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군산·공주·묵호,
소도시 여행이 뜨는 이유
글. 김다영
대형 랜드마크 대신 골목의 숨은 이야기와 고유의 문화, 소상공인의 온기가 느껴지는 소도시가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도시 여행의 확산 배경과 지역 상권 및 지방 경제에 불어넣는 선순환의 활력을 짚어본다.
유명 관광지 대신
‘나만의 소도시’를 찾다
서울, 부산, 제주처럼 이름난 대형 관광지나 번화한 도심 대신 숨은 매력을 품은 작고 고즈넉한 지방 소도시로 향하는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6년 1~5월 인구 15만 명 미만 소도시 가운데 강원 인제와 영월의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3%, 21.4%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대량 소비형 관광에 대한 피로감이 자리한다. 현대의 여행자들은 혼잡한 인파 속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기보다 지역 고유의 느린 호흡과 온전한 일상을 경험하는 ‘로컬리즘(Localism)’ 소비를 지향한다. 수개월 전부터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다 주말을 이용해 가볍게 떠나는 1박 2일 혹은 단일 기차 여행 형태의 ‘체류형 소도시 여행’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낡은 골목에 새 취향을 입히다
최근 주목받는 소도시들의 공통점은 쇠퇴하던 원도심과 소외된 공간을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자체가 협력해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다. 결국 관광의 관점에서 소도시의 경쟁력은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행자들 사이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소도시는 전북 군산이다. 영화동과 월명동 일대의 근대 역사 문화유산에 수제 맥주와 로컬 미식이 결합하며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이러한 군산 원도심 재생의 중심에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과 디자인 호텔 ‘인그리드(Ingrid)’가 있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낡은 골목을 감각적으로 리노베이션한 이 프로젝트는 영화동 일대를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2026년 4월에 문을 연 인그리드 호텔은 고유의 건축 미학을 살린 공간에서 지역 어르신들이 만든 육개장이나 곰탕으로 조식을 구성하는 등 로컬 상권과의 상생을 실천한다. 이러한 로컬 호텔의 새로운 시도는 수동적인 관광에서 벗어나 여행자가 지역의 일상 깊숙이 머물며 온기를 나누는 체류형 로컬 관광의 모범적인 선순환을 보여준다. 또한 소도시의 관광 매력도가 올라가면 지역 이벤트의 활성화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다. 지난 8월에 열린 군산북페어에는 전국 각지에서 1만4,000명이 방문했는데 전년 대비 4,000명 증가한 수치다.
이에 앞서 소도시 여행의 모범을 보여준 사례는 충남 공주다. 제민천 변을 따라 형성된 옛 한옥 골목에 로컬 카페, 독립서점, 밤을 활용한 디저트 숍이 들어서면서 감성적인 골목 여행지로 변모했다. 강원 동해의 묵호항 일대 역시 어촌 마을의 감성을 간직한 논골담길과 레트로한 골목에서의 ‘인생샷’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감성 여행지로 재조명받으며 MZ세대의 발걸음을 부르는 여행지로 떠올랐다.
(왼) 소도시 군산에 활력을 더한 2026군산북페어
(오) 개성 넘치는 진(Zine)을 한자리에서 만난 2026군산북페어 ‘헬로, 진’ 전시
ⓒ군산북페어 2026, 사진 기록: 임효진
여행객이 머문 자리,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소도시 여행의 확산은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대형 리조트나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주도하던 기존 관광과 달리 소도시 여행자들의 지출은 지역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으로 직접 흘러 들어간다. 여행의 소비가 지역에 머물며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여행자가 로컬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전통시장에서 한 끼를 해결하며, 동네 구멍가게나 로컬 브랜드의 굿즈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부의 경제 순환 체계가 작동한다. 이는 정주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소도시에 관계인구와 생활인구를 지속해서 유입시키는 유효한 동력이 된다.
작지만 단단한 소도시들의 도전은 여행자에게 휴식을, 지역 경제에는 지속가능한 성장판을 열어주는 상생 모델이다. 소도시의 이야기와 로컬의 온기가 어우러지는 이 시도들이 지방 도시의 미래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Profile. 김다영
- 스마트 여행 연구소 히치하이커 대표
-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