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SEPTEMBER 2025 Vol.246

SEPTEMBER 2025 Vol.246

MOVIE

감정의 바다를 항해하다: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 리더

디즈니·픽사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의 감정 세계를 항해하는 탁월한 지도다. 영화 속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다섯 감정—기쁨, 슬픔, 분노, 까칠함, 버럭—이 펼치는 드라마는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리더십에 대한 깊은 은유를 담고 있다. “감정은 통제해야 할 대상일까, 이해해야 할 동반자일까?”

글. 한명훈

Profile. 한명훈
- 아테네학당 대표
-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 등



오늘날의 조직은 과거의 위계적 구조나 일방적 지시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정서적 유대, 공감, 관계 중심의 소통이 조직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데이터와 전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감정 지능’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느낌’이다. 리더는 감정의 흐름을 읽고 구성원의 내면과 소통하는 감성의 항해자가 돼야 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리더십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품는 리더십이야말로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감정은 왜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초반, 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기쁨’은 다른 감정들을 통제하려 한다. 그녀는 슬픔을 불필요한 감정이라 여기고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그러나 갈등과 혼란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기쁨’은 결국 깨닫는다. 슬픔은 단지 우울의 상징이 아닌 관계를 회복하고 공감을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이 대목은 오늘날 조직 내 감정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리더가 성과와 효율을 앞세운 나머지 구성원들의 감정을 ‘관리 대상’이나 ‘통제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감정은 억제할수록 조직의 내면에서 증폭되고, 결국은 팀워크와 창의성, 몰입도를 해치는 독으로 변한다. 리더십의 진짜 힘은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흐름을 이해하며 품는 데 있다. 감정 지능(EQ)이 높은 리더는 구성원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감정을 읽고, 그들의 동기를 자극하며, 위기의 순간에도 안정적인 팀 분위기를 만든다.


내면의 항해술 감정과 함께 일하는 법

리더가 감정 지능을 높이기 위해 기억해야 할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감정은 정보다. 리더가 조직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변화와 위기의 징후를 내포한 신호다. 구성원의 짜증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업무의 병목지점을 알리는 메시지일 수 있고, 무기력함은 동기 부여 시스템의 부재를 암시하는 경고음일 수 있다. 리더는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감정을 해석하는 탐험가가 돼야 한다. 감정이 조직 내 기압계라면 그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내면의 기상예보’다. 둘째, 모든 감정은 공존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긍정적인 감정’을 선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려 한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의 위계를 부정한다. 슬픔은 실망의 여운이자 공감의 시작이다. 분노는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정당한 문제 제기다. 심지어 공포와 까칠함도 보호 본능과 기준 의식을 상징한다. 성공적인 조직은 이 감정들을 ‘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소통의 기회’로 활용한다. 리더가 슬픔을 경청하고, 분노의 뿌리를 탐색하며, 공포의 이유를 이해할 때 구성원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것이 곧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셋째, 감정은 연결을 만든다. 영화 속에서 라일리가 진심으로 회복되는 계기는 부모가 라일리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함께 울어주는 장면이다. 그것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곧 관계를 회복하는 순간임을 보여준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감정을 표현할 줄 알 때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강함만을 보여주려는 리더보다 불안과 고민도 나누는 리더가 더 깊은 신뢰를 얻는다. 감정은 연결의 언어이며 관계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리고 그 실은 조직을 단단히 묶어 주며, 위기 속에서도 함께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감정을 품는 리더의 용기

영화의 마지막, 기쁨이 슬픔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말한다. “슬픔아, 네가 필요해!”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려 했던 리더가 감정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선언이다. 라일리의 기억 구슬이 처음으로 ‘기쁨과 슬픔’이 함께 섞인 색으로 빛나는 장면은 조직에도 감정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의 리더에게는 감정의 흐름을 읽고 내면의 바다를 함께 항해할 줄 아는 정서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리더는 조직이라는 선박의 선장이자 감정이라는 파도를 읽는 항해사다. 진정한 리더십은 감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품고, 그 속에서 방향을 찾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혜와 용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