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 경제 좌우할
핵심변수
반도체 수출-내수 회복에 달렸다
2025년 세계 경제는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분열 속에서 한국 경제에 큰 도전과 기회를 안겨준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주도 산업의 성장과 내수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로 정치적 불확실성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새해 한국 경제를 전망해 본다.
글. 류덕현
Profile. 류덕현
-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전 기획재정부 국고보조금 사업평가단 평가위원
- 전 미국 라이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부교수
-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 전문연구위원
동상이몽 속의 세계 경제와 동분서주하는 한국 경제
2025년, 세계 경제는 ‘동상이몽’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경제 대국은 파국을 피하려는 공존을 추구하면서도 서로의 경제적, 정치적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공급망 장악을 목표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국가별로 중국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갈등 구도는 단순히 두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으며 각국은 저마다의 이해관계 속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동상이몽’의 세계 속에서 한국 산업과 기업은 고유의 도전과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간의 패권 다툼 속에서 두 강대국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고 별도의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해야 하느라 ‘동분서주’하지 않을 수 없다. 탈세계화는 그동안 글로벌화의 혜택을 누렸던 많은 국가, 특히 한국과 같은 통상 중심 국가들에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미·중 간의 대립과 분열로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여러 형태와 내용으로 분절화되고 있으며, 자유무역의 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각국은 보호주의와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2025년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음은 물론이다.
2025년 경제 전망에서 특히 눈여겨볼 주제는 미·중 갈등 속 규제 환경의 변화이다. 두 초강대국 간의 경쟁은 기술, 무역, 금융 등 여러 방면에서 산업정책의 광범한 도입 등 새로운 규제와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우리 기업에 다양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가령, 환경 규제와 탄소 배출에 대한 글로벌 기준 강화는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산업 보호와 중국 견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각국의 산업 정책의 부활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기업의 이해관계, 애로 사항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시키려는 노력을 담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 변화도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은 이제 단순하게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을 넘어 역량증진형 국가(Enabling State)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출산, 육아, 주거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 사회 유지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만 한국 경제 역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핵심 변수 세 가지 +알파(α)
첫 번째, 반도체 경기 회복과 자동차 수출에 대한 전망이다. 2024년에 회복된 반도체 경기는 2025년에도 자동차와 함께 한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AI 산업 발전과 함께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 환경이 변화하면서 성장세가 가장 좋았던 2017년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5년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반면에, 호조를 계속하고, 자동차 부문의 수출 지속 여부가 우리 경제의 균형적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둘째, 2025년 한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소비 회복과 내수 부진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IMF, KDI, 한국금융연구원 등)은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1%대 성장률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2024년에도 이어진 내수 부진은 낮은 실질소득 증가율과 높은 가계부채 부담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소비 여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2025년 내수 회복 여부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 없이 시장 스스로 내수 회복을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이는 한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에 근접하는 성과를 내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셋째, 미국의 정치 경제의 변화와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력하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보호무역과 이민 통제는 1기보다 더욱 강력하게 시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친성장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과 고용 창출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중국의 경제 회복 여부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4년 하반기 중국이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회복된다면 한국의 수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침체가 지속될 때 중국산 제품이 한국과 주변국 시장으로 몰려들어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추가적 요인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심판이라는 초유의 상황은 국가 운영의 정상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도를 약화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국민 경제 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의 동반 침체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세계 경제가 이미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위기는 경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방향은
종합적으로 2025년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주도 산업의 성과와 내수 회복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경제 회복 여부와 같은 외부 변수들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불안정한 국내 정치 환경이 언제 회복되느냐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25년 경제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2% 수준에 못 미치는 1.5%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전례 없는 도전 앞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켜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비장한 각오로 협력하고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고 대외적 위험에 맞설 방파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