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6 Vol.259

MONTHLY CEO

“크게 성공보다
오래 함께”
진흥공업 50년의 답
진흥공업 홍종현 대표

글. 편집부
사진. 임학현

1977년 문을 연 진흥공업은 자동차 오디오 섀시와 브래킷, 전장부품 등을 생산하며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 반세기 가까운 성장의 바탕에는 꾸준한 기술혁신과 고객의 신뢰, 위기에도 회사를 지켜온 임직원들이 있다. 창립 50주년을 앞둔 지금, 홍종현 대표는 ‘크게 성공하는 기업’보다 ‘오래도록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그리고 있다.

예기치 않은 승계,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으로

진흥공업은 1977년 휴대용 레코드플레이어에 사용하는 프레스 부품을 생산하며 출발했다. 이후 1980년대 현대자동차가 오디오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동차용 오디오 부품 생산을 본격화했다. 현재는 엔진과 차체에 장착되는 전자기기를 보호하고 다른 부품과 연결해주는 브래킷과 케이스, 카 오디오 및 전장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홍종현 대표는 처음부터 경영자로 출발하지 않았다. 2000년 말 진흥공업에 입사해 부친이자 창업자인 홍재훈 대표의 밑에서 품질과 영업을 담당했다. 직접 현장을 익히며 회사의 매출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본격적인 경영은 40대 이후에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2년 말 부친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예상보다 일찍 대표직에 올랐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홍종현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홍종현 대표는 가족들과 가업승계를 결정한 뒤 직원들과 심기일전해 진흥공업의 새출발에 박차를 가했다.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회사를 지켜나갔다. 영업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필요한 투자를 진행했고, 구성원들과 함께 회사를 한 번 더 성장시키자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노력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홍종현 대표가 말하는 경영의 기준은 소박하다. ‘올해는 어떻게 하면 회사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직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표 취임 당시 약 150명이던 직원은 현재 200명 안팎으로 늘었고 지난해 매출은 500억여 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꾸준히 매출이 상승한 것도 영업과 투자, 기술개발이 축적된 결과다.







끊임없는 기술혁신,
고객과의 신뢰로 돌아오다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술에서 나온다. 충전제어장치(CCU)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같은 자동차 전장부품을 개발하고 양산한 경험은 진흥공업의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개발 초기부터 금형과 프레스 공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정밀가공기술과 품질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는 진흥공업이 다양한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특히 자동차 산업처럼 끊임없이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요구받는 분야에서는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는 순간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진흥공업이 자동화와 공정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진흥공업의 생산현장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대의 기계에 금형을 설치하고 여러 작업자가 각각 공정을 맡아야 했다. 지금은 프로그램과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소재를 투입하면 여러 공정이 한꺼번에 진행돼 완성품이 나오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과거 다섯 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공정혁신은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고객사의 기술개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홍종현 대표는 협력사 역시 기술력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술혁신을 하지 않으면 산업 현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과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라도 함께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고객과의 신뢰 역시 진흥공업이 오랫동안 지켜온 중요한 가치다. 납품한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생산과정을 역추적해 원인을 찾고, 결과를 고객사와 공유한다. 이후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사와 함께 대책을 마련한다. “품질이나 납기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신속하게 원인 파악과 해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책임감 있는 대응 덕분에 진흥공업은 오랜 기간 고객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충북 진천에 생산, 물류 기반도 마련했다. 주력 고객사인 현대모비스와의 물류 흐름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6년부터 물류창고를 운영했고 이후 사업 영역을 넓히고자 추가 부지를 확보하고 조립 등 새로운 사업에도 도전했다. 현재 진천 공장은 현대모비스와 약 600m 거리에 있어 고객과 더욱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진흥공업은 AI를 비롯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생산성과 연결할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나온 50년을 넘어
다음 50년으로

진흥공업의 경쟁력을 기술과 설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오랜 시간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5년을 넘으며 3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있다. 신광순 부사장처럼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회사와 함께한 구성원도 있다.
이처럼 긴 근속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회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자리한다. 선대 대표인 홍재훈 대표는 직원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여기며 사랑했고, 직원들에게 손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려고 했다. 직원들이 잔업을 하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겨울에는 호빵을 사다 주는 등 작지만 인간적인 마음도 잊지 않았다. 거창한 혜택보다 구성원을 존중하는 태도가 오랜 시간 쌓이며 회사의 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 신뢰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오히려 위기가 찾아왔을 때였다. 신광순 부사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를 회고했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기보다 스스로 임금을 조금 낮추더라도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마음을 모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위기를 견딘 경험은 진흥공업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국가 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진흥공업은 직원 급여일만큼은 철저히 지켰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켜야 할 기본을 지킨 것이다. 홍종현 대표가 “2012년, 부친의 별세 이후 사업의 존폐를 고민할 때,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진흥공업은 없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한 이유다.





홍종현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과 직원의 관계 역시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저는 직원들에게 회사에 ‘뼈를 묻을 때까지 일하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직원들과 열심히 일하면서 더욱 탄탄한 회사로 나아가는 기틀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회사의 성장이 곧 구성원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구성원 역시 회사와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흥공업은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기존 프레스 가공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장부품과 조립, 모듈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응해 로봇과 자동화 분야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홍종현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분명하다. 작지만 강하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을 직원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을 쌓고, 기술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는 선순환. 홍종현 대표가 그리는 진흥공업의 다음 5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