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경쟁력 새 기준
주행거리 아닌
‘이 숫자’ 본다
글. 차두원
자율주행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시장은 기술 시연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와 수익성을 본다. 2030년 모빌리티 패권은 결국 누가 자율주행을 가장 빠르게 시장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을 넘어
플랫폼 경쟁으로
미국의 웨이모(Waymo)는 2026년 3월 기준 약 3,000대 규모의 운영 플릿으로 주당 50만 회의 유료 탑승을 기록했고, 중국의 포니에이아이(Pony.ai)는 2025년 광저우에 이어 2026년 3월 선전에서도 차량 단위 경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업의 역량은 누적 자율주행 주행거리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다른 숫자를 본다. 몇 대의 차량을 실제로 운영하는지, 유료 탑승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차량 한 대당 손익분기점을 넘겼는지가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율주행은 기술 시연의 대상도, ‘돈 먹는 하마’도 아니다. 이미 수익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데이터와 보험, 차량 운영, 정비, 호출, 원격관제를 하나로 묶는 첨단 플랫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한목소리로 2030년을 주목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은 단순한 정책 목표 연도가 아니다. 기술의 정밀도, 법제의 준비 수준, 경제성의 현실성, 서비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처음으로 동시에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전 세계 로보택시 규모가 100만 대, 2035년에는 600만 대까지 늘어나고 자율주행 산업 매출은 2035년 약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각국의 실행 계획과 맞물려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100만 대 이상의 레벨4급 자율주행 차량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독일 함부르크는 2030년까지 1만 대 규모의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두바이 역시 전체 교통수단의 25% 자율화와 4,000대 규모의 자율주행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각국은 2030년까지 실증과 제도 구축을 마무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자율주행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것이다.
2030년 시장을 여는 쪽이
모빌리티 패권을 쥔다
이제 ‘모빌리티 패권은 누가 쥐는가’에 대한 답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 하나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산업으로, 산업을 서비스로, 서비스를 일상의 표준으로 가장 빠르게 전환하는 쪽이 결국 주도권을 쥔다.
그 과정에서 상용화 경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웨이모, 포니AI, 바이두(Baidu)가 이끄는 로보택시 모델이다. 기업이 차량을 직접 보유하고 운영과 안전 책임까지 함께 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테슬라(Tesla)가 주도하는 개인 차량 중심 모델이다. FSD(Full-Self Driving)를 대규모로 탑재해 개인 소유 차량을 먼저 확산시키고 이후 사이버캡(Cybercab) 등을 통해 무인 호출 서비스까지 확대하는 경로다.
여기에 텐서(Tensor), 샤오펑(Xpeng), 리비안(Rivian) 등 신규 플레이어들까지 가세하면서 2030년 시장의 주도권은 결국 어떤 경로가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을 동시에 더 빠르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같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성이다. 차량 가격과 센서 비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고 무인자율주행차의 예기치 못한 상태에 대비하기 위한 원격 오퍼레이터의 관리 효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웨이모는 원격 지원 인력 70명이 약 3,000대를 관리하는 수준으로 1명의 원격 오퍼레이터가 차량 43대를 운영하는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마일당 원가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자율주행은 기존 택시와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때부터 승부는 기술 데모가 아니라 운영 최적화, 보험 구조, 정비 네트워크, 배차 알고리즘, 도시별 확장 속도에서 갈리게 된다.
그래서 우버(Uber)는 차량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대신 30개 이상의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묶는 에셋라이트 전략(Asset-Light Strategy)을 택했고, 웨이모와 포니AI는 핵심 거점 직접 운영과 신규 도시 파트너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술 기업, 완성차 제조사, 플랫폼 사업자, 플릿 운영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생태계형 구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 광주에서 시작되는 추격의 시험
한국의 현실은 이 대목에서 더욱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26년 2월 기준 국내 자율주행자동차 등록 대수는 132대에 불과하다.
동시에 2026년은 한국이 뒤늦게나마 추격의 발판을 놓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2026년 5월 13일 ‘대한민국 자율주행팀’이 출범했고 광주 전역 500.97㎢가 국내 최초의 도시 단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다. 국비와 민간 매칭을 합친 729억 원 규모 사업 아래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 기반 SDV 차량 200대를 투입하고, 삼성화재는 전용 보험을 지원한다. 목표는 분명하다. 단계적 무인화 전환을 거쳐 2027년 레벨4 무인 자율주행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방향의 전환이다. 연구개발 중심의 실증에서 실제 서비스 중심의 실증으로, 제한적 테스트에서 도시 단위 운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는 완성차 제조 기반이 사실상 현대차그룹에 집중돼 있고 서비스 사업자 제도와 사고 책임 체계 역시 미완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안전한 무인 자율주행을 위해 원격 오퍼레이터의 차량 담당 비율이 1대1로 제한돼 상용화 비용과 운영 확장에 부담이 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완성차 기업과 자율주행 기업의 결합이 이미 표준이 되고 있다. 포니AI는 북경자동차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부품 및 차량 원가를 크게 낮추고 있고, 웨이모는 목적 기반 차량(PBV)을 공동 개발하며 양산형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도요타, 닛산, 우버, 웨이브 등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이 이 격차를 줄이려면 광주가 국내 기업만의 폐쇄형 실증 구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해외 기술과 차량, 서비스 모델까지 수용하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이 직접 타보고 체감해야 사회적 수용성도 높아진다.
2026년 1월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음을 언급하며 “한국의 자율주행 산업이 초등학교 수준이라면 미국과 중국은 사회인(대학생) 수준”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2026년 5월 1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중국과 테슬라의 빠른 속도와 웨이모의 경쟁력을 언급하며 “현대차는 조금 늦더라도 안전에 더 많은 초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자율주행 경쟁을 둘러싼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이제 중요한 것은 안전과 속도를 대립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일이다. 안전은 뒤처지는 이유가 아니라 더 큰 확산을 위한 전제 조건이어야 한다. 기술이 데이터를 만들고, 데이터가 규제를 바꾸며, 바뀐 규제가 더 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느냐가 결국 2030년 승부를 가르게 된다.
Profile. 차두원
- 퓨처링크 대표이사
- 한국공학한림원 미래모빌리티위원회 위원
- 전 소네트 대표이사, 현대모비스 HMI 팀장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