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철학은
어떻게 매출이 됐나
글. 정덕현
파타고니아는 자연과 암벽을 사랑하는 등반가였던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개인적인 경험과 기술적 혁신을 더해 “죽은 지구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는 철학이 가치 소비의 시대와 맞물려 파타고니아만의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전신,
쉬나드 이큅먼트의 ‘클린 클라이밍’ 선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파타고니아의 전신인 쉬나드 이큅먼트(Chouinard Equipment)를 세우게 된 건 등반가로서 필요했던, 내구성이 강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강철 피톤을 직접 제작해 팔면서다. 당시만 해도 연철로 제작된 피톤은 회수가 어려워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었다. 강철 피톤의 성공으로 쉬나드 이큅먼트는 1970년경 미국 최대의 등반 장비 공급업체가 됐다.
하지만 쉬나드는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주력 상품 강철 피톤이 요세미티의 유명 암벽들을 영구적으로 훼손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환경보호를 위해 이 수익원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대신 바위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알루미늄 초크를 도입하고 첫 번째 카탈로그에 ‘클린 클라이밍(Clean Climbing)’에 관한 에세이를 실었다. 이 결정은 당시 업계 전체에 충격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등반가들로 하여금 자연을 존중하는 쉬나드의 철학에 공감하게 했다. 이 사건은 “비즈니스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파타고니아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을 정립시켰고 향후 품질과 더불어 환경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비즈니스에 포함시킨 첫 번째 선택이 됐다.
파타고니아가 폴리에스터 소재의 신칠라나 카필린 같은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고
습기 배출 또한 탁월한 소재를 개발해
활용한 옷들은 야외 활동 전문가들의 필수 장비로 자리 잡았다.
의류 사업 확장과
100% 유기농 면 사용 전환
등반 장비로 성공을 거둔 쉬나드는 1970년대 초반 등반가들을 위한 의류로 눈을 돌렸다. 남미의 험준한 산맥 이름을 딴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브랜드를 설립해 기능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의류를 개발했다. 폴리에스터 소재의 신칠라(Synchilla)나 카필린(Capilene) 같은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고 습기 배출 또한 탁월한 소재를 개발해 활용한 옷들은 야외 활동 전문가들의 필수 장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의류사업의 급성장 속에서 파타고니아는 또 하나의 도전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1991년 이 비즈니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외부 감사를 실시한 결과, 회사가 사용하던 일반 면화 재배 과정에서 막대한 농약과 살충제 사용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쉬나드는 “자연을 즐기는 옷을 만들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원료를 쓸 수 없다”며 1996년까지 모든 면 제품을 100% 유기농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유기농 면화 시장은 전 세계 면화 생산량의 1%도 되지 않았고 가격은 일반 면에 비해 두 배나 비쌌다. 파타고니아는 약 66개 품목의 생산을 중단해야 했고 공급망 자체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경영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 많은 전문가는 파타고니아의 파산을 예견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소비자들에게 유기농의 필요성을 진솔하게 설득하면서 이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소비자들의 강력한 신뢰를 끌어냈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진정성 있는 공급망 관리가 어떻게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는가를 증명한 사례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
ⓒ위키피디아
파타고니아는 2013년부터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 옷을 오래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Patagonia)
소유권 이전과 지구 주주 선언
파타고니아의 마케팅은 독특하다. ‘사지 말라’고 말한다. 소비를 줄이라고 하고,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구매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이 기업의 진정성을 신뢰하게 된다. 그 실천으로 파타고니아는 2013년부터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 옷을 오래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규모 수선 시설을 운영하고 중고 보상 판매를 하며 수선이 불가한 제품을 해체해 새 옷을 제작한다. 이러한 선택은 신제품 판매를 저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반대로 제품의 높은 재판매 가치를 형성했다. 파타고니아 제품의 투자 가치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독특한 마케팅이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철학이다. 2022년 전격적으로 실시한 ‘소유권 이전과 지구 주주 선언’이 그걸 확실히 말해준다. 창립자 일가가 기업의 사적 소유를 포기하고 약 30억 달러 가치의 지분 전체를 환경 신탁과 비영리단체에 기부했고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파타고니아는 의류 브랜드를 넘어서는 하나의 환경운동 공동체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 ESG 경영이 요구되는 ‘가치 소비’의 시대다. 이제 상품 소비는 그저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가치의 실현으로서의 소비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공감시킴으로써 구매 자체를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만든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그래서 지금 시사하는 바가 크다.
Profile.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대중문화 트렌드>,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