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6 Vol.257

COMPLIANCE

근로자 건강 지키는
주 52시간제
기업도 유연성 확보할
방안은?

글. 배관표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주52시간제는 그 출발점이었고 우리 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제도가 안착한 지금은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면서도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근로시간 규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건강은 지키고, 인력 운용은 유용하게

근로기준법 제50조는 법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때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이른바 ‘주52시간제’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이제 현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조만간 OECD 평균인 1,700시간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국가가 이토록 강하게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주 5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주 35~40시간 근무자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35% 높다. 과거 주5일제 도입 당시 주말여행이 확산된 변화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의 사회적 효용이 크다는 인식 아래 최근 정부는 4.5일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현행 규제의 경직성에 따른 고충을 호소한다. 주문이 몰리는 성수기, 돌발적인 설비 고장, 신제품 개발 막바지 등 업무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연장근로 상한은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일수록 부담은 더욱 치명적이다. 인력을 추가 채용하자니 비수기가 부담이고, 그대로 두자니 납기 지연이나 법 위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얻어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건별 신청에 따른 행정적 부담과 엄격한 기간 제한 탓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는 못한다. 최근 반도체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이 진통 끝에 제외된 사례에서 보듯 특정 업종, 특정 직무 예외를 인정하는 길 또한 험난하다.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

더욱이 현행 제도는 기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권 측면에서도 허점을 드러낸다. 2023년 12월 대법원은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를 일주일 단위로만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예컨대 주 4일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면 종전 기준에서는 연장근로가 총 16시간이 돼 법 위반이지만 대법원 기준에서는 총근로시간이 48시간이므로 적법하다. 결국 주 단위 총량 규제에만 치우쳐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단기 집중 노동은 막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주요 선진국 사례에서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EU는 퇴근 후 다음 출근까지 최소 11시간의 연속휴식제를 의무화해 하루 단위 건강권을 보장하는 대신 주당 상한은 수개월의 평균치로 유연하게 관리한다. 일본 역시 연장근로 총량을 월·연 단위로 관리하며 연속휴식 보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는 근로자의 건강권은 충분한 휴식으로 보장하고, 기업의 인력 운용은 총량 관리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연속휴식제는 이미 국내에서도 근로시간 특례를 적용하는 일부 업종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완전히 낯선 제도가 아니다. 이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하루 단위의 건강권이 연속휴식을 통해 확실히 보장된다면 주 12시간이라는 경직된 연장근로 상한을 월·연 단위 관리로 전환해 볼 수 있다. 근로자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경영 환경에 숨통을 열어주는 좋은 규제로의 전환, 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Profile. 배관표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한국규제학회 홍보위원장
- 좋은규제시민포럼 홍보협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