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6 Vol.258

BRAND LEADER

F1부터 축구까지,
레드불의
스포츠 마케팅 전략

글. 정덕현 사진. 레드불

기능성 음료를 판매하던 레드불은 어떻게 익스트림 스포츠와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거대한 미디어 제국으로 성장했을까. 작은 병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의 도전 정신을 큐레이션한 레드불의 성장 서사는 경계를 뛰어넘는 브랜드 전략의 교본 같은 사례다.

노동자의 음료, 날개를 달다

레드불(Red Bull)의 시작은 1970년대 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태국의 기업가 찰레오 유위디야(Chaleo Yoovidhya)가 육체노동자를 위해 출시한 피로회복제 ‘크라팅 다엥(Krating Daeng: 태국어로 ‘붉은 들소’라는 의미)’이 그 출발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끈 이 음료는 무에타이 경기 등을 후원하며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 후 이 음료는 1982년 태국으로 출장 온 오스트리아 기업가 디트리히 마테시츠(Dietrich Mateschitz)와의 만남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 음료의 시차 적응 효과를 경험하며 글로벌 진출의 잠재력을 직감한 마테시츠는 1984년 찰레오와 각각 50만 달러를 투자해 합작회사 레드불(Red Bull GmbH)을 공동 창립했다.
회사 경영권을 전담한 마테시츠는 서구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탄산을 추가하고 단맛을 줄이는 방향으로 레시피를 개량했다. 또한 브랜드 포지셔닝도 변경해 1987년 4월 오스트리아 시장에 드디어 첫선을 보인 레드불은 노동자들을 위한 저렴한 일상 음료가 아닌 고급 스키 리조트 등을 타깃으로 하는 프리미엄 기능성 음료로 재탄생했다. 기존 제품의 물리적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적, 경제적 맥락을 바꾼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을 성공시킨 것이다. 높은 가격 정책은 고급스러운 이미지 구축은 물론이고 훗날 레드불이 마케팅 및 미디어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을 수 있는 든든한 수익 기반이 돼 줬다.

레드불의 출발점인 태국의 피로회복제 ‘크라팅 다엥’.
육체노동자와 운전기사 등에게 인기를 끌었다.





탄산 하나로 시작된 미디어 제국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한 레드불은 소비자 기호 변화에 발맞춘 제품 다각화와 함께 브랜드 자체를 미디어로 진화시키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개했다. 1990년대 헝가리, 슬로베니아, 독일, 영국을 거쳐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 진출을 기점으로 글로벌 확장에 가속도를 낸 레드불은 2003년 ‘레드불 슈거프리(Sugarfree)’, 2012년 ‘레드불 토털 제로(Total Zero)’, 2018년 ‘레드불 제로’ 등 무설탕 라인업을 연이어 출시하며 당분 섭취를 기피하는 웰니스 트렌드를 주도했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안정화되면서 레드불은 마케팅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기존 소비재 기업들처럼 타사 매체의 광고 지면을 구매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익스트림 스포츠와 결합한 ‘경험 판매’ 전략을 고도화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레드불을 마시며 단순한 음료 이상의 서사를 소비하게 됐다.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그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중심 전략의 정점은 2007년 자체 독립 영상 프로덕션인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Red Bull Media House)’의 설립으로 이뤄졌다. 이제 레드불은 단순한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사를 넘어 다큐멘터리, 모험 콘텐츠, 스포츠 이벤트를 직접 기획하고 전 세계에 유통하는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변모했다. 타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미디어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맛과 색상으로 선보이는 레드불 에디션 시리즈.
일부 제품은 계절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shutterstock





스포츠 후원을 넘어 생태계를 장악하다

레드불이 기획한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나 다큐멘터리 영상은 전 세계 방송국에 판권 형태로 판매되거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천만 명에게 유통된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비용 지출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 생산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 레드불은 이제 프로 스포츠 구단을 직접 인수하거나 창단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브랜드의 물리적 거점을 직접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초기 익스트림 스포츠에 집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주류 대중 스포츠 생태계까지 손을 뻗은 레드불은 레드불 레이싱(Red Bull Racing F1), RB 라이프치히(RB Leipzig), 뉴욕 레드불스(New York Red Bulls)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및 축구 구단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창단했다.



(왼) 2025년 서울DDP에서 열린 ‘레드불 로드갭 코리아’.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 문화를 결합해 레드불의 브랜드 경험을 도심 한복판으로 확장했다.
(오) 레드불은 ‘ 레드불 베이스먼트(RedBullBasement)’를 통해
전 세계 젊은 혁신가들의 아이디어와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써 매주 수백만 명의 관중과 시청자들이 레드불 로고를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하게 됐다. ‘에너지와 퍼포먼스’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에 완벽히 동기화시킨 것이다. 제품 판매를 넘어 서사와 경험을 큐레이션한 이 혁신적인 전략에 힘입어 레드불은 2023년 전 세계 판매량 120억 캔과 109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2025년에는 연간 139억 캔 판매를 돌파해 전 세계 에너지 음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F1 팀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의 공식 팀 로고





특히 레드불 레이싱은 2010년대 이후 F1 무대에서 여러 차례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석권하며 모터스포츠 팬덤을 브랜드 충성도로 직접 연결시켰고, RB 라이프치히는 창단 10여 년 만에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권 클럽으로 성장하며 ‘자본으로 만든 구단’이라는 초기의 비판적 시선마저 성적으로 잠재웠다. 이처럼 레드불은 스포츠 그 자체의 성과로도 브랜드의 진정성을 증명해낸 셈이다.
레드불의 성장 서사는 현재의 글로벌 브랜딩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그것은 이제 소비자들이 제품의 스펙이나 기능적 우위가 아니라 제품이 갖는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의 가치, 즉 가치 있는 서사에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다. 레드불은 이러한 현시대 브랜드 전략의 핵심 지점을 성공의 결과들로 보여주고 있다.



포뮬러 원(F1)무대에서 활약하는 레드불 레이싱.
레드불은 모터스포츠를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영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shutterstock







Profile.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대중문화 트렌드>,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