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브릭스
다극화 시대
AI 혁신 따라
기업 격차 커질 듯
글. 오철
“내년 경제가 어떨 것 같습니까?” 필자가 지난 10년간 매년 <한국경제 대전망>을 집필하며 빠지지 않고 받아온 질문이다. “여러분이 내년에 돈을 많이 버시면 호황이고, 못 버셨으면 불황이지요”라고 농담처럼 답하곤 한다. 유머로 들리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꽤 정확한 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자신을 중심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극화로 향하는 2026년 글로벌 경제
2025년 12월 초에 건설협회 경기도회에서 강의한 적이 있다. 건설업은 요즘 매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에, 경기 하락으로 민간 발주도 급격히 감소하고, 심지어는 조달청 발주 공사까지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는 ‘공사를 할수록 손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체감 경기가 악화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석유화학 산업, 철강 산업, 영화 산업, 자영업자분들도 2026년에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수요 회복은 더디다는 공통된 문제가 이들 산업을 짓누르고 있다.
올해 모든 산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우선, AI 산업은 매우 긍정적이다.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단기 경기와 무관하게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에 정부는 AI에 역대 최대인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할 계획이다. 반도체, 조선, 방위 산업 모두 내년도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시야를 넓혀보자. 글로벌 거시적인 관점에서 2026년은 여러 변수가 어지럽게 작동하는 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단일한 질서보다는 충돌과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도기적 국면에 가깝다. 미국이 전 세계에 부과한 관세로 전통적 서방국들이 미국과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브릭스(BRICS) 내에 티격태격하던 인도와 중국이 새롭게 결합하는 등 미중 양극 구도에서 미국, 유럽, 브릭스 등 삼극 내지 다극화 구도로 바뀌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국제 질서가 ‘편 가르기’가 아닌 이해관계 중심으로 재조합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은 10년 넘게 추락하고 있고, 대만의 경제는 약진하고, 한국은 그나마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G2라고 불리며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3,000달러를 넘기며 고소득 국가로 변하고 있지만 미국 대비 전체 GDP 포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하락해 미국 추격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2000년대 초반의 수많은 글로벌 투자은행의 경제 리포트는 명백히 틀렸다.
AI 산업은 전반적인 경제·경영 전망에서 가장 확실한 성장 축이다. 산업 전반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단기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벌리는 기업 간 격차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왜 최근 AI가 강조되며, 2026년에 정부는 10조 원의 예산을 AI에 투여한다고 하는 것일까? 이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가깝다. 최근 25년간의 한국 경제 추세를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5년마다 1%씩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의 3대 요소(노동, 자본, 생산성 혁신)를 향상시켜야 하는데 노동개혁은 현재 난항이고 역시 투자 증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이 AI 투자로 기술혁신에 의한 잠재성장률 향상이기 때문이다. 즉 AI는 선택지가 아니라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인 셈이다.
우리의 기업들은 AI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정책적 의지와 달리 현장의 온도차는 상당히 크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대기업(제조업 기준)의 AI 및 디지털 전환 현황은 63.7%인 반면 중소기업은 28.4%에 불과하다.1) 대기업들은 비교적 잘 적응하고 중소기업들은 매우 어렵게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격차는 단순한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향후 경쟁력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I 디지털 솔루션 공급업체의 제품을 도입·활용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의 문제일 수도 있고, 기업의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 또는 인력 부족과 내부 데이터 축적의 한계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남아 있는 기회
모든 세상일이 그렇듯이 100% 나쁘기만 하거나 100%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2026년은 국내외적으로 여러 변수가 어지럽게 작동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한 긍정적 요인들은 존재한다. 우선 내수는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조선, 방산, 원전 산업은 글로벌 수주 환경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리며 비교적 뚜렷한 호황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역시 2026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며 이는 올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결국 경제는 숫자보다 체감이 먼저다. 경제의 변화와 흐름을 잘 읽어 2026년에 돈을 많이 버셨다면 호황일 것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불황으로 느껴질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CEO들에게 2026년은 거시 변수에 휩쓸리기보다는 산업과 정책의 흐름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자신의 사업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해가 돼야 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 변화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2026년의 성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Profile. 오철
-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2026 한국경제 대전망> 대표 저자
- 전 기술보증기금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