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6 Vol.256

CREATIVE BREAK

'매끄러운 AI'가
'날카로운 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

글. 편집부

경험의 멸종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작가 크리스틴 로젠
번역 이영래
출판사 어크로스
분야 인문교양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속도만큼 조직 안에서
‘직접 경험’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경험의 멸종>은 그 손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역량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효율을 얻는 대신 무엇을 잃고 있는지, 지금 점검해야 할 때다.









회의실에서 팀장이 보고서를 꺼낸다. AI가 요약한 시장 분석, 챗GPT가 정리한 경쟁사 동향, 자동화 툴이 생성한 전략 초안. 빠르고 매끄럽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하다.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나고, 밤새 씨름하며 문장을 다듬고, 틀린 판단으로 쓴맛을 보는 그 과정들이 슬그머니 사라진 자리에 ‘완성된 결과물’만 남아 있다.
문화 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크리스틴 로젠은 <경험의 멸종>에서 바로 이 불편한 감각에 이름을 붙인다. 대면 소통이나 손으로 쓰고 그리는 일,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과 공공성을 감각하는 일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된다고 여겼던 핵심적인 직접 경험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사회과학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불안 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추천을 받은 이 책은 단순한 기술 비판서가 아니다. 리더가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우리 조직은 효율을 얻는 대신 무엇을 잃고 있는가?”
로젠은 ‘매끄러움’과 ‘최적화’를 미덕으로 내세우는 빅테크의 논리가 현실의 마찰과 실패를 제거하면서 인간의 학습과 성숙의 기회를 축소한다고 본다. 직원이 AI가 뽑아준 답을 그대로 가져올 때, 그 직원은 틀리고, 수정하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 ‘마찰’이 없으면 판단력은 자라지 않는다. 매끄러운 도구가 날카로운 사람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역설이다.
고객을 직접 찾아가 불만을 들으며 불편함을 견디던 영업 사원이 이제는 리뷰 데이터 대시보드를 본다. 데이터는 정확하지만 고객의 표정과 목소리 속에 담긴 맥락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로젠은 이런 현상을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감정의 구조가 변형된 증거로 읽는다.
<경험의 멸종>은 디지털 도구를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떤 경험을 도구에 넘겨도 되는지, 어떤 경험은 반드시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지를 의식적으로 구분하라고 말한다. ‘이 업무는 AI 없이 직접 해본다’, ‘고객과의 첫 만남은 반드시 대면으로 한다’는 식의 조직 차원의 약속, 경험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리더의 새로운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