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26 Vol.252

REPORT ①

치매·고혈압·
당뇨 환자들
디지털 치료제로
맞춤 홈케어

글. 정일영

전 세계적 고령화 속에서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년부양비 증가로 의료비 부담을 확대시킨다. 이에 따라 주요국은 건강관리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며 의료 패러다임도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간극을 메우는
헬스테크

헬스테크는 혁신 기술을 사용한 것의 차원을 넘어 의료 효율성을 높이고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령화의 가속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헬스테크는 기존 의료 체계의 보완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의료 시스템이 병원 중심, 대면 진료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면 헬스테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완화함으로써 의료 전달 체계를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헬스테크를 견인하고 있는 주요 분야는 디지털 치료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유전체 분석 서비스 등이 있으며 본고에서는 그중 디지털 치료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 분야는 공통적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개인 맞춤형 관리라는 특징을 가지며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및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하며 국내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라고 명명한다. 이는 단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규제기관의 허가를 거쳐야 하는 의료기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즉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하며 의료 현장에서 실제 치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을 요구받는다. 디지털 치료제는 주로 신약 개발이 쉽지 않거나 행동 중재(Behavioral Intervention)를 통한 치료 효과가 큰 분야에서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행동 중재는 환자의 생활습관, 인지 패턴, 복약 순응도 등을 변화시켜 질병의 경과를 개선하는 접근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기반 개입과 높은 적합성을 보인다.

허리 통증 완화 디지털 치료제 카이아 헬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이야뤼켄슈메르첸)



구체적으로 치매, 뇌졸중, ADHD 등 중추신경계 질환과 같이 약물 치료가 어렵거나 식습관, 수면, 복약 등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인 고혈압, 당뇨 및 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 분야에서 많은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질환은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며 환자의 일상적 실천 여부가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디지털 치료제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피드백 제공을 통해 환자의 행동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진료 체계를 보완한다.
국가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성질환은 기존의 외래 진료와 약물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디지털 치료제는 예방, 치료 및 사후관리를 함께 제공하면서 행동 중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은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어 사후관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의료진이 환자의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상 속에서 지속적 개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관리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 인구 증가와 의료비 상승 압력, 원격 관리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성장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가 일시적 기술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의료 환경 변화 속에서 등장한 흐름임을 시사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이와 같은 의료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의료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국내의 경우 의료기관 간의 연계성이 낮아 환자가 질병 치료 이후 예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급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마친 환자가 1차 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 치료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재입원율 증가나 질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진의 개입이 어려운 일상생활에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행동 중재를 제공해 치료 이후의 예후 관리를 가능케 해 이러한 분절된 의료 체계의 간극을 메우고 연속성 있는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즉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관리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의료 전달 체계의 공백을 보완하고 치료–관리–예방이 연결되는 통합적 관리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기술 혁신과 제도적 유연성의 과제

헬스테크와 같은 혁신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 환경의 혁신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기존 제도가 전통적 의료행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적 유연성 확보는 필수적 과제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알고리즘 개선이 이뤄지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일회성 허가와 고정적 평가 체계만으로는 기술 발전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적 가변성을 고려해 개별 품목에 대한 단발성 사전 규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과 제조 주체의 역량을 사전에 검증하고, 시장 진입 후 실사용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을 지속 관리하는 통합적 규제 모델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를 통해 임시 수가를 적용받고 있지만 아직 정식 건강보험 체계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이는 현행 수가 체계가 구조적으로 유연성이 낮아서 혁신 기술 제품의 특성을 반영해 수가를 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적 관리와 데이터 기반 개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다. 따라서 기존 체계를 보완하거나 별도의 트랙을 마련하는 수가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안전하게 수집되고 상호운용성 있게 결합해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의 표준화와 보안 체계 확립은 기술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의료기관, 공공기관, 민간 플랫폼 간 데이터 형식이 상이할 경우 정보의 연계와 분석이 제한되며, 이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 구현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공통 표준 마련과 상호운용성 확보는 정책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헬스테크가 사회적으로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이 본인의 헬스 데이터가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신뢰하도록 국민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불신이나 오해가 확산될 경우 기술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공론화를 통해 데이터 활용의 이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전달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Profile. 정일영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실 연구위원
- 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위원
- 전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