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미래 경쟁력 KEY는 K-뷰티 미래 경쟁력 KEY는 AI 기반 개인 맞춤 솔루션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는 한류 콘텐츠, Z세대 소비자, 뷰티테크의 융합을 통해 문화 기반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ODM 기업의 유통 구조 재편, 기술 중심의 고도화 전략 등 변화의 흐름 속에서 K-뷰티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학계, 연구계, 언론 전문가들이 K-뷰티의 경쟁력과 한계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과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최근의 K-뷰티는 단순한 화장품 산업이 아니다.
K-뷰티가 가진 독특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김수범혁신적인 제품은 K-웨이브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로 소비자가 경험하게 한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 ‘K-Pop Demon Hunters’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무대 의상과 캐릭터 메이크업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K-뷰티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나아가 팬들의 2차 창작 활동을 통해 K-뷰티 화장법이 자연스럽게 확산하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즐기는 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중문화 콘텐츠와 K-뷰티의 결합은 경험 가치를 제공하며 제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이혜현한국 고유의 미의식과 문화예술 수준이 한류의 얼굴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마케팅 소재로 활용된 결과, 가장 직관적이고 외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뷰티 제품들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 문화의 위세와 K-뷰티 산업 발전은 비례하는 양상으로 지속될 것이며 한류 인기의 전 세계 확장은 코스메틱 산업계의 해외 진출 기회 요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류 콘텐츠가 K-뷰티의 유통망이자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이 문화-산업 연계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전략이라고 보이는가?
김수범K-팝이 만든 글로벌 팬덤과 K-드라마의 미적 이미지는 K-뷰티에 강력한 프리미엄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이미 ‘K-웨이브’ 제품이 쏟아지는 지금, 그 가치는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 프리미엄을 지키려면 한국적 이미지를 단순 복제하는 데서 벗어나 각 지역 문화와 결합한 ‘현지화된 K-뷰티’로 확장해야 한다. K-웨이브의 감성을 바탕으로 현지의 피부 톤, 생활 환경, 미적 기호를 세밀하게 반영한 제품과 스토리가 필요하다.
김주덕콘텐츠에 기대는 수동적인 접근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양 산업의 독립성과 상호 진화가 병행돼야 하며 K-뷰티는 콘텐츠 의존도를 줄이고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기술력을 드러내야 한다. 특히 윤리, 환경, 다양성 등 지속가능한 가치에 K-뷰티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대응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이혜현문화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저변이 확대될수록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K-뷰티 산업 환경도 우호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K-뷰티 그 자체로 브랜드의 가치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전방위적 수출 확대와 ODM사의 수주 집중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K-뷰티 기업들은 선제적 생산능력을 확보해야만 글로벌 시장, 특히 유럽과 지난 3년간 위축됐던 중국 시장이 회복하겠다.
기술 접점 역시 확대되고 있다. 기술 중심의 고도화는 K-뷰티 산업에 어떤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나?
김주덕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 AI 기반 맞춤형 솔루션은 서구 브랜드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K-뷰티만의 강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가 될 수 있고 AI와 데이터 분석은 피부의 데이터 축적과 제품 수요 예측, 제품 재고 최적화가 가능해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특히 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종과 지역의 피부 특성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 북미·유럽·동남아 등으로의 수출을 더 확장하게 될 것이다.
김수범하이브리드 자외선차단제나 컬러 틴트를 쿠션처럼 사용하는 등 이전에는 공존이 어려웠던 성분과 기능을 한 제형에 안정화해 단계 축소와 시간 절약이라는 MZ세대의 핵심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아울러 하나의 멀티 기능 제품이 여러 제품을 대체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돈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멀티 제품은 기업들이 프리미엄 가격 책정과 구독 모델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한다. 최근 틱톡(TikTok)에서 화제를 모은 쿠션 파운데이션이 14달러에서 18달러로 가격을 올리고도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1위를 유지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 루틴이 단순화되면서 제품 소모 예측도 쉬워져 정기 배송 옵션을 통해 안정적인 반복 매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혜현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상품 자체의 질적 차별화와 경쟁력을 높여 브랜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 확장을 염두하고 있다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전성 평가제도의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 규제는 양날의 검이지만 장점을 극대화하면 K-뷰티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겠다.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나?
이혜현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뷰티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스킨케어, 이너뷰티, 저속 노화 관련 웰니스 분야, 홈에스테틱·미용 기기 브랜드를 선정해 제품 공동개발 및 제조 생산을 지원하고 지분투자 등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K-뷰티 스타트업 전용 투자 펀드인 ‘마크-솔리드원 뷰티인텔리전스펀드 1호’에 5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감행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디 브랜드와 신생 뷰티 스타트업을 발굴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뷰티 산업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주덕최근 흐름이 화장품·디바이스·AI로 이동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AI 스타트업 ‘아트랩’을 인수해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색조 제품 개발 라운지 ‘컬러 아뜰리에’를 오픈했고 뷰티테크의 강자인 에이피알은 기능성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메디큐브 브랜드를 개발했다.
ODM 기업이 브랜드를 인수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는 코스메틱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김수범단순한 M&A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사건이다. 제조만 담당하던 기업이 브랜드 인수를 통해 소비자 접점까지 확보하면서 전통적 파이프라인이 단숨에 D2C 체제로 변했다. 제조사가 유통 전선으로 뛰어든 만큼 기존 리테일 파트너와의 관계도 ‘공급자’와 ‘경쟁자’라는 이중적 위치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이혜현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문화 산업 활성화 등의 기대감으로 K-뷰티 해외 사업 확대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ODM은 구조적 성장 국면에 있는 대형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ODM 기업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위험 부담이 있는 ODM 기업 신설과 신규 진입보다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기존 ODM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덕 ODM 기업의 경쟁력은 다양한 특허 기술과 빠른 제조 및 공급 역량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인수하면 더 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유통 구조 측면에서는 기존 브랜드 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브랜드를 보유한 채 OEM 방식으로 생산을 맡기던 회사들이 ODM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면 생산을 더 이상 맡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이러한 전략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K-뷰티 산업이 겪고 있는 구조적 한계는 무엇이며 문화와 환경, 기술적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가?
김주덕식약처의 과도한 규제뿐만 아니라 화장품 광고에 대한 제한도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출 전략은 위험해 다양한 국가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 기술과 원천 소재가 부족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화장품 유통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는 구조도 문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R&D 기술 지원 강화,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전시 및 프로모션, 중소기업에 대한 꾸준한 자금 지원,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
이혜현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이미 포화 상태로 성장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다국가 수출이 활성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이 산업의 성패는 수출 실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외교·경제 통상 정책과 K-뷰티의 글로벌 전략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경제·문화 협력 확대의 일환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와 체코 프라하에 K-뷰티 사절단을 파견한 것은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정부는 외교·통상 기반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 발굴하며, 다양한 후속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뷰티 향후 10년을 이끌 키워드는 무엇인가?
김주덕개인 맞춤형 뷰티 AI와 피부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과 루틴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기술·디자인·사용자 경험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가 중요하다. 또한 지속가능한 포장과 리필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리필 가능한 용기, 생분해성 포장재, 업사이클링 원료 등 성분의 투명성과 ‘클린 뷰티’ 가치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김수범화장품 시장은 ‘제조–브랜드–소비자’의 전통 구도에서 벗어나 ‘소비자–크리에이터–맞춤 브랜드’ 중심의 초개인화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대형 브랜드의 메시지를 수용하기보다 자신과 유사한 피부 고민을 하는 크리에이터의 추천을 신뢰하며 제품을 선택한다. 이제 크리에이터는 단순 리뷰어를 넘어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고 초개인화의 실질적 구현을 이끌고 있다. 향후 AI 피부 분석, 3D 프린팅, 구독형 카트리지 기술이 더해지면 화장품 산업은 초개인화 여정을 현실화할 것이다.
이혜현다양성 확대를 꼽겠다. 화장품과 의약 기술이 결합한 더마코스메틱 제품을 K-뷰티 대표 아이템으로 브랜딩해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전략이 유효하다. 더마코스메틱은 의약 기술 기반의 고기능성 화장품인 만큼 기능적 효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미세 바늘 형태의 패치를 활용해 유효 성분을 피부 속으로 직접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