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6 Vol.255

REPORT ③

자율주행 사고 책임
제조사? 차주? AI?

글. 김용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래 기술로 여겨졌던 자율주행차는 이제 산업과 법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현실 과제가 되고 있다. AI·센서·통신 기술이 결합된 자율주행차는 교통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고 이동권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는 더딘 상황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마지막 과제

자율주행차는 차량이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즉 인공지능, 라이다(LiDAR), 고성능 반도체, 통신 인프라, 클라우드 데이터 기술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융합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에 걸맞은 법·제도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즉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 동력은 기술 개발 및 적용만이 아닌 이의 운행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다양한 쟁점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법령과 제반 제도라고 봐야 한다. 특히 사고 책임과 개인정보 보호, 보험 및 데이터 활용 기준 등에 관한 명확한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더욱이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운행은 민간 영역 내 행위자의 기술과 역량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일관되고 체계적인 법제도적 지원 정책의 중요성은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개발 및 운행을 위한 영역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영역이라기보다는 지원과 수혜적 사항을 위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입법자와 집행자는 광범위한 재량을 누리면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법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 기술보다 중요한 것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민간 영역 내 행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은 그들의 참여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최소화하고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급한 과제는 자율주행차 사고 시의 책임 소재 규명이다. 또한 원활한 운행을 위한 데이터 확보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 대응 등 다양한 사회적 쟁점도 해결해야 한다. 영국은 이를 위한 적극적이고도 차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 「Automated Vehicles Act 2024」를 통한 혁신적 접근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률에서는 ‘승인된 자율주행 실체(ASDE: Authorized Self-Driving Entities)’라는 개념을 도입해 운전자 책임 중심의 기존 구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제조사와 운영 주체의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제도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종국적으로 사고 책임과 관련한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 관련 담론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은 ‘승인된 자율주행 실체(ASDE)’로 하여금 데이터 보호 책임을 지도록 하고 나아가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무인운행모드(No-User-in-Charge)’의 경우에는 운영자가 관련 책임을 부담하도록 해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은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주요한 담론 중 하나인 트롤리 딜레마로 대표되는 윤리적 문제를 데이터 윤리혁신센터와 과학·혁신·기술부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 운행 관련 설문조사를 지속적이고 다각적으로 실시해 자율주행차 운행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역시 경주하고 있다. 요컨대 영국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기술적, 제도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는 동시에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유인하는 방향으로의 규제 혁신을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에 서기까지

우리 역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자동차관리법」 및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 자율주행차 레벨4 차량의 운행 허가 제도와 자율주행 관련 국가표준(KS) 확대 및 인프라 구축 등 후속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조사·운영사·플랫폼 간 책임 분배에 대한 합의가 부재하고 있으며 면허 체계 정비에 대한 담론 역시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으로 인한 데이터 수집 및 활용 제약은 여전하고 개인정보 침해 관련 책임 담론 역시 불분명하다. 결국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개발과 운행을 위해서는 기존 교통 시스템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기존 운전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규제 철폐보다는 자율주행차가 교통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진입하고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교통 생태계 조성과 관련 담론의 형성 및 전개가 핵심적이며 이는 결국 입법을 통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입법자의 적극적인 입법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영국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Profile. 김용훈

- 상명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인문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