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6 Vol.253

COMPLIANCE

직장인 의무교육
계속 느는데 효과는…

글. 배관표

직장인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교육은 한두 개가 아니다. 기업은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교육을 챙기고, 직장인들은 연말이 돼서야 부랴부랴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교육은 늘어나는데 정작 교육의 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직장인 의무교육
이렇게 많았나

한국의 직장인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은 대체 몇 개나 될까? 산업안전보건교육,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 장애인인식개선교육, 자살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퇴직연금교육까지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다. 직장내괴롭힘예방교육은 권고라지만 필수나 다름없다. 국립대학 교원인 필자는 여기에 반부패청렴교육, 긴급복지신고의무교육, 아동학대예방교육, 공직자안보교육까지 받아야 한다. 일반 공무원들은 감염병예방교육, 재난안전관리교육, 탄소중립교육 등을 포함해 무려 17개에 달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교육들을 챙기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교육을 실시하든 외부 기관에 위탁하든,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 사용자가 직접 챙기다 실수로 교육을 빠뜨리기라도 하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가령 산업안전보건교육은 분기당 1회씩 실시해야 하는데 미이행 시 500만 원, 퇴직연금교육은 매년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데 미시행 시 과태료가 1,000만 원에 달한다. 의무교육은 어느덧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고역이 됐다.
솔직히 말해보자. 미루고 미루다 12월 마지막 날 부랴부랴 교육을 이수하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교육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어본 경험은 또 얼마나 될까. 온라인 수강의 경우 매번 클릭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아뒀지만, 집중되는가? 동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다 마지막에 검색 ‘신공’으로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해치웠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제야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늘어나는 의무교육

의무교육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나라를 뒤흔드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정치권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단골 메뉴가 법정의무교육인 것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에 안전사고예방교육이 법제화됐고, 대한항공 회항 사건 이후 직장내괴롭힘예방교육이 신설됐다. 미투 사건이 잇따르자 성희롱예방교육이 강화됐다.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근본적 개선 없이 누적된 의무는 현장의 숨통만 조이고 있다.
정부도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낮다. 예를 들어 2024년 규제개혁위원회(현 규제합리화위원회)까지 나서자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동일·유사 업종 영업을 하려는 경우 식품위생교육을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 정도에 그쳤다. 외식업자들은 여전히 적게는 매년 1만2,000원씩 내고 3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어르신들은 하루 영업을 쉬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모든 교육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교육을 통합해서 운영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면제하는 방식의 유연함도 절실하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현장으로 넘어온다. 특히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의무교육은 큰 규제다. 사고 예방은 교육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데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 기업인들이 한목소리로 양보다 질을 강조하는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할 때다.



Profile. 배관표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 한국규제학회 홍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