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 매출을 만든 건
‘사용자 유지율’이었다
글. 정덕현 사진. OATLY
공부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다수 학습자가 작심삼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탈하는 이유다. 하지만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듀오링고(Duolingo)는 이 같은 통념을 뒤집었다. ‘내일도 다시 앱을 켜게 만드는 방법’에 집중한 결과다.
‘더 잘 가르칠까’보다 ‘다시 오게 할까’
2011년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컴퓨터공학 교수 루이스 폰 안(Luis von Ahn)과 대학원생 세베린 해커(Severin Hacker)는 누구나 양질의 언어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학습 플랫폼을 구상했다. 사용자가 게임화된 무료 언어 레슨을 제공받고, 학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CNN이나 BuzzFeed 같은 파트너사의 실제 웹 콘텐츠 번역 실습을 하게 한 것이다. 듀오링고는 여러 학습자의 번역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취합해 전문가 수준의 번역본을 완성한 후 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것은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플랫폼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발상이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번역 수요와 학습자 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생긴 것이다.
듀오링고는 번역 모델을 과감히 폐기했다. 대신 광고 기반의 무료 버전과 광고를 제거한 유료 구독 모델을 결합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은 안정적인 가입자당 평균 매출 확대를 가능하게 했고 대규모 사용자 확보와 제품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적 원동력이 됐다. 그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까’라는 전통적인 교육학적 접근에 머물러 있을 때, 듀오링고는 그 패러다임을 뒤집어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내일도 앱을 켜게 할까’라는 행동심리학 및 게임 디자인적 접근을 채택했다. 학습 콘텐츠 자체의 우수성보다 사용자들의 지속성에 집중한 서비스 설계를 고안한 것이다.
나를 닮은 아바타를 자유롭게 꾸미며 학습에 소소한 재미를 더할 수 있다.
게임의 문법으로 만든 학습 습관
듀오링고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리텐션(Retention, 유지율)’ 최적화와 게임화(Gamification) 메커니즘에 있다. 2018년 듀오링고는 수억 명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한
1위 교육 앱이었음에도 일간 활성 사용자(DAU)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정체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경영진은 신규 사용자 유치에 비용을 쏟는 대신 기존 사용자의 이탈을 막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듀오링고는 모바일 게임 업계의 사용자 분석 기법을 차용해 자사의 사용자를 세분화했고, 일간 활성 사용자 성장을 계속 유지하는 데 가장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바로 ‘현재 사용자 유지율(지난 2주 동안 매주 방문한 사용자가 이번 주에 다시 방문할 확률)’이라는 걸 알게 됐다.
듀오링고는 사용자 유지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한 교육 도구가 아닌 습관 형성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다양한 게임화 요소를 설계했다. 하루라도 학습을 놓치면 공들여 쌓은 기록이 사라지는 ‘연속 학습 기록(Streak)’이나 주간 학습량에 따라 리그의 순위가 오르내리는 ‘리더보드(Leaderboards)’ 시스템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간의 손실 회피 심리와 사회적 경쟁심을 자극하는 게임 요소를 교육 시스템에 적용한 것이다. 이로써 듀오링고는 4년 만에 일간 활성 사용자를 4.5배나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 오답을 내면 생명력이 소진되는 ‘하트(Hearts)’ 시스템과 매일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지급하는 ‘데일리 퀘스트’까지 더해지면서 학습자는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듯 매일 앱에 접속할 이유를 갖게 됐다.
듣기, 번역, 단어 배열 등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풀며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다.
파격적인 캐릭터 마케팅과 생태계의 확장
치밀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설계 위에서 듀오링고는 Z세대를 열광시키는 파격적인 캐릭터 마케팅과 끊임없는 에듀테크 생태계 확장을 이어 나갔다. 듀오링고는 2021년부터 정숙하고 진지한 교육 기업의 이미지를 버리고 마스코트인 초록 부엉이 ‘듀오(Duo)’를 기괴하고 집착이 강한, ‘미쳐버린(Unhinged)’ 캐릭터로 탈바꿈시킴으로써 SNS를 장악했다. 거대한 부엉이 인형 탈을 쓴 듀오가 팝스타 두아 리파에게 공개적으로 구애하거나 다른 브랜드의 계정에 난입해 기행을 벌이는 영상은 전통적인 기업 마케팅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한 것이었다.
이러한 B급 감성 마케팅은 2025년 2월 진행된 ‘듀오의 죽음’ 캠페인에서 정점을 찍었다. 듀오가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는 가상의 서사를 짠 이 캠페인은 사용자들이 앱 내에서 레슨을 통해 500억 경험치(XP)를 모아야 듀오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챌린지로 이어져 사용자들이 무려
509억 경험치(XP)를 달성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이뤘다.
듀오링고는 2023년 말 언어 학습을 넘어서는 수학, 음악 코스를 앱에 통합하고 오픈AI의 GPT-4를 활용한 구독 모델 ‘듀오링고 맥스’를 출시하는 등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2021년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듀오링고는 2025년 4분기 기준 일간 활성 사용자 5,270만 명 돌파 및 사상 최초 연간 총결제액 10억 달러 달성이라는 압도적인 흑자 성과를 냈다.
공부를 게임으로 바꾼 듀오링고는 통념을 깨는 역발상이 어떤 성과를 불러오는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습관까지 갖게 만들겠다면 의무감이 아니라 성취감과 즐거움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걸 듀오링고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왼)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교육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Profile.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대중문화 트렌드>,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