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금리·선거
2026년 판가름할
3대 변수
글. 정채희
2025년의 세계경제를 규정한 단어는 ‘완벽한 불확실성’이었다. AI 버블론은 잊을 만하면 되살아났고, 통화정책은 기대와 어긋났으며, 정치적 변수는 복잡하게 얽혔다. 모든 자산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이클 속에서 요동쳤다. 2026년에도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의 변수들이 상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불확실성 이후의 세계
2025년 증시를 수차례 끌어내린 ‘AI 버블론’은 2026년 실체가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2026 세계대전망>은 “AI의 진짜 영향력은 2026년에 비로소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호황의 동력인지, 금융 붕괴의 불씨인지 혹은 사회적 반발로 이어질 위험인지 그 방향이 드러나는 해라는 의미다. 과열과 조정이 반복되던 흐름은 정리를 거치며, 수익을 내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주식시장은 선도 기업 중심의 선택적 랠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시장의 또 다른 불확실성은 금리인하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에 소극적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충돌이었다. 2026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로 새 Fed 의장이 취임하며 기준금리 경로가 명확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정치화가 ‘금융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각국의 재정 불안정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정치 일정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6월 지방선거,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표심을 의식한 각국의 재정·산업정책은 자본시장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글로벌 증시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평균의 붕괴’와 AI 양극화
2026년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평균의 붕괴’다. AI 혁신이 산업·기업·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불균등하게 확산하면서 세계는 점점 더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비즈니스 잡지 <포천(Fortune)>지는 기업의 일반적인 조직도가 조용한 혁명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밑이 탄탄하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중간관리자와 신입 직원들이 줄어드는 정반대의 구조다.
AI를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상업은행인 웰스파고의 분석에 따르면 S&P500(대형주)의 생산성은 챗GPT 이후 5.5% 급등했지만 러셀2000(소형주)은 12.3% 감소했다. 사실상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는 AI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나라 전쟁’에도 같다. IMF는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국가별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핵과 전쟁, 평화 시나리오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취임 첫해인 2025년 끝자락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협상에 진전이 있는 듯 보이지만 항상 러시아가 입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은 21세기 들어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주목한 2026년의 예상 분쟁은 중국 대 대만, 인도 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대 미국, 콩고 대 르완다, 이스라엘 대 하마스 등이다.
특히 2월은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통제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가 공식 만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 협상(뉴스타트 협정)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핵전력 차이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핵무기 보유량을 빠르게 늘려가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가 핵무장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통제되지 않은 핵무기 경쟁 시대가 열릴 우려도 크다.
단, 트럼프의 본능은 ‘해결사’가 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평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트럼프가 추진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재개, 중동에서의 ‘빅딜’ 중재 시도, 러우전쟁 ‘휴전 중재자’ 역할 시도 등이다.
Profile. 정채희
- 한경비즈니스 취재편집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