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SEPTEMBER 2025 Vol.246

SEPTEMBER 2025 Vol.246

TABLE TALK

지방 제조업 자생력 회복 열쇠는 지방 제조업 자생력 회복 열쇠는 “초광역 단위 산업 육성과 인프라”

지방은 산업의 토대이자 경제 생태계의 뿌리다. 그러나 취약한 인프라, 인구 유출, 산업 공동화, 정책 한계가 맞물리며 지속성과 확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인프라·인재·정책·창업 생태계·인구 전략을 아우르며 지방 제조업의 위기 원인과 돌파구를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현장의 목소리와 국내외 성공 사례를 통해 지방 제조업이 쇠퇴 산업이라는 인식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재도약할 해법을 모색한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지방 제조업이 부딪힌 구조적 한계는 무엇이며 이는 지역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강형구지방 제조업은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로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경공업 중심의 지방 중소 도시는 기술 혁신이 더디고 산업 고도화가 이뤄지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기업 유출도 가속화되면서 지역 산업 생태계의 활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소멸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이동훈지방 제조업의 다양한 문제 가운데 핵심은 결국 인프라 확보로 귀결된다. 수도권에 비해 인재를 비롯해 전력·물류 등 각종 인프라 여건이 취약하며 개별 기업이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특히 지방에서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많은 제조업체가 대기업 협력사로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임금을 인상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임금이 낮으면 숙련 인력 유치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지역 경쟁력은 더욱 약화하고 이는 인구 유출과 산업단지 슬럼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김희열지역 제조업의 쇠퇴는 단순한 기업의 어려움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국가 전체에 구조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일자리 감소로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인구 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곧 지역의 미래 성장 잠재력 상실로 이어진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위축된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고, 수도권은 과밀화로 주거·교통 여건이 악화되며 출산율이 낮아지고, 국가적 인구 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방 제조업의 회생은 지역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지방 산업 정책과 경제 개발 전략이 추진됐지만 지방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 실패의 근본 원인과 향후 설계 과정에서 어떤 방향 전환이 필요한지를 짚어본다면?

이동훈최근 지방 산업 정책은 대규모 단지 조성과 신사업 유치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수요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전력·물류 등 핵심 기반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가동률 저하와 사업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지역 여건에 적합한 산업을 선별하고, 그에 맞는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중장기 대책이 선행돼야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강형구구조적 위기부터 극복하자면 지역 내 자금 순환을 높여 지역 경제의 내생적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중앙 자금이나 소비가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기존 구조를 바꿔 지역 내 기업과 상권에 자금이 돌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화폐, 특히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역화폐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자본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제조업체에 매출 증대 효과를 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지역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한다.

김희열지금까지의 지방 산업정책은 행정 경계 안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초광역권 단위에서 산업을 육성하고 도시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충분한 인구와 산업 규모를 바탕으로 공급망과 가치사슬, 연구개발을 통합할 때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해외 주요 도시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결국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킹 덕분이다. 우리 역시 초광역권 중심의 산업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방 제조업의 자생력 회복은 물론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 확보도 어려울 것이다.



지방 제조업이 쇠퇴 산업이라는 인식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재도약하려면 어떤 정책 전환과 전략이 필요한가. 또 이를 뒷받침하는 성공 사례나 모델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동훈수요 연결형 투자를 설계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확보하는 전략을 선행해야 한다. 독일의 루르(Ruhr) 지역과 미국의 피츠버그(Pittsburgh)가 대표적인 사례다. 루르는 30년 넘는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철강·석탄 산업 부지를 재개발해 환경·문화·첨단 제조 도시로 변모했다. 피츠버그 역시 대학을 중심으로 로봇·AI·의료 산업을 육성하며 기술 기업 투자를 확대했다.

강형구단순 지원을 넘어 자생적이고 순환할 수 있는 지역경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일관성과 지역 주도 거버넌스, 민간 참여가 결합한 체계가 필요하며 산업 육성·복지·인구 정책을 연계한 통합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자금 순환 구조를 형성해 제조업 내수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이탈리아 사르디니아(Sardinia)의 ‘사르덱스(Sardex)’가 B2B 거래망을 구축해 중소기업 상호 신용거래를 활성화한 사례가 있으며 국내에서는 부산시의 ‘동백전’이 블록체인 기술과 민관 협력 운영으로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첨단산업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모델은 지역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융합,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김희열초광역권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개별 시·도의 단편적 지원을 넘어 거점 특구를 중심으로 기능을 통합하고 클러스터 단계별 발전 전략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연구개발·사업화·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고 특구 간 기능 중복도 줄어든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규모의 경제와 가치사슬 편입이 가능한 특구 조합이 마련돼야 한다. 결국 지방 제조업이 재도약하려면 행정 경계를 뛰어넘는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전략을 갖춘 초광역권 클러스터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뿌리산업 특화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어떻게 설계·운영되고 있으며 전통 제조업 기반을 지키면서도 기술 융합과 신산업 유입을 함께 추진하는 모델은 무엇인가?

김희열뿌리산업 특화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초광역권 거점 특구를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과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연구개발·인력 양성·해외 진출을 한곳에서 지원받으며 성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용과 매출 증가, 글로벌 가치사슬 진입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특구 간 기능 조정이 아직 미흡하고 지자체 간 이해관계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어 앞으로는 거점 특구 중심의 대표 기능을 명확히 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혁신클러스터육성사업’을 통해 제조업 현장에 어떤 기술·산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성공적 사례는 무엇인가?

김희열지역혁신클러스터육성사업을 통해 제조업 현장에는 R&D, 인증, 해외 진출까지 지역 차원에서 통합 지원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망에 진입하거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넓히고 있으며 기업 간 협력과 산·학·연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고용과 매출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R&D 지원은 지역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해 미래 차, 바이오헬스, 에너지 신산업 등에서 신제품 출시와 공정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출과 해외 협력 거점 확대가 활발해졌고 이는 수도권 중심이었던 첨단산업 진출이 지방 기업들 사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혁신클러스터육성사업은 지방 제조업을 단순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 혁신 주체로 성장하도록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지방 창업 생태계가 지역 산업과 결합해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으로 자리 잡으려면 어떤 구조와 전략이 필요할까. 또 이를 실천하고 있는 대표 사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동훈창업 생태계의 핵심은 인력이다. 지속적인 선순환을 위해서는 ‘성공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구 100만 명의 에스토니아가 유럽의 대표 스타트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00% 디지털 사회’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 탈린대학교와 타르투대학교를 통한 우수 인재 공급, 2003년 ‘스카이프(Skype)’라는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 결합해 있었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의 산업 성장이 효과를 거뒀지만 창업은 성격이 다르다.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창업자들이 자주 의견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김희열지방 창업 생태계가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으로 자리 잡으려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금 순환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이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다시 지역에 환류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조업은 사업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10년 이상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초기에는 정부 R&D와 투자, 성숙 단계에서는 융자 지원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은행권이 협력해 성장기 기업에 대규모 융자를 제공하며 창업 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의 산업 기반 유지와 확장을 위해 단순 인구수 확보를 넘어 지역에 정주와 창업을 유도하는 인구 전략은 어떻게 설계되고 실행돼야 하는가?

이동훈결국 핵심은 역시나 ‘인프라’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지역이 돼야 한다. 다만 ‘살고 싶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타깃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지방은 젊은 층 유입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은퇴자 유치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 맞춤형 은퇴자 재교육·재취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김희열지방의 산업 기반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핵심은 사람들이 실제로 머물며 일하고, 새로운 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앵커기업 유치와 함께 정주 환경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에는 부지와 시설·장비 구축 비용을 지원하고 구성원들에게는 주택·교육·교통 등 생활 인프라를 뒷받침해야 한다. 더 나아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인센티브를 활용해 전기요금을 낮추는 등 기업 운영비용을 줄여주는 장치도 중요하다. 결국 지역 산업과 생활 기반이 함께 구축될 때 청년과 가족이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고 창업 또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