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브랜드 전략
K-방산 브랜드 전략
“R&D 투자 확대,
민군 협력,
첨단기술 무기체계 개발”
한국은 2022년 약 173억 달러(약 24조1,559억 원)의 방산 수출을 기록하며 세계 8위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2030년까지 세계 4위 진입을 목표로 한다. 방위산업의 확대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민간기업에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방산 기술의 민수화 사례, 민군 협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문가 3인이 모여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끌어갈 K-방산 전략을 조명했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한국 방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민석첫 번째 이유로 ‘납기’를 꼽을 수 있겠다. 유럽과 미국의 방위산업은 그간 R&D 투자에 집중했지만 생산에는 무관심하거나 군비 축소의 영향으로 20~30년간 지속적인 생산 라인 축소를 겪었다. 반면 한국의 방위산업은 남북 관계 영향으로 생산 물량을 유지하고 유사시 군 납품 물량의 순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속 납기를 진행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성비’이다. 기본적으로 검증된 기술로 가격 대 성능비가 우수해 수입국들이 크게 만족하는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을 얻었다.
김동범한국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훈련 체계, 정비 지원, 탄약 공급,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까지 포함하는 종합 패키지 형태의 수출 모델을 통해 수출국과 장기적인 군사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 호주, 인도네시아 등과의 협력 사례에서는 수출형 현지 개량형 무기체계 개발(K2PL, FA-50PL 등)과 현지화 생산까지 포함된 패키지 계약을 통해 한국 방산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또한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전략적 신뢰성,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도 납기 준수와 유연한 생산 능력을 보여준 점도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수출 지원, 정상급 외교를 통한 국가 차원의 세일즈 전략, 기술 이전과 협력에 유연한 태도 역시 외국들에 신뢰를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권고기준인 GDP 대비 국방비 2%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던 유럽 내 많은 NATO 회원국이 러-우 전쟁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국방비를 기존 GDP 대비 2% 수준에서 3%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방위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김동범NATO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NATO 회원국의 국방비가 연간 약 3,00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유럽에 약 1,500억 달러의 방산 시장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다. 유럽 자국 방위산업의 재건과 전략 자산 확보, 나아가 경제 체질의 전환을 유도하는 산업 정책적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에도 새로운 수출 기회와 전략적 과제를 동시에 제시한다. 유럽 각국의 무기 도입 수요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 기조와 기술 내재화를 중시하는 유럽 특유의 ‘방산 블록화’ 성향도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단순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산업 협력을 포함한 ‘패키지형 수출 전략’을 통해 시장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방산 MRO(유지·보수·운영) 시장과 첨단 무인화 기술 등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유럽 국가들이 기존 서방 공급망으로부터 이탈하거나 다변화를 꾀할 때 매우 실용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유럽 방위산업의 견제에 대해서는 NATO 및 EU와의 외교적 협력을 통해 한국 방위산업이 경쟁자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기술적 강점과 유럽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는 외교적 채널 활용이 중요하다.
심상렬유럽의 방위산업은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전문 분야별 전략적 협력을 이룬다. 항공기 부문은 에어버스(Airbus)를 중심으로 민수, 군수의 고정익, 회전익 항공기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사일과 유도무기는 MBDA, 항공전자는 BAE 시스템스, 레오나르도(Leonardo), 탈레스(Thales), 엔진은 사프란(Safran) 등의 방산 기업을 중심으로 국가 간 협력이 활발하다. 또한 특정 국가의 무기체계 소요 충족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럽 전역 및 다른 지역으로의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상호운용성을 근간으로 하는 신속한 무기체계 개발, 유연한 계약 절차를 구현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전장(戰場)에 대비해 양자, 사이버, 우주 및 자율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핵심 기술 확보와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촉진하기 위한 유럽방위자금 인센티브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김민석유럽 국가들의 전력 증강 속도, 신규 무기 구매 사업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가령 노르웨이는 K2 전차 구매를 포기하고 독일산을 구매했는데 최근에는 전차 대신 해안 방어 미사일과 다연장 로켓 등의 구매 의사를 타진하는 등 유럽의 새로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증가하는 추세는 유럽 방위산업의 부활을 촉진한다. 정치적, 실질적 이유로 유럽은 자신들의 방위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이 국내 방위산업에는 장기적인 위협이다. 유럽 방위산업체들과 빠르게 손을 잡아 공동 개발, 핵심 부품 공급 등 유럽 방위산업의 공급망에 참여해서 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방위산업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지원과 산업 전략이 필요한가?
김민석경쟁국들 대비 경쟁우위를 가져야 한다. 현재의 가성비 중심 경쟁력에서 레이저, 양자, 6G, AI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무인기나 전차, 자주포를 개발해 경쟁우위를 갖추도록 국가 핵심 연구개발 과학기술과 방위산업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겠다. 특히 최근 전쟁에서 드론 등 무인무기가 주목받으며 유무인복합(MUM-T) 전력이 중요해졌다. 이에 우리 방위산업의 핵심 수출 상품인 재래식무기가 위협받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특수 유무인복합무기를 만들고 전차에 드론 대응 요격 장비를 다는 등 기존 재래식무기의 성능 향상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
김동범R&D 투자 확대와 기술 자립 기반 강화가 요구된다. 첨단 무기체계의 대부분은 정밀전자, 센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우주항법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로 구성됐으며 이는 민간산업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따라서 방산 R&D에 민간 자본과 기술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국방 R&D 민간 개방 확대, 이중용도(Dual-use) 기술 이전 활성화 등이 필수적이다. 또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생태계 참여를 확대하는 산업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방산 구조는 체계업체 중심이었지만 민군 기술 융합과 수출 확대를 고려할 때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유연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심상렬국내 방위산업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소요군의 현실적인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는 무기체계의 적기 개발과 전력화 일정 준수, 끊임없는 성능 개량 및 후속 군수지원 등을 통한 추가 사업 기회 창출, 국내에서 검증된 무기체계를 통한 데이터 축적 및 부품 국산화율 향상, 민간의 상용 기술 및 글로벌 최신 기술의 신속한 국방 부문 적용을 위한 기반과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부의 강력한 거버넌스하에 국내 연구개발 투자 확대, 안정적 자원의 확보, 선순환적 산업 생태계 구축과 함께 해외 방산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공동연구, 합작투자 등 다양한 글로벌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방산 생태계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김민석기업은 시장에 진입한 기존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기능과 성능으로 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능을 실제 시험으로 증명해야겠다. 정부와 대기업은 상생협력을 위해 지속적으로 능력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발전과 시험평가를 지원해 줘야 한다.
김동범민군 기술 연계 플랫폼의 확장도 강조하고 싶다. 민간 기술이 군에 흡수되는 이중용도 혁신의 허브가 돼야만 스타트업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디지털 전장화, AI 기반 지휘통제, 무인화 기술, 사이버 보안, 3D 제조 등은 이미 민간 기술이 앞서 있는 영역이며 군수품 품질보증(DQ) 인증 간소화, 기술 실증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통해 스타트업이 이러한 분야에서 기민하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심상렬중소벤처기업 관점에서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대기업에의 편중 현상이 심하고 대·중소기업을 비롯해 산업생태계 주체 간 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 역시 부족하며 개발 성과에 대한 불공정 배분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제품이 군에 납품될 수 있는 획득 시스템의 부족, 무기체계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신속하게 성능 개량할 수 있는 제도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 간 높은 생산성 격차, 국방과학연구소와 일부 대기업 중심의 국방 R&D 사업에 따른 중소벤처기업의 우수한 역량 접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소벤처기업이 부족한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펀드나 액셀러레이터의 부재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민군 협력을 통해 기술 혁신을 이루고, 이를 수출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김민석과거에는 GPS 등 군사기술이 민간 기술에 파급되는 ‘스핀오프’가 주력이었으나 현재는 발달된 4차 산업기술을 방위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AI, 양자, 드론, 6G 통신과 같은 기술 혁명을 군이 선제적으로 어떻게 군사적으로 활용할지 결정하고 4차 산업 스타트업에 성장의 마중물이 되도록 군 분야에서 먼저 시험평가와 기술실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상렬현재 방위산업은 AI, 드론, 로봇 등의 첨단기술이 융합된 최첨단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래 전쟁에 활용될 무기체계를 대상으로 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생산해 군이 운용하며 보완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특히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향후 세계 각국의 방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방위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가속화돼야 한다. 안정적인 방위산업의 생태계 구성을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기업체와 학계, 연구기관 간의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 우수한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확보 및 미래 전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