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6 Vol.256

REPORT ②

데이터센터 입지
‘경고음’
더는 수도권 쏠림 안된다

글. 마강래

생성형 AI의 확산은 산업의 무게중심을 소프트웨어에서 인프라로 옮기고 있다. 반도체와 전력망,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경쟁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AI 시대 데이터센터가 왜 수도권에 집중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국토 공간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돈은 AI로, AI는 데이터센터로

세상이 천지개벽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사람이 시킨 일을 빨리 처리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코드를 짜고 회의 자료를 요약하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법률 문서 검토까지 돕는다. 심지어 사람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심리 상담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AI를 탑재한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고,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빠르게 발전하는 중이다. 우리가 이런 변화를 감지한 지 불과 몇 년이나 됐을까? 필자가 체감하기로 세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변했다.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세상은 산업구조의 변화라는 거대한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다.
이러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강하게 드러나는 곳 중 하나가 주식시장이다.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될 때만 하더라도 국내 코스피는 2,200선 안팎이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일부에서는 코스피 1만도 거론하고 있다. 이 가파른 랠리를 이끈 것은 국내 반도체 기업 ‘투톱’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커졌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의 막대한 자본이 AI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냉각설비 등으로 돈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뭉칫돈은 AI 서비스 기업에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AI를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물리적 하부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AI 시대의 진짜 승부처가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왜 수도권을 원할까

AI 산업 역시 하나의 거대한 밸류체인 위에서 작동한다. 최상단에는 생성형 AI 서비스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AI 모델과 클라우드 플랫폼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 깊숙한 곳에는 AI 서버와 GPU·메모리 같은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데이터센터, 전력망, 냉각설비 등 물리적 인프라가 층층이 연결돼 있다. 최근 AI 투자 열풍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하부 인프라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입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가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대규모 공장을 조성할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 충분한 용수, 소부장 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전력망 역시 어디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어디로 공급할 것인지와 직결된다. 냉각설비 또한 입지와 무관하지 않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처리하려면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며 연중 기온이 낮거나 차가운 물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일수록 냉각 효율이 높아진다. 결국 냉각에 투입되는 전력과 비용 역시 데이터센터 입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조건을 한곳에서 종합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고객 기업과 이용자에게 가까워야 하고 대규모 전력과 고속 통신망, 냉각설비, 적절한 부지와 전문 운영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금융거래, 게임, AI 서비스처럼 지연시간에 민감한 분야에서는 입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래서 데이터센터의 입지 선정은 매우 까다롭다.





집적의 이익,
집적의 불경제가 되다

결국 데이터센터는 전력·통신·인력·수요가 집적된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도권이 국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60%가 수도권에 있고 민간 데이터센터만 보면 그 비중은 4분의 3을 넘는다. 전력 규모 기준으로 보면 쏠림은 더 뚜렷해져 전체 계약전력의 약 80%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센터 수와 전력 규모 모두 수도권 편중이 뚜렷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건설될 데이터센터 역시 여전히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수도권은 더 이상 이를 계속 받아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최근 전력계통 검토 과정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신청은 수도권에 몰리고 있지만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판정 역시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객 기업과 이용자, 전문인력, 통신망이 집적된 덕분에 데이터센터 입지로서는 유리했지만 그 결과 전력망 포화와 부지 부족, 인허가 부담, 주민 수용성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5극 3특’이라는 새로운 지도

이 지점에서 ‘5극 3특’ 공간 전략이 중요한 돌파구로 부각되고 있다. 5극 3특은 수도권 일극 구조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국토 공간 개편을 통해 여러 개의 강한 광역경제권이 국토를 함께 지탱하는 구조로 바꾸자는 공간 전략이다. 각 권역이 고유의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인재를 키우며 대학·기업·연구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처럼 작동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역시 이러한 다극형 공간 구조 위에서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치돼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는 부지와 전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디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그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앵커 기업은 어디에 있는가”, “24시간 무중단 시스템을 사수할 운영 인력이 있는가”, “통신망은 충분한가”, “그 지역에 관련 산업이 함께 자랄 수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지방에 건물 하나를 유치하는 차원이 아닌 지역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이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 경쟁력은
국토 설계에서 나온다

5극 3특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거점에 자원을 집중하고 주변 지역을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다극형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초광역권 거점에는 대형 AI 데이터센터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인프라를 압축 배치하고, 중간 거점에는 제조업·물류·바이오·콘텐츠 등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된 데이터 처리 기능을 배치할 수 있다. 주변 배후 지역은 전력 공급과 냉각설비, 부품·기자재, 운영 서비스 산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러한 기능적 위계가 형성돼야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체의 산업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
권역별 특성에 따른 공간적 기능 배치도 차별화돼야 한다. 호남권은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와 대규모 부지를 활용한 AI 연산 거점으로, 영남권은 자동차·조선·제조·로봇 산업과 연계한 산업 융합형 AI 인프라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부권은 행정·연구·반도체·바이오 역량을 바탕으로 한 R&D 실증 거점이 적합하다. 반면 수도권은 모든 기능을 흡수하기보다 초저지연 서비스와 고부가가치 기획·운영 기능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처럼 권역별 역할을 분담해야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지역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면서 국가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통신망, 전문 인력, 부동산 등 물리적 기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 수록 공간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은 지방에 있고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데이터센터 병목은 전력 문제를 넘어 지역 격차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담아낼 공간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Profile. 마강래

-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