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
AI 비용 도입,
1억 원보다 더 중요한 것
글. 김미정
AI 도입을 대기업만의 과제로 여기는 경영자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진입 문턱은 낮아졌고, 미루는 사이 격차는 벌어진다. 대규모 투자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과 우선순위를 현장의 관점에서 짚어본다.
가장 시급한 공정부터 시작한다
기준은 분명하다. 매일 반복되고, 인력이 많이 들며, 오류가 곧 손실로 이어지는 업무가 대체로 첫 대상이다. 육안으로 걸러내던 불량을 카메라와 AI가 판별하는 품질검사, 진동·온도를 감시해 고장을 예측하는 예지보전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의 AI가 아직 더딘 생산 현장이 그래서 오히려 기회다. 실제로 경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숙련공이 하던 결함 검사를 AI 카메라로 대체한 뒤 검사 정확도가 80% 높아졌고, 남는 인력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공정으로 돌렸다. 그해 매출은 전년보다 33% 늘었다. 대규모 신설비가 아니라 한 공정에 AI를 얹은 결과였다.
부담은 낮게, 검증은 작게 시작한다
비용은 여전히 가장 큰 장벽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AI 도입의 최대 걸림돌로 초기 비용(44.2%)이 꼽혔다. 그러나 눈여겨볼 것은 응답 기업의 68.9%가 ‘AI 고도화에 1억 원 이하를 투자할 의향’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거액을 들이기보다 감당 가능한 선에서 시작하려는 것이다. 마침 초기 구축비 대신 월 사용료만 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이런 눈높이에 맞게 늘고 있다.
정부 지원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2025.10.)은 2030년까지 도입 기업 1만2,000개사를 육성해 도입률을 1%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구독형 스마트공장 보급을 담았고 ‘제조AI특화 스마트공장’ 사업은 과제당 최대 2억 원(정부 지원 50% 이내)을 지원한다. 지원 요건은 매년 공고에 따라 달라지므로 ‘기업마당(bizinfo.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관건은 규모가 아니라 순서다. 전면 도입을 곧바로 계약하기보다 업무 하나를 2~4주 시범 적용(PoC)해 성과부터 확인해야 한다. 검증 없이 대규모 계약부터 맺으면 현장 데이터가 부실하거나 공정에 맞지 않아 도입 자체가 부담으로 남기 쉽다. 작게 검증하는 절차가 곧 실패를 걸러내는 안전장치다.
첫 성공을 확산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
한 번의 성공에 머무는 기업과 이를 확장하는 기업의 차이가 경쟁력을 가른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 조사(2026.6.)에서 중소기업의 70.4%는 AI 도입 로드맵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직원이 알아서 쓰는 수준에 머물 뿐 조직 차원의 방향이 없다는 뜻이다. 품질검사에서 효과를 봤다면 그 데이터가 예지보전으로, 다시 생산계획 최적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그려 둬야 한다.
인력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중소 제조 현장에서 AI 전문 인력을 새로 뽑기는 쉽지 않으니 외부 전문기업과 협력하되 내부 직원이 곁에서 배워 최소한의 운영을 맡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서도 도구를 다루는 개인의 역량이 활용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로 나타났다. 솔루션이 아무리 좋아도 다루는 사람이 따라오지 못하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도입은 툴을 사주고 교육 한 번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쓰이고 성과로 이어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전제는 경영자의 태도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회사가 AI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일 때 구성원의 실제 활용이 뚜렷이 높아졌다.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지 않고 조직이 방향을 잡아줄 때 도입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AI 도입은 한 부서의 일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어서 최고경영진의 의지 없이는 예산도 현장의 협조도 얻기 어렵다. 성과를 조급하게 요구하며 밀어붙이면 한 번의 실망이 ‘AI 무용론’으로 굳어지기 쉽다.
‘우리 공장에도 AI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관건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다. 가장 시급한 업무 하나를 골라 지원사업으로 부담을 낮춰 작게 검증한 뒤, 성과를 확인해 옆 공정으로 넓히면 된다. 가장 시급한 한 곳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소 제조기업에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Profile. 김미정
-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데이터연구실 정책평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