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의 매력,
한정판에 줄 선다
‘드롭 마케팅’의 힘
OTT, 뉴스레터, 정기배송…. 너무 많은 것이 ‘구독’으로 통하는 시대. 지속적 결제에 피로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이제 ‘가끔 열리는 단 한 번’의 순간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기다림과 희소성, 우연성을 앞세운 드롭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다.
글. 주재우
Profile. 주재우
-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마케팅 전공 교수
-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경험디자인학과 참여교수
- Design Marketing Lab(디자인 마케팅 랩) 운영
드롭(Drop)은 무언가를 어딘가에 떨어뜨린다는 동사이다. 드롭이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될 때는 한정판 제품을 시장에 떨어뜨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때 두 가지 기법이 추가로 적용돼 효과를 극대화한다. 첫째, 제품 수량을 제한하며, 둘째, 판매하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드롭 마케팅이란 제한된 수량의 제품을 제한된 시간과 매장에서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끝낸다는 의미다.
줄 세우는 브랜드, ‘한정판’이 만든 열광
드롭 마케팅의 성공 사례는 브랜드 파워가 높고 충성고객이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주로 관찰된다. 이 개념이 처음 알려진 계기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슈프림(Supreme)이 매주 목요일에 진행한 ‘슈프림 드롭 데이(Supreme Drop Day)’다. 슈프림은 2006년부터 뉴욕의 라파예트 거리 매장에서 목요일 아침 11시에 비정기적으로 한정판 제품을 소개했으며 이에 관한 소식을 2~3일 전에 온라인을 통해서 알렸다. 슈프림 드롭 데이가 진행됐던 당시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매장 바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안전상의 이유로 뉴욕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수많은 관련 영상이 올라왔으며, 매장에서 48달러에 판매된 티셔츠가 300달러에 재판매되기도 했다.
드롭 마케팅의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겠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7월에 출시된 운동화 나이키의 에어 조던 1×디올 로우 OG이다. 이 운동화는 총 1만3,000켤레가 한정 생산됐는데 이 중에서 5,000켤레가 디올의 핵심 고객들에게 배정됐기에 일반 고객을 위해 배정된 것은 8,000켤레뿐이었다. 이 운동화는 2,000달러와 2,200달러 두 개의 가격으로 책정됐고 2020년 6월 25일에 열린 단독 웹사이트에 등록한 사람 중 당첨자가 원하는 디올 매장에서 받을 수 있다고 공지됐다. 해당 드롭 마케팅은 매거진
희소성이 만든 확산의 법칙
드롭 마케팅에 적용된 두 가지 기법인 ‘제품 수량 제한’과 ‘판매 시간 및 장소 제한’은 모두 제품에 대한 희소성을 극대화하고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다. 희소성이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다는 단순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무언가가 희소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침해될지 걱정한다. 결국 무언가가 모두 없어지기 전에 찾게 되고, 제품에 관한 관심과 선호도는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올라간다.
두 가지 기법 중 ‘제품 수량 제한’ 판매 기법을 먼저 살펴보겠다. 제품 수량이 제한되면 온라인에서 바이럴이 강력해진다. 독일 연구자들이 2015년 론칭 직전의 패션 웹사이트를 통해 초기 가입자에게 특혜를 주는 할인 쿠폰의 희소성을 조작한 뒤 쿠폰이 희소해지면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이메일로 친구들에게 얼마나 추천하는지 조사했다. 실험 결과, 쿠폰 수량에 제한이 없을 때는 7%, 쿠폰 수량이 100개로 제한되면 12.8%, 쿠폰 수량이 15개
로 제한되면 29.7%의 참가자가 친구들에게 추천했다. 즉 희소성이 증가할 때마다 주변 사람에게 추천하고 알리는 효과가 순간적으로 증가했다.
다음으로 ‘판매 시간 및 장소 제한’ 판매 기법이다. 마찬가지로 판매 시간과 장소가 제한돼도 온라인의 바이럴이 증가한다. 그 효과는 해외에서 많이 알려진 사례일 때 더욱 강력하다. 브랜드 컨설팅 기업이 론칭한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는 2021년 5월에 두 개의 브랜드에 대한 팝업스토어를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하면서 각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얼마나 변하는지 추적했다. 소방관의 방화복을 이용해서 가방을 만드는 ‘119 Reo’는 약 3주간, 리옹 지역의 야생 밤을 원료로 만든 밤잼인 ‘크렘드마롱’은 약 한 달간 진행됐다.
국내에서 이미 7,280명의 팔로워를 보유했지만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119 Reo’는 판매 시간 및 장소가 제한돼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크게 변하지 않고 약 2.5%만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 덜 알려졌으나 해외에서 잘 알려진 ‘크렘드마롱’은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1,685명에서 4,439명까지 총 163% 증가했다.
‘단 한 번의 경험’,
드롭이 만든 특별함
사람들은 왜 제품의 수량이 제한되고 판매 시간과 장소까지 한정된 마케팅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마케팅 연구자 선(Sun)과 팜(Pham)은 2025년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소비자가 어떤 경험을 특별하게 인식하는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식당 리뷰 앱인 옐프(Yelp)의 리뷰 300만 건을 분석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경험이 특별하다고 여겨지려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건은 경험이 독특하거나, 의미가 있거나, 진짜여야 한다는 것. 이 중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독특한 경험’의 조건은 특히 흥미롭다. 경험이 독특해지려면 재생산할 수 없거나 일시적이어야 한다. ‘재생산 불가능’이란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반복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재즈 공연의 즉흥연주나 스포츠 경기의 현장 관람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일시적’이라는 것은 특정 시간 동안만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정해진 기간에만 열리는 박람회나 미술품 전시가 있다. 이처럼 독특한 경험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드롭 마케팅이 활용하는 두 가지 핵심 기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정 수량의 제품은 다시 생산되지 않는 ‘재생산 불가능성’을, 시간과 장소를 제한한 판매는 ‘일시성’을 담고 있다. 결국 드롭 마케팅에 열광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그 자체로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