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6 Vol.256

REPORT ③

빅테크는 왜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나

글. 정채희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AI 경쟁이 촉발한 ‘데이터센터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과잉과 전력난, 수익성 악화 우려도 동시에 커진다. 시장의 열기 뒤에 쌓이는 리스크와 지속가능한 성장 조건을 짚어본다.

끝없는 증설 경쟁, 누가 살아남을까

지난 6월,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미국 다국적 기업인 오라클의 주가가 급락했다. 분기 매출이 19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하고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93% 급증하는 등 화려한 성적표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직후 오라클의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었다. 오라클은 AI 수요를 맞추기 위해 2027 회계연도에 9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Capex)을 계획 중이며 이를 위해 대규모 부채 발행과 주식 발행을 예고했다. AI 시대 장기 성장을 위한 재무 구조 부담이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현재 사상 최대치에 도달했다. 생성형 AI 경쟁이 촉발한 데이터센터 슈퍼사이클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AI ‘슈퍼사이클’의 성장 이면에는 세 가지 근본적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먼저 ‘독과점의 공포’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걸고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으나 기술적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수천억 달러가 투입된 인프라는 순식간에 ‘좌초 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는 “AI는 방대한 컴퓨팅 파워와 막대한 양의 GPU, 데이터를 쏟아부어야 성능이 향상되는 ‘스케일링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선엽 대표는 “과거 피처폰 시장에 안주하다 몰락한 사례처럼 지금 미국 빅테크들은 ‘생존’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를 중단했다가 한 달 뒤 특이점이 도래해 AI 성능이 1,000배가 좋아진다면 해당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에 시장에서 제기되는 ‘과투자 논란’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투자가 단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AI 시대의 병목, 전력망이 흔들린다

다음으로 ‘전력난과 에너지 병목 현상’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제약 요소는 이제 컴퓨팅 성능이 아니라 전력 확보 여부다. 2026년 현재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기존 전력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력 공급 지연은 프로젝트 전체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병목 구간이 됐다.
지역 사회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전력과 물, 토지 이용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이 비용을 떠안고, 이익은 빅테크가 가져간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로이터(Reuters)와 입소스(Ipso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4%가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에 반대했고, 77%는 AI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력망 확보와 환경 문제 등을 둘러싼 협상이 지연되면서 올해 미국 내 예정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40%가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님비(NIMBY)’ 현상은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을 발표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직접적인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xAI 등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스스로 조달하고 신규 인프라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부담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데이터센터 확충 과정에서 일반 가구로의 비용 전가를 막겠다는 의지이자 요금 인상에 따른 주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수익성의 시험대에 오른 빅테크

마지막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다. 막대한 자본적 지출은 기업의 자유현금흐름(FCF)을 압박한다. 오라클의 경우 2026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이 -237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드웨어 구축 속도를 수익 모델인 AI 추론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GPU 클러스터, 냉각 시스템, 전력 인프라에 이르는 초기 투자 비용은 수년에 걸쳐 상각되는 반면 이를 통해 창출되는 AI 추론 수익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장은 단순 매출 성장률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가’라는 냉정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는 AI의 심장이자 동시에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데이터센터라는 ‘전력 먹는 하마’가 산업의 엔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차갑고 전략적인 계산이 요구되는 시기다.

Profile. 정채희

- 한경비즈니스 취재편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