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SEPTEMBER 2025 Vol.246

SEPTEMBER 2025 Vol.246

SPECIAL ②

클러스터 기반 산합협력 통해
개방형 혁신-협업 촉진시켜야

플랫폼 경제의 부상은 산업 질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거대 플랫폼의 독주가 위기라면 이를 돌파할 해법은 ‘연결’과 ‘협력’이다. 기술 혁신을 품은 클러스터는 기업 경쟁력의 토대이자 산업생태계를 다시 세울 열쇠로 부상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흐름을 제도와 현장 전략으로 이어가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글. 김선배

Profile. 김선배
-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 지방시대위원회 정책평가위원
- 경제자유구역 핵심전략산업 심의위원
- 규제자유특구 심의위원

플랫폼 경제 시대, 생태계 기반의 산업경제구조 혁신과 활성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전환, 기후변화 대응과 스마트 그린 전환은 산업의 질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소비자의 수요는 다양성과 맞춤형 가치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 규칙에 적응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산업 경제 환경은 점차 ‘플랫폼 경제’라는 새로운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등장은 거대 글로벌 기업의 부상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단일한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기존의 파이프라인형 구조를 넘어 다수의 주체가 연결되고 교류하는 네트워크형 가치사슬을 만들었다. 그 결과 산업은 더 이상 수직적인 계층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유연한 연계 구조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산업의 무게중심은 상류(Upstream)에서 하류(Downstream)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원자재와 부품 중심의 제조 부문은 압축되고 최종 제품과 서비스, 이를 둘러싼 다양한 부가가치 활동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제조와 서비스가 결합해 새로운 융복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클러스터’와 ‘산업생태계’는 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집적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협업을 촉진하는 연결망이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 경제의 시대에 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집단적 혁신의 장, 즉 클러스터와 산업생태계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경쟁력 향상 메커니즘과 클러스터 역할

플랫폼 경제 시대의 기업경쟁력 원천은 수요 기반의 창의적인 지식과 기술이며 이는 기업의 핵심역량 축적시스템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창출될 수 있다. 그런데 기업경쟁력 향상과 핵심역량 축적시스템 구축은 일정 정도 상호 모순관계를 가진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과다한 비용은 오히려 기업경쟁력을 저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즉 핵심 기술 역량 축적 투자는 대체로 기업 특수 자산에 해당하여 매몰 비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핵심역량 축적시스템을 내부와 외부의 자원과 역량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야만 한다.
첫째, 클러스터는 단순한 공간적 집적이 아니라 다수의 기업이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부 핵심역량 축적 시스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이나 인프라를 구축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모든 것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클러스터는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에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자원 풀(Pool)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더 나아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비용으로만 남을 수 있는 투자도 클러스터라는 틀 안에서는 지역산업 전체의 성장 자산으로 전환된다. 즉 클러스터를 통한 핵심역량 축적은 지역에 뿌리내린 산업 발전 기반을 형성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
둘째, 네트워크형 산업 경제구조로의 진전은 기업활동 전반에서 ‘개방형 혁신’의 필요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제 제품 개발은 더 이상 한 기업 내부에서만 기획되고 생산되는 폐쇄적 과정이 아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외부의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이고 생산과 사업화 과정에서도 외부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른바 인바운드(Inbound) 혁신과 아웃바운드(Outbound) 혁신이 동시에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클러스터가 맡아야 할 핵심 사업 분야도 명확해진다. 기획 단계에서는 다양한 참여자와 지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허브’로서의 기능이 필요하고, 생산 단계에서는 기술 실증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판매 단계에서는 단순한 유통을 넘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의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진출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클러스터는 기업 외부 역량을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가치사슬 전반에서 혁신을 촉진하는 다층적 지원 체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외부의 핵심역량 축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클러스터 정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설계한 지원 항목을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자 주도의 접근은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가 낮고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직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클러스터 지원 대상 기업이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그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얼 서비스(Real Service)’ 방식의 도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된다. 리얼 서비스란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테스트 베드, 실증 환경, 전문 컨설팅, 사업화 지원 등을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저렴한 비용과 안정적인 조건으로 제공한다면 개별 기업은 매몰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도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전략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클러스터로 키우는 성장 생태계

거대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기술과 자원의 집중으로 인해 기존 중소기업의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커다란 위기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 같은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협업과 융복합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작은 기업도 적절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면서 기술·시장 확보 경쟁은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다양한 주체가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가능성 또한 크게 확장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경제 환경 속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외부 혁신역량 축적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클러스터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며 개별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동시에 결합하는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첫째, 클러스터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기획하는 전략기획형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사업 지침에 의한 사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클러스터 단위 고유의 창의적인 사업 발굴 및 기획을 위해 필요하다. 또한 기업 외부 핵심역량 축적시스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클러스터 구성원이 도출하는 전략기획형 과제의 발굴과 지원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유형의 사업은 특정 개별 기업에 선별적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클러스터에 속한 다수의 기업에 혜택이 공유되고 참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기획돼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경쟁력 향상에 가장 필요한 비즈니스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수요 밀착형 사업이 필요하다. 이 유형의 사업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발굴하고 사업계획에 대한 컨설팅과 서비스의 실물 지원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로써 클러스터 운영기관이 사전 수요 조사에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적합한 기업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업의 비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다.
셋째, 네트워크 허브 기능의 강화이다. 현재 클러스터 사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타 사업과의 연계 미흡, 학습효과 결여 등의 문제이며 이를 보완하는 데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교류 및 협력 파트너 탐색을 강화해 개방형 혁신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클러스터 기반의 새로운 산학 협력 모델(New Triple Helix)을 통해 자발적인 기업과 기업, 기업과 대학 및 연구기관의 산학 협력 촉진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