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다시 쓰는
물류 자동화의 기준
글. 편집부
사진. 임학현
물류 산업은 구조적 전환의 시기에 놓여 있다. 자동화는 이제 경쟁력의 기준이다. 케이엔로보틱스㈜는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물류 운영 구조를 재설계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케이엔로보틱스㈜의 선택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기술 자립이라는 원칙,
완전 국산화로 쌓은 경쟁력
김홍삼 대표가 회사 이름에 ‘케이엔(KN)’이라는 이니셜을 붙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녕김씨 가문의 이니셜에서 비롯된 사명은 집안의 명예를 걸고 사업을 하겠다는 다짐이자 기술과 결과에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는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스스로 떳떳한 기술을 남기는 일이 더 본질적이라고 강조한다.
국산화를 결단한 계기는 해외 전시회였다. 한국 기업이 중국 자동화 설비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산업이 기술 종속 구조에 머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후 3년 이상 투자와 개발에 매진하며 AGV 기반 3D 소터 등 핵심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했다.
케이엔로보틱스㈜가 지향한 국산화는 단순 조립이 아니다. 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구동 시스템, 부품 체계까지 독립적으로 구축하는 완전 자립형 구조다. 자동화 설비는 일부라도 외부 의존도가 높으면 전체 안정성이 흔들린다. 모양만 국산화한 장비로는 현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전 공정을 내재화했다.
외산 장비의 유지보수 문제도 결정적이었다. 부품은 약 5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하지만 동일 부품 확보에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됐다. 일부 모델은 단종되면서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이는 비용을 넘어 물류센터 운영의 연속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결국 자체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고객의 운영 안정성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설계부터 내부에서 이해하고 있는 장비라야 문제 발생 시 대응 속도와 정확도가 달라진다. 케이엔로보틱스㈜가 사후관리를 핵심 가치로 두는 이유다.
반도체·군수 등 보안과 안정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도 완전 국산화 장비는 대안이 된다. 국산화 전략은 비용 경쟁이 아니라 기술 주권의 문제다. 기술을 축적하지 못하면 시장에서의 선택권도 줄어든다.
현장에서 증명된 성과,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케이엔로보틱스㈜의 자동화 시스템은 물류 운영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도입 이전 단계에서 물동량, SKU 구성, 피킹 구조, 시간대별 주문 집중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선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이후 AGV, 3D 소터, 컨베이어,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현장 맞춤형 시스템을 구현한다. 이러한 통합 설계 방식은 분류 정확도 99.99%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실제 쿠팡 물류센터에서 진행된 PoC에서는 작업 효율이 200% 향상되는 결과가 확인됐다. 인력 중심 동선이 자동화 중심 구조로 전환되면서 병목 구간이 줄고 작업 대기 시간이 단축됐다. 동일 면적 대비 처리 물량이 증가했고 피킹·패킹 구간과의 연계 효율도 개선됐다. 운영 프로세스 전반이 재구성된 셈이다.
핵심 설비인 AGV 기반 3D 소터는 다품종 소량 주문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AGV는 실시간으로 경로를 계산해 이동하며 충돌을 방지하고, 다층 구조의 소터는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주문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 위치를 배정하고 물량이 집중되는 구간에는 동적 재배치를 수행한다. 그 결과 오분류와 재작업 비율이 낮아지고 반복 정밀도와 처리 안정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최근 Korea MAT2025 전시에서는 케이엔로보틱스㈜의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이 공개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Rail Mounted Shuttle System 등과 연계된 스마트 물류 모델이 소개되면서 자동화 설비 간 연동성과 통합 운영 가능성이 강조됐다. 이는 단일 장비 중심이 아닌 복합 자동화 환경에서의 적용 사례로 평가된다.
기술 적용 범위는 물류센터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항만 물류 현장에서도 자동화 설비가 적용되고 있다.
화물선에서 컨테이너 또는 화물을 하역하는 과정은 인력 의존도가 높고 작업 강도가 큰 영역이다. 케이엔로보틱스㈜의 자동화 시스템은 하역 동선과 적재·이동 과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작업 효율을 높이고 인력 부담을 줄이는 구조로 설계된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일 지표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확도 향상은 반품과 클레임 감소로 이어지고, 처리 속도 개선은 출고 리드타임 단축으로 연결된다. 자동화 설비는 중량 화물 운반과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하며 작업자의 물리적 부담을 낮춘다. 장비 중심 동선 설계는 인력과 장비 간 충돌 위험을 줄이고 야간 근무 인력 의존도를 완화한다.
결국 케이엔로보틱스㈜의 자동화 시스템은 정확도, 처리 속도, 공간 활용도, 인력 효율, 안전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개선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99.99%의 정확도와 200%의 효율 향상이라는 수치는 시작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운영 프로세스의 구조적 전환과 현장 혁신이라는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케이엔로보틱스㈜
물류를 뿌리로,
연구개발과 미래 확장 전략
케이엔로보틱스㈜의 시선은 현재의 물류 자동화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김홍삼 대표는 자동화를 특정 산업의 설비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은 끊임없이 확장돼야 하며 산업 구조 전반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그 연장선에서 준비하고 있는 영역이 로봇팜과 무인 스토어(로봇 편의점)다. 물류 자동화에서 축적한 이동 제어 기술과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을 농업과 리테일 환경에 적용해 생산과 유통, 소비가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홍삼 대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누구보다 냉정하게 바라본다. 중국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내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개발하지 않으면 결국 외산 기술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은 그의 경영 전반에 스며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진다. 인제대학교, 인하대학교 등 다수 대학과 협력해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장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파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인재 육성은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이다. 산업은 생태계로 움직인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국내최초 70톤급 항만AMR(ⓒ케이엔로보틱스㈜)
이처럼 케이엔로보틱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화려한 외형 확장이 아니다. 자동화를 통해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기술을 축적하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물류에서 출발한 기술은 농업, 유통, 무인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적용 산업이 넓어질수록 기술 축적의 폭도 함께 커진다.
김홍삼 대표가 강조하는 미래 전략은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을 반복하는 실행 중심 경영이다. 케이엔로보틱스㈜는 자동화를 통해 산업 구조 개선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