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26 Vol.252

BRAND LEADER

이케아,
59개국 고객에게
‘완성의 즐거움’ 제공

글. 정덕현

이케아는 지금은 세계 최대의 가구 업체지만 시작은 우편 주문 잡화상이었다. 스웨덴 한 마을의 작은 잡화상은 어떻게 전 세계 59개국에 483개 매장(2025년 5월 기준)을 거느린 거대 다국적 기업이 됐을까.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가구로
승부하다

이케아를 말하며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를 빼놓을 수 없고, 그가 나고 자란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척박한 땅이라 생존하기 위해 적은 자원으로 최대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삶의 철학이 묻어나는 곳이다. 그곳에서 잉바르 캄프라드는 우편 주문 잡화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1948년 가구 사업에 뛰어들면서 당시 비싼 사치품으로 소수만 누리던 가구 시장에 의문을 품었다. 저렴한 가구는 품질이 형편없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캄프라드는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가구가 유통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소비자들의 저가 가구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았다. 이 벽을 넘기 위해 캄프라드는 1953년 스웨덴 엘름훌트의 낡은 목공소를 개조해 고객이 직접 가구를 보고, 만지고, 앉아볼 수 있는 최초의 전시장을 열었다. 이 전시장은 고객의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고객들은 전시장에서 제품의 견고함을 직접 확인한 후 이케아의 낮은 가격이 품질 저하가 아닌 유통 혁신에서 온다는 걸 믿게 됐다. 그리고 이 전시장은 현재까지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의 표준 모델이 됐다. 이케아는 말이 아닌 경험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 선택은 이후 이케아가 전 세계로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는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이케아의 ‘자가 조립’ 방식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에 참여하는 플랫팩 모델의 특징을 담고 있다.





고객의 즐거운 역할로 가격을 낮추다

이케아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린 두 번째 기술적 혁신은 1956년 탄생한 ‘플랫팩(Flat-pack)’ 가구와 ‘자가 조립’ 모델이다. 이 혁신은 어느 날 디자이너 길리스 룬드그렌이 ‘뢰베트(LÖVET)’ 테이블을 차에 싣기 위해 다리를 떼어냈던 사소한 일화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비즈니스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파괴력을 만들었다. 당시 가구는 조립된 상태로 배송됐기 때문에 파손 위험이 크고 운송비도 비쌌다. 이 아이디어로 가구를 납작한 상자에 담게 되자 트럭과 컨테이너에 훨씬 많은 양을 적재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물류비가 10배 가까이 절감됐다. 또한 조립된 가구보다 점유 공간이 적어짐으로써 재고 관리를 위한 창고 운영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무엇보다 고객을 단순 소비자가 아닌 파트너로 격상시켰다. 고객이 직접 집으로 가져가 조립하는 즐거운 수고를 보태는 대신 기업은 그만큼 낮아진 비용을 가격 인하라는 혜택으로 되돌려줬다. ‘우리는 당신의 역할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는 이케아의 이 메시지는 합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내며 가구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또한 이케아는 이 방식을 통해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것’에서 ‘완성에 참여하는 경험을 선택하는 것’으로 소비의 의미를 전환시켰다. 이는 가격 경쟁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 철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구조를 만든 사례였다.



이케아는 대형 물류·셀프 픽업 시스템과 매장 내 레스토랑 운영을 통해 체류형 소비 경험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협업,
셀프서비스 그리고 이케아푸드

이 밖에도 이케아의 혁신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에서 계속 이어졌다. 1950년대 후반 스웨덴 가구 소매업자 협회가 이케아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껴 납품 보이콧을 전개하자 이케아는 폴란드의 가구 공장들과 협업해 스웨덴보다 50% 낮은 비용의 고품질 가구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것은 현재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공급업체와 협업하는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의 시초가 됐다. 1970년 대형 화재를 겪으면서 매장 재건 과정에서 고객이 직접 창고 구역에 들어가 가구를 픽업하는 ‘셀프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직원이 일일이 물건을 찾아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고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뤄낸 혁신이다. 또한 ‘스웨덴식 미트볼’이나 ‘50센트 핫도그’로 대변되는 이케아 푸드의 도입도 ‘배고픈 고객은 소파를 사지 않는다’는 캄프라드의 통찰에 의해 시작된 것이지만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이케아의 가격 경쟁력을 각인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결국 이케아의 이 모든 혁신은 고객으로 집중된다. 더 많은 고객이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기존 관습에 도전해 온 결과가 현재의 이케아를 만든 것이다. 기업의 이윤만큼 중요한 고객의 삶에 대한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기업과 고객이 둘 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낸 이케아의 성장 스토리는 그 어느 때보다 고객의 참여 욕구가 커진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관성들을 다시 바라보고 합리화시키려는 노력이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줄 수 있다는 걸 이케아는 보여주고 있다.

Profile.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대중문화 트렌드>,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