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AUGUST 2025 Vol.245

AUGUST 2025 Vol.245

SPECIAL ②

기획~판매 밸류체인 구축
K-뷰티, 수출 세계 2위로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이 2024년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며 K-뷰티가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한 것. 활발한 인수합병과 자본 유입도 산업의 확장성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소비재 시장 속에서 K-뷰티의 현재 위상과 미래 전략을 진단해 본다.

글. 김영순

Profile. 김영순
- 삼일PwC 감사부문 파트너
- K-뷰티 산업 리더

세계 2위 수출국 부상, 제2의 전성기 맞이하다

한국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2024년 102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한 이후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4.8% 성장한 55억 달러를 기록하며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K-뷰티는 이제 북미,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과 규제 강화로 K-뷰티가 주춤하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소비국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인디 브랜드들은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과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화장품 상장 기업의 주가 또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ETF인 ‘SOL TOP3 화장품 플러스ETF’와 ‘TIGER 화장품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56%, 48%를 기록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주가는 최근 3년간 각각 4.2배, 2.7배 상승했으며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은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3배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실리콘투는 2021년 9월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8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자본이 급속도로 몰리고 있다. 대기업의 인디 브랜드 인수를 비롯해 금융자본의 인디 브랜드 인수, 신흥 브랜드 회사의 인디 브랜드 통합 등 국내 다른 어떤 산업보다 활발한 인수합병 및 펀딩이 이뤄지고 있다.


K-뷰티 밸류체인 조성, 결실을 맺다

K-뷰티 제2의 전성기는 제품 기획, 개발, 제조, 마케팅, 물류, 판매까지의 밸류체인이 유기적으로 구축된 결과다. 세계 1, 2위 ODM 업체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 부자재 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실리콘투와 같은 플랫폼 업체는 전 세계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유통망을 제공한다. 이러한 밸류체인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SNS 마케팅 역량을 갖춘 인디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화장품 산업 밸류체인은 원료, 부자재, ODM·OEM, 브랜드 업체로 구성되며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밸류체인별 매출 성장률은 ODM·OEM(17.7%), 부자재(9.0%), 원료(4.9%), 대형 브랜드(1.1%)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 브랜드의 성장률이 낮은 것은 최근 인디 브랜드로 매출이 분산된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2000년대 이전 국내 화장품 산업은 제조시설을 갖추고 자체 브랜드를 통해 판매하는 종합 화장품 회사들로 구성됐다. 즉 화장품 산업의 모든 밸류체인을 직접 갖춰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화장품 ODM 업체들의 새로운 유통 방식이 각광 받게 된 2000년대부터는 제조 기능을 외부 ODM 업체에 의존하면서 기획 및 마케팅에 집중하는 브랜드 업체들이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후 2010년대 초반부터 한류 대유행과 함께 중국 특수를 맞이하며 대호황을 누렸고 자본과 인재가 산업으로 유입됐다. 하지만 2017년 사드 배치 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과 혐한 문화 및 애국 소비가 퍼지면서 중국 시장의 한국 화장품 매출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급속도로 감소했다. 이에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미국, 일본으로 눈을 돌렸고 팬데믹 시대의 도래, 온라인 시장의 성장 및 K-컬처 유행에 올라타면서 다시 급성장을 하게 됐다.

국내 주요 기업, 글로벌 뷰티 시장을 책임지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각 대웅제약 출신 이경수, 윤동한이 1990년대 초 설립한 화장품 ODM 회사다. 2000년대 화장품 제조와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분리되는 시기를 맞아 성장했고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통해 발전하면서 현재 세계 1, 2위 ODM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과 신속한 제품 개발 및 출시 시스템을 바탕으로 인디 브랜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양사의 최근 3년 매출 성장률은 15% 이상이다.
다음으로 코스알엑스다. 여드름 피부로 고민하던 전상훈 대표는 참신하고 효과 좋은 스킨케어 제품을 기획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아마존을 통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대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지분을 취득해 2024년 자회사로 편입됐지만 전 대표는 2030년 까지 독립 경영을 이어가기로 약정했다. 최근 3년 매출 성장률은 70%다.
에이피알의 김병훈 대표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와 뷰티 기기 ‘에이지알’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회사를 키웠다. 2024년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올해 7월 기준 시가총액은 6조 원 이상으로 시가총액 기준 국내 2위 화장품 회사로 등극했다. 최근 3년 매출 성장률은 35%다.
구다이글로벌의 천주혁 대표는 2019년 조선미녀를 인수해 미국을 타깃으로 온라인은 아마존, 오프라인은 실리콘투를 통해 매출 규모를 성장시켰다. 천 대표는 기존 사업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사모펀드(PE)와 함께 공격적으로 인디 브랜드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2024년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2025년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을 인수했고 7월 중 서린컴퍼니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 D램 제품을 유통하던 실리콘투 김성운 대표는 아이폰 출시 이후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급감하자 화장품 유통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 유통업체와의 관계, 마케팅 및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해외에 소개하면서 한국이 제2의 화장품 전성기를 맞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폴란드 등에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매출 성장률은 105%다.

K-뷰티의 전망과 과제

K-뷰티 제2의 전성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 국면으로 판단된다. 우선 K-뷰티 산업은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ODM 업체, 안정적인 부자재 공급망, 전문 유통 플랫폼의 존재는 인디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둘째, K-컬처의 세계적인 인기는 K-뷰티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다양한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이는 화장품을 포함한 소비재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K-컬처의 지속적인 확장은 K-뷰티 산업의 성장 모멘텀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셋째, 산업의 성장은 자본과 인재 유입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한다. 소비재 산업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유능한 인재들이 K-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활발한 투자 유치를 통해 혁신적인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K-뷰티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아울러, K-뷰티의 성장을 위해선 온라인 인디 브랜드의 오프라인 확장, 중국 시장 리포지셔닝, 럭셔리 진입, 글로벌 기업 도약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