉이는 많은 독자에게 익숙할 것이다. 외국어 학습 앱으로 잘 알려진 듀오링고가 AI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5년 4월 듀오링고의 CEO는 “AI 우선”을 선언했다. A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사람을 쓰지 않고 자동화할 수 없는 일에만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자 듀오링고의 사용자들이 반발했다. “구독 취소하겠다” “AI가 우선이면 사람은 나중이라는 거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회사는 이후 ‘AI 우선’이 사람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CEO는 “이 정도 역풍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대규모 감원이 벌어진 사례라기보다 AI로 사람을 대체하겠다는 메시지 자체가 소비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스웨덴의 핀테크 회사 클라르나(Klarna)는 2023년 12월에 엔지니어 아닌 사람은 더 뽑지 않겠다고 채용 동결을 선언했다. 오픈AI(OpenAI) 기반 챗봇에 고객 문의 업무를 맡겼다. 12개월 넘는 채용 동결로 인원을 22%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다 클라르나는 2025년 5월에 입장을 바꿔 사람 상담원을 다시 고용하기로 했다. 명분은 “이용자가 원한다면 언제나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무래도 이용자는 복잡한 질문에 답해 줄 사람 상담원을 더 선호하는 모양이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와 고객이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업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CBA)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사 측은 AI 음성봇을 도입해 일주일에 2,000통의 통화가 감소한다고 주장하며 고객 서비스 직무 45개를 폐지하려 했다.
그런데 노조에서 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통화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 남은 직원들이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2025년
8월에 사 측은 물러났다. 회사 측 주장이 잘못됐다고 사과하고 직원들이 직무 유지·재배치·퇴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세 사례의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듀오링고는 소비자의 반발, 클라르나는 고객 경험, CBA는 실제 업무량이라는 문제에 부딪혔다. 공통점은 하나다. ‘AI를 도입하면 그만큼 사람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현실에서는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I보다 중요한 ‘AI를 쓰는 사람’
이러한 사례들은 무엇을 의미하나? AI의 영향이 다시 줄어들고 사람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의미일까? 그렇다기보다 AI가 사람을 통째로 대체하는 것보다 사람의 일을 바꾸는 쪽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에 가깝다. 기업들도 ‘AI를 굴리는 데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람이냐, AI냐’가 아닐지 모른다. AI와 함께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냐가 중요해진다.
회계법인 PwC가 구인공고 10억 건을 분석했더니 AI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의 임금은 그렇지 않은 같은 직종의 일자리보다 평균 62% 높았다. 이 임금 프리미엄은 2년 전 25%에서 크게 높아졌다. 또 AI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AI가 사람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요구하는 능력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AI가 당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한다”는 말이 널리 인용되는 것은 그래서다.
Profile. 김태권
- 만화가 겸 저술사
- <인공지능과 살아남을 준비> 저자
- AI 인프라 프로바이더 기업 정원엔시스 이사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