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6 Vol.259

COMPLIANCE

퇴직연금 개혁 본격화,
5인 미만 사업장이
알아둘 것

글. 배관표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어섰지만 낮은 수익률과 원리금보장형 상품 편중은 여전하다. 정부의 운용 참여와 5인 미만 사업장 의무화 등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수익률 개선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함께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500조 원 퇴직연금, 수익률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했다. 연간 수익률 역시 지난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제도 도입(2005년) 이래 최고치인 6.47%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의 수익을 올린 국민연금의 성과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실적배당형(16.80%)과 원리금보장형(3.09%) 간 수익률 격차가 5배를 넘어선 데다 전체 적립금의 75.4%가 여전히 저금리 원리금보장형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입자의 절반(49.6%)은 2~4%대 저수익에 머물며 물가상승률(2.1%)을 간신히 방어하는 극단적인 수익률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저수익 기조 고착화와 노후 소득 보장 기능 약화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나 별도의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해 정부가 누적 적립금을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다. 사회보험인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근로자 개인의 사적 재산이자 후불 임금의 성격을 지니는데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손실을 가입자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정부 재정으로 보전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참여로 기존 민간 보험회사들의 사업 기반이 위축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만약 정부의 직접 참여를 허용한다면 공적 기금이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정부와 민간, 가입자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공적 기금의 도입을 계기로 민간 펀드들의 통폐합과 건전한 운용 경쟁까지 유도할 수 있다면 시장 전체의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한편 정부의 직접 참여를 배제한다 해도 시장 자율의 경쟁을 촉진하는 대책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시장 권장 수익률과 개별 상품의 실제 수익률을 비교해 가입자에게 주기적으로 고지하고, 수익률이 우수한 상품과 가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동시에 부실 운용사에는 강력한 제재를 적용하는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중소기업 부담 살펴야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퇴직연금 확대 주장도 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도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있으나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 사업주가 매년 임금 총액의 1개월분 이상을 사전에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DB)하거나 근로자 계좌로 송금(DC)해야 하므로 미적립 부채로 퇴직금을 이연해 두던 중소기업에 상당한 유동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미 영세 사업장 저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해 제도의 안착을 이끌어낸 ‘두루누리 사회보험’ 모델처럼 퇴직연금 사용자 부담금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국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정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제도의 개혁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 속에서 국민의 든든한 노후 소득 기반을 다지기 위한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퇴직연금 개혁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이를 현장에서 떠받치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재무적 지불 능력과 현실적인 수용성이 담보될 때에만 확보될 수 있다. 민간과 공공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수익률 혁신을 유도하고 영세 사업장에 대한 촘촘한 재정 지원책을 병행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중소기업 역시 개편되는 퇴직연금 정책 환경을 주시하면서 정부 지원 제도를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합리적인 노무·재무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Profile. 배관표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한국규제학회 홍보위원장
- 좋은규제시민포럼 홍보협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