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6 Vol.257

REPORT ①

제조업 AX,
생산성은 AI가 아니라
'이것'이 결정한다

글. 강신형

제조 현장의 AI는 설비 고장을 예측하고, 품질 불량을 줄이며, 공급망 변화에 맞춰 생산계획을 조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다음 경쟁력은 데이터 기반으로 공장 전체를 지능적으로 운영하는 AX 역량에 달려 있다.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 AX

생성형 AI가 제조 현장을 바꾸고 있다. 생산 라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품질 불량을 예측하며, 설비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고, 공급망 변화에 맞춰 생산계획을 조정한다. 제조업 AX, 즉 AI 전환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조업 AX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 공급망은 팬데믹 이후에도 불안정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고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은 조달 및 생산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가 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식스시그마, JIT, 카이젠 같은 과거의 혁신으로는 생산성 유지가 어렵다. AX는 일시적 유행어가 아니라 제조업이 직면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다.
제조업 AX의 핵심은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불량을 예측하며, 설비 이상을 감지하는 것이다. 제조업 AX는 생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인 제조 방식을 선택하며, 디지털 트윈과 예측 분석을 통해 자율제어가 가능한 고도화된 스마트팩토리로 나아가게 한다. 결국 제조업 AX는 숙련공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던 제조 운영을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이고 정밀한 의사결정 체계로 바꾸는 전환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인력 부족, 품질 불안정, 안전사고, 수요 변화 대응과 같은 제조 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AI는 공장을 어떻게 바꾸는가

제조업 AI는 특정 공정의 보조 기술에서 벗어나 제조 가치사슬 전반의 의사결정과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첫째, AI 시스템이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 고장과 가동 중단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선제적인 유지보수와 수리가 가능하다. 실제 펩시코(PepsiCo)가 이런 AI 시스템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고 생산 능력을 증대시켰다.
둘째, AI가 엔지니어를 대신해 수많은 설계 대안을 신속하게 생성함으로써 설계 단계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에어버스(Airbus)는 AI를 통해 동일한 시간 동안 1만 개 이상의 설계 테스트를 반복 수행한 바 있다.
셋째,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에 로봇을 투입해 자동화함으로써 작업자를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할 수 있다.
넷째, 글로벌 기업은 품질 보증에도 AI를 활용한다. AI 알고리즘으로 품질 기준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발생 시 공정 조정을 유도한다.
다섯째,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자산과 공정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것으로 이를 통해 실제 가동 전 성능을 테스트하고 개선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디지털 트윈에 AI를 결합해 항공기 유지보수 효율을 높였다.
여섯째, AI는 제품개발 생산성도 혁신한다. 디지털 트윈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환경에서 성능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이자(Pfizer)는 이런 방식으로 팍스로비드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국내 제조기업의 AX는
아직 초기 단계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AX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2024)>에 따르면 공장을 보유한 중소·중견 제조기업 중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9.5%, 중소기업은 18.6%에 그쳤고 도입 기업의 75.5%도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제조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은 60.8%에 이르지만 제조 AI를 실제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제조 현장이 DX의 기반은 일부 축적하고 있으나 이를 AI 기반 의사결정과 운영 최적화로 연결하는 AX 단계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AI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들

그렇다고 무턱대고 AI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레노버(Lenovo)의 AX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노버는 AX를 통해 부품 납품 예측 정확도가 10~15% 개선됐고 부족한 제품을 고객에게 배분할 때 매출 극대화, 전략고객 보호, 계약 의무 이행 등 경영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년간 축적한 제조 실패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위험이 높은 조건을 사전에 식별하고 불량이 실제로 드러나기 전에 검사나 개입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사후 분석에서 예측적 예방으로 전환했다.
레노버 사례의 첫 번째 시사점은 AI 자체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레노버는 본격적인 AI 분석 모델을 만들기 전에 약 5년 동안 제조, 물류, 조달, 주문 이행 데이터를 공통 표준과 아키텍처로 정리했다. 흩어진 데이터 위에 무작정 AI를 얹으면 부정확한 추천이 나오고 현장 신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개별 AI 도구가 아니라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레노버는 예측 도구, 물류 최적화 도구를 각각 따로 붙이는 대신 데이터 지능, 프로세스 지능, 의사결정 지능을 하나로 묶은 통합 아키텍처인 iChain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물류, 조달, 고객 납품, 제조 품질 정보가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
셋째, AI 투자를 비즈니스 우선순위와 연결해야 한다. 레노버는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하지 않고 공급사 납품 예측 정확도 개선, 부족 제품의 고객 배분 최적화, 제조 결함 사전 예방처럼 AI의 임팩트가 큰 상황을 우선 정의했다.





AI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방식의 전환

제조업 AX의 핵심은 공장에 AI 솔루션 몇 개를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숙련자의 판단을 조직의 지식으로 전환하며, QCD(품질·원가·납기) 의사결정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데 있다. 생성형 AI와 제조 AI가 빠르게 고도화될수록 기술 자체는 점차 범용화되고, 기업 간 도입 속도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경쟁력은 데이터를 읽는 감각, 예외를 예측하는 능력, 공장 전체를 조율하는 운영체계, 그리고 사람과 AI가 함께 학습하는 조직 역량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설비 이상 징후를 미리 포착해 라인을 세우기 전에 대응하거나, 갑작스러운 주문 변경에도 생산 계획을 실시간으로 재조정하는 능력이 대표적이다. 이런 역량은 현장과 데이터, 의사결정 체계가 하나로 맞물려야 비로소 작동한다.
제조업의 다음 경쟁력은 자동화가 아니라 지능화다. AX는 공장을 사람 없이 돌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높은 수준의 판단과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의 근본 구조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 변화하는 시장과 생산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Profile. 강신형

-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부교수
- 현 한국벤처창업학회 상임이사, 기업가정신학회 이사
- 전 LG전자 전략기획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