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DECEMBER 2025 Vol.249

DECEMBER 2025 Vol.249

SPECIAL ①

국내 유턴 기업들
작고 생산성 낮아
지원책 재설계 필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면서 리쇼어링(Reshoring)이 핵심 정책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실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낮으며 고용 창출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이 공급망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려면 어떻게 정책을 설계해야 할지 살핀다.

글. 정성훈

Profile. 정성훈
- 한국개발연구원 공급망연구팀장
- 전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오프쇼어링의 그늘과 리쇼어링의 부상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세계 경제는 초세계화로 불릴 만큼 빠르게 통합됐다. 중국·멕시코·동유럽 등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선진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급속히 확장됐고 이 과정에서 오프쇼어링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해외 이전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우려가 커지며 리쇼어링이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 특히 한국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공급망 안정성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미·중 갈등, 코로나19, 요소수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충격이 이어지며 리쇼어링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정부는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법’을 제정해 유턴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의 경우 해외 생산 축소 요건을 완화했지만 해외 투자를 줄이고 국내 투자를 늘린 기업을 지원한다는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10년 넘게 지원 범위와 혜택을 확대해왔음에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혜로 돌아온 기업들, 경쟁력은 어디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첨단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핵심은 ‘미국 기업의 복귀’가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기업’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제조업 디지털 전환 정책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 간접적으로 리쇼어링을 유도하며 일본·대만도 특정 산업에 한정해 일시적으로 복귀를 지원했을 뿐 기본 기조는 국내 투자 확대에 맞춰져 있다. 즉 해외 주요국은 기업 국적보다 육성할 산업과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반면 한국은 리쇼어링만을 위한 별도 법과 보조금 제도를 마련한 유일한 국가다. 그렇다면 국내로 실제 복귀한 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1~2019년 국내 다국적 제조기업 1,200개의 투자 방식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비교했다: 국내·해외 모두 투자하는 ‘확장형’, 해외 위주의 ‘오프쇼어링’, 국내만 투자하는 ‘리쇼어링’, 전반적 투자 유보형이다. 분석 결과, 리쇼어링 기업은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낮으며, 노동집약적 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지 않아 해외 자회사 수가 적고 지역도 중국·동남아에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투자 철수 역시 비교적 용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도 밝지 않다. 리쇼어링 기업 중 약 70%가 이후 해외 투자를 늘리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렀고 일부는 투자 자체를 줄였다. 해외 생산 활동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리쇼어링 기업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자리 목표라면 정책 방향 틀렸다

리쇼어링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실제로 리쇼어링 기업들의 고용은 연평균 약 2.3% 증가했다. 국내에 투자하면 당연히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확장형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4.5%로 더 높았고, 반대로 오프쇼어링 기업은 고용이 1.8% 감소했다. 다만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가? 리쇼어링 기업들의 투자 10억 원당 고용 증가는 1.17명으로 계산됐다. 이는 확장형 기업의 1.32명보다 낮다. 더 놀라운 것은 해외 사업장이 전혀 없지만 규모는 유사한 순수 국내 기업과의 비교 결과다. 이들은 리쇼어링 기업의 2배가 넘는 투자 10억 원당 2.48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만약 정부가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리쇼어링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순수 국내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유턴기업 지원제도는 리쇼어링 기업에만 특별한 혜택을 주고 있다. 같은 규모로 국내 투자를 해도 해외에서 철수해서 돌아온 기업이면 혜택을 받고, 원래부터 국내에만 있던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는 국내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고 기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기업들로 하여금 리쇼어링을 선택하게 만들까? 기업 내부의 특성과 외부 환경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몇 가지 명확한 패턴이 드러났다. 먼저 기업 내부 특성을 보면 생산성이 높고 규모가 크며 R&D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일수록 국내외 모두에 투자하는 확장형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대로 리쇼어링을 선택하는 기업들은 노동집약적 생산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앞서 살펴본 리쇼어링 기업들의 특징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책의 초점을 ‘유턴’에서 ‘투자’로

지금까지의 분석은 유턴기업 지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정책은 대기업들이 해외공장을 철수하고 국내로 돌아와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리쇼어링을 선택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낮으며 글로벌 경쟁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고용 창출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금액을 투자할 때 순수 국내 기업이 리쇼어링 기업보다 두 배 이상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촉진을 명분으로 현 정책을 정당화하긴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핵심 산업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이를 해외 진출 기업의 ‘귀환’에 한정해 추진할 필요는 없다. 유턴기업 지원제도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질 기업은 해외사업이 부진해서 철수를 고민하던 기업들일 것이다. 이런 기업들에만 특별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국내 생산 기반 강화라는 목표 달성에 효과적일까? 분석 결과를 보면 가장 경쟁력 있고 국내 경제 기여도가 높은 기업은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투자가 활발한 확장형 기업들이다. 이들은 규모도 크고 생산성도 높으며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정부가 진짜 지원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이런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아닐까? 결론적으로 공급망 안정화, 제조업 경쟁력 유지, 고용 촉진 등의 정책 목표는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회귀’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투자 전반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특히 최근 급격히 상승한 국내 노동비용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문제의 초점은 ‘기업의 국내 복귀’가 아니라 ‘국내 생산 확대’에 맞춰져야 한다. 형식적인 유턴 요건을 강조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국내 생산 확대와 고용 창출이라는 정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되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까지 제한하려 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국내에 든든한 기반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기업들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더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