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팅·밸브 전문기업
㈜비엠티
피팅·밸브 전문기업
㈜비엠티
작은 철공소에서
글로벌 공급망까지
㈜비엠티 윤종찬 대표는 “그땐 아는 것보다 해보는 용기가 먼저였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겸손에서 비롯된 회고다. 부산의 작은 무허가 건물에서 출발해 현재의 부산 신소재 일반산업단지에 자리 잡기까지는 그의 도전 정신과 성실함,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여전히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비엠티 윤종찬 대표를 만났다.
정리. 편집부 사진. 임학현
작지만 단단한 시작,
진화는 계속된다
1988년 부산광역시 장림동. 허가도 나지 않은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경풍기계공업사’라는 간판을 걸고 서너 명이 모여 기계를 돌렸다. 다양한 산업을 취급하며 각종 부품류를 가공·공급하는 영세 기계, 금속 임가공 업체로 기술도, 자본도, 거래처도 없었다. 윤종찬 대표는 창업 당시를 떠올리며 “구걸하다시피 회사를 꾸려갔다”라고 표현했다. 현재 ㈜비엠티 규모를 떠올렸을 때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시작은 그만큼 미약했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금속가공 중소기업에서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던 윤종찬 대표는 스스로 창업이라는 길을 택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는 기업 경영이 뭔지도 몰랐어요.” 윤종찬 대표의 말처럼 ㈜비엠티의 출발은 말 그대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지만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기술 하나 믿고 버텼으며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정면으로 돌파했다.
‘경풍기계공업사’는 윤종찬 대표의 투철하고 절실한 도전 정신과 성실함, 책임감으로 배관 전문 피팅 가공 업체로 거듭났다. 수입에 의존하던 피팅류를 국산화하며 기술 기반을 다졌고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고정밀 피팅 가공 기술을 확보하며 생존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후 2000년 법인 전환과 함께 비로소 ㈜비엠티가 설립됐다. ㈜비엠티는 2003년 ‘슈퍼락’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계장용 피팅·밸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제품력은 금세 시장에 입소문을 탔고 매출은 단기간에 급증했다.
2007년 연 매출 200억 원을 달성하며 코스닥까지 상장하게 된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을 당시 주위 사람들은 믿지 않았어요. 직원도 많지 않은 데다가 200억 원은 사실 제조업으로서 아주 작은 매출이었어요.” 하지만 윤종찬 대표는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와 ㈜비엠티의 가능성을 믿으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투명 경영을 기조로 한 재무 관리와 정도 경영이야말로 ㈜비엠티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게 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기술로 넓힌 경계,
지속가능한 시장을 선택하다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수소, LNG, 대체연료 등 지금의 ㈜비엠티는 다양한 산업군에 고정밀 피팅과 밸브를 공급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비엠티가 여러 산업군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윤종찬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 방침 덕이다. ㈜비엠티는 ‘살아 있는 기업’, ‘성장하는 기업’, ‘진화하는 기업’, ‘신뢰받는 기업’을 모토로 삼고 달려오고 있다. “경영 방침을 기반으로 ㈜비엠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 최소한 향후 5~10년간 지속가능한 시장인지를 판단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어요.”
특히 윤종찬 대표는 첨단산업 진입보다 본업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첨단산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비엠티만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비엠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과도한 확장보다 기술과 인프라가 닿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계를 넓히는 전략이다.
그 결과 ㈜비엠티는 반도체 제조 설비에 들어가는 고청정(UHP) 피팅과 밸브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의 공급사로 등록됐으며 초저온 밸브, 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공급 시스템용 유닛, 수소 인프라용 고압 밸브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제품 ‘슈퍼락’은 현재 ㈜비엠티의 플래그십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이차전지용 전극 코팅 및 장비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자회사 하이리온을 설립했다. 설립 후 하이리온과 함께 이차전지 건식전극코팅기술에 적용하는 ‘핫 볼밀 장치’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다. 기존의 방법과 비교했을 때 에너지가 적게 드는 반면 신뢰도가 매우 높은 방법으로 하이리온의 건식전극을 제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생소한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파워쿨’이다. 세계 유일의 분리형 이동형 에어컨인 Handy로 캠핑·재난 대응 등 이동 환경에 특화된 제품이다. 해당 기술은 기존 공조 시스템과 달리 완전 분리형 냉난방 구조를 구현해 해외시장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이처럼 기술 기반의 신사업을 지속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윤종찬 대표는 단호히 말한다. “기업은 가만히 있으면 도태됩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도 없죠.”
복지가 경쟁력,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다
윤종찬 대표가 1988년 창업 시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경영 철학이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도 달라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경영 방침 ‘살아 있는 기업’, ‘성장하는 기업’, ‘진화하는 기업’, ‘신뢰받는 기업’은 윤종찬 대표가 정의하는 기업의 존재 이유다. 진화의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다. ㈜비엠티 본사가 있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신소재산단에는 공장동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위한 1인실의 전용 기숙사부터 헬스장, 체육관, 스크린 골프 연습장이 마련돼 있다. 직장 어린이집도 설립 예정이다. 윤종찬 대표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복지 역시 기업 전략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직원에게는 성취의 동기를, 외부에는 기업의 신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복지 투자가 아닌 장기적 경쟁력 강화 수단이기도 하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있지만 위기에서 기회를 잡기란 힘든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판단력과 추진력. 윤종찬 대표가 37년간 사업을 이끌면서 맞닥뜨린 여러 번의 위기를 기회로 이겨낸 것 역시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마다 새로운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윤종찬 대표는 37년간 지켜온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비엠티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30년까지 계장용 피팅 및 밸브 분야 글로벌 톱3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 인증 확대, 고순도 기술 고도화, 파트너십 확대 전략을 병행하며 비전2030을 현실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종찬 대표는 지금도 ㈜비엠티를 통해 직원에게는 희망을 그리고, 기술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는 일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