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후폭풍···
노조 교섭권 확대,
기업 고용 위축 우려
글. 배관표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확대되면서 산업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다중 교섭과 사용자성 논란으로 기업 부담이 커지고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 교섭이 무너뜨린
영국 자동차 산업의 교훈
브리티시 레이랜드(British Leyland), 영국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이름이다. 60년대 14개 내외의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지주회사였는데 랜드로버, 재규어, 미니가 대표적이었다. 한때 독일, 프랑스와 선두를 다투던 브리티시 레이랜드, 그러나 경영난을 겪다 80년대 국유화와 민영화를 거쳐 이제는 뿔뿔이 흩어졌다. 로버와 재규어는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미니는 BMW가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브랜드 대부분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영국 자동차의 흥망성쇠를 상징하게 됐다.
브리티시 레이랜드는 노조협상 때문에 그 사달이 났다. 산하 자동차기업마다 수십 개에서 수백 개까지 직능별 하청 노조가 있다 보니 경영자들은 매일 하는 일이 노조와 다투고 노조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상대해야 할 노조가 워낙 많다 보니 한쪽과 협상이 이뤄지면 이번에는 다른 노조가 반발한다는 점이었다. 노동당에서조차 파업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탄하였다 하니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노조의 동시다발적 분규,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바로 노란봉투법 시행령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시행령,
다중 교섭의 문을 열다
노란봉투법은 작년 8월 24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3월 10일 시행 예정이다. 지금 들여다봐야 할 것은 1월 5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원청협상과 하청협상은 분리하되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하청 노조는 3가지 방식으로 원청기업과 협상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 전체 하청 노조는 단일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일화가 안 되면, 둘째, 직무특성에 따라 유사 하청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도 있고, 셋째, 직무특성이 다르면 개별 하청별로도 나눌 수도 있다.
교섭 단위가 하청별로 모두 나뉜다는 극단적 가정을 하자면 현대차의 경우 사내외 협력사 8,500여 곳, HD현대는 3,900여 곳과 개별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단일화가 되면 문제없겠지만 하청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단일화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되레 원청기업 대상 교섭권을 무력화시킨다며 노조 단일화 원칙부터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개별적으로 교섭하면 참여 노조원 숫자는 줄 수밖에 없고 노조 힘은 오히려 약화할 수 있는데도 노조는 개별 교섭을 강조하고 있다.
임금 불평등 해법인가,
고용 위축의 신호탄인가
하청 노조는 사용자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원청기업은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재판이 열릴 것이다. 게다가 노동위원회가 교섭 단위 분리 여부와 분리방식까지 판단하게 되는데 모두 위원회 결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 없고 재판은 이어질 것이다. 발 빠른 로펌들은 사용자성부터 사전 진단하라고 원청기업들에 컨설팅 광고를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매뉴얼을 만들어 혼란을 막겠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핵심은 임금불평등 해소다. 한 공장에서 두 근로자가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큰 기업이 왜 하청을 두는가, 왜 직접고용을 꺼리는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환경변화로 사업을 조정해야 할 때 회사 소속 근로자를 자를 수는 없지만 하청과의 관계는 단번에 끊을 수 있어서 아닌가. 그런데 근로자 해고는 안 되고 하청 손절은 괜찮나. 하청에는 근로자가 없나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청 노조 교섭도 중요하지만 원청기업의 직접고용을 유인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고용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시작은 산별 노조협상과 직무급제 도입인데 노란봉투법으로 산별 노조협상은 요원해졌다. 임금불평등의 원인을 모두 사용자에게 돌림으로써 직무급제 도입 이슈도 지울 수 있게 됐다. 이 모두가 높은 임금을 받는 원청기업 노조가 원하는 대로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대차는 피지컬 AI 회사로 탈바꿈하겠다 한다. 지난 최저임금 급등 때 키오스크가 늘고 고용은 오히려 줄었던 규제의 역설을 잊어서는 안 된다.
Profile. 배관표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 한국규제학회 홍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