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26 Vol.251

COMPLIANCE

독일 경제 위기로 본
한국 탄소중립 정책

글. 배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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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 이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정책과 산업 경쟁력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고 있다. 전력 비용과 공급 안정성,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과제가 맞물린 가운데 탄소중립이 기회가 될지 부담이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책의 선택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이 만든 충격

독일이 휘청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023년 -0.3%, 2024년 -0.2%를 기록했고 2025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업 파산 건수가 1만7,000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독일 정부는 재정적자 비율을 제한하던 헌법까지 고쳐가며 투자와 지출을 늘렸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독일은 어쩌다 위기를 맞이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탄소중립 정책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되 원전 없이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후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했고 전기료가 폭등했다. 철강, 화학산업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결국 제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국의 탄소중립은 문제없나? 2021년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고 2025년에는 2035년까지 53~61% 줄이겠다고 밝혔다. 산업구조상 감축이 쉽지 않은 국가임에도 도전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과제는 선언이 아니라 이행이며 그 부담은 상당 부분 기업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녹색전환(K-GX) 촉진을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력·산업 전환의 현실과 해법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영역별로 나누어진다. 국내 탄소 배출의 약 3분의 1은 전력 부문에서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단가가 높아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도 한계가 있고 기업은 높아진 전기요금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산업 부문 역시 탄소 배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철강산업을 예로 들자면 전통적인 고로 중심의 생산 체계를 친환경 전기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로 전환 이후에도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전력 공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러한 문제는 철강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 역시 전력 수급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원자력이 최선은 아니다. 사고 위험을 부정할 수 없고 폐기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 전력 시스템의 신뢰도도 높일 수도 있다. 빌 게이츠는 “원자력은 기후변화 해결의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믹스를 설계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녹색 전환 기업 대상 지원을 늘려야 한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기업별 탄소 배출 허용량은 줄어 기업의 배출권 구매 부담이 커졌다. 유럽연합이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하면서 EU 시장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 탄소중립이 산업 위축과 성장 둔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 활용, 산업 전환 지원은 상호배타적 선택지가 아니기에 종합적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도와 R&D 투자를 늘리고 친환경적 제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제적 경쟁 상황 속에서 탄소중립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Profile. 배관표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 한국규제학회 홍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