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세계무역 둔화 대비해야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격차’. 2025년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새해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주요국 및 지역 간에 차별화된 성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집권 2기 상황은 집권 1기 상황과 비교해 어떠한 상황인지, 세계 경제 3대 리스크와 주요국 경제 성장 전망을 살펴본다.
글. 정영식
Profile. 정영식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실장
- 현 투자풀운영위원회, 민간위원
-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25년 글로벌 경제 전망과 한국의 선택
새해는 밝았으나 글로벌 경제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한국도 마찬가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쇼크, 러우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탓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2024년에 10월에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2%이다. 코로나19 발생 전 10년간 평균 세계 경제성장률은 3.56%였다. 한국도 이와 같은 외부 요인을 피해 갈 수 없겠지만 내부 요인도 분명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25년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를 전망했다.
2025년 세계 경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2025년 세계 경제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 격차’를 제시한다. 트럼피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미국 최우선주의다. 대내적으로는 자유주의, 우익대중주의를 지향하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비개입주의를 지향한다. 트럼프의 대표적 공약은 관세 인상, 감세, 불법 이민 추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책의 전개 양상에 따라 미국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경쟁 및 제재 대상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차별화 양상이 전개될 수 있음을 묘사한 것이다.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0%로 2024년(3.1%)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 추진 가능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제약적인 높은 금리 수준 지속, 고부채 문제가 세계 경제 성장을 압박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이다.
2025년 세계 경제를 트럼프 1기 정부 시기(2017~
2020년)와 비교하면 세계 경제는 트럼프 1기 정부의 2년 차(2018년)와 유사한 흐름(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속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세 호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과거 1기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한 경험이 있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며, 2026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보호무역주의 정책 시행이 트럼프 1기에 비해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트럼프 1기 정부의 경우 대중 관세 등의 무역 제재는 대통령 취임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중반에 시행됐다. 트럼프 1기 중 무역 제재가 가시화된 2018년의 경우 미국 경제만 2017년에 비해 성장률이 높아진 반면 유로 지역, 일본, 중국, 인도, 아세안 등의 성장률은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관세전쟁이 본격화된 2019년에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모두 크게 약화됐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2기 상황은 트럼프 1기에 비해 세계 경제 성장 여건 측면에서 비우호적 상황이라는 점도 2025년 경제 성장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1기에 비해 빠르고 강도 높은 관세 정책, 미국의 경기 사이클 하락 및 금리인하 시기, 중국 경제의 저성장 및 높은 유가, 반도체 경기 정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별 경제 성장 전망은
국가별로 살펴보면 2025년 미국 경제는 2024년(2.8%)에 비해 다소 둔화되긴 하나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양호한 성장세(2.1%)를 지속할 전망이다. 탄탄한 고용시장,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 지출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나 소비의 성장세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제약적 금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미국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관세 인상 추진 △세제 개편 △친환경 정책 폐기 등 파급력 큰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실현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의 빠른 시행 가능성은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요인으로 꼽힌다.
유로 지역의 2025년 경제성장률은 1.3%로 2024년 0.8%에 비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측한다. 유로 지역은 실질임금과 금융 여건 개선에 따른 민간 소비 회복에 힘입어 성장세가 개선되나 유로 지역 경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독일 경제의 부진, 과다 재정 적자에 대한 제재 절차 시행에 따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의 정부 지출 둔화 등으로 큰 폭의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집권 1기와 집권 2기 상황 비교
국가 | 협정명 | 트럼프 1기 정부 | 트럼프 2기 정부 |
---|---|---|---|
트럼프 정책 |
관세 | 대중국 중심 1년 6개월 후 관세 부과 시행 |
대중국 중심 1년 6개월 후 관세 부과 시행 |
감세 | O | O | |
반이민 | O | ◉(강도 ↑) | |
공급망 (IRA) |
O | O | |
규제 완화 | X | 폐기 또는 축소 | |
미국 경제 | 경기 사이클 |
상승 | 둔화 |
통화정책 | 금리 인상 | 금리 인하 | |
세계 경제 여건 |
중국 경제 | 6%대 후반 | 4%대 |
유가 (두바이) |
41(2016)→ 53(2017)→ 69(2018)→ 64달러(2019) |
73달러(2024.12.18) | |
반도체 경기 |
호조 (2016년 이후 인터넷 사업 폭증) |
호조 또는 정점(AI 붐 등) |
일본은 2024년 0.4%에서 2025년에 1.0%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새 내각의 경제 정책 추진과 AI, 탈탄소 산업 부문에 대한 기업 투자 증가, 2024년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엔저 효과 감소에 따른 수출 저하와 기업 실적 둔화 우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부과와 엔화 강세 압력 가능성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은 4.1%로 2024년
4.8%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2024년 중국의 다양한 경기부양책은 경제 안정화에 집중돼 경기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고 트럼프 2기의 대중국 추가 관세 도입, 대중국 제재 등은 중국 경제의 성장 기여도가 높은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경제가 급랭할 경우 중국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쓸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지지대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인도는 2024년 7.1%에서 2025년에도 7%에 가까운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 성공으로 현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부 및 민간 투자 확대, 민간 소비 증가 등이 인도 경제를 견인할 전망이다.
아세안 5개국 역시 △양호한 민간 소비 △외국인 투자 △관광 부문의 회복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2024년 4.6%에 이어 2025년에도 4.7%의 양호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위험이 있으나 아세안의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제한적 영향이 예상된다.
하방 리스크 확대로 경제 부담 커져
앞에서 제시한 2025년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수 있는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 신정부의 출범과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심화’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중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으로 확산되고 상대국도 미국에 대해 보복 대응을 취하면서 전면적인 무역분쟁 발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둘째, ‘대내외 악재에 따른 중국 경제 성장 충격’이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리스크를, 대외적으론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트럼프 당선에 따른 대중 견제 등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리스크가 2025년에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광범위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셋째, ‘통화정책 전환기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실질 부채 부담 증가’이다. 미국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감세, 규제 완화, 관세 인상으로 인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일본은 물가 상승으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들의 이 같은 통화정책이 시장 금리, 환율, 주가 등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한편 높은 시장 금리에 따른 부채 부담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 세계 경제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분절화, 블록화가 심화되고 교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유입되며 금융시장의 차별화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은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세계 각국이 개별적으로나 동맹국 차원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역 및 금융 개방도가 높은 한국의 대외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전개될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내용, 정책의 추진 속도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 방향을 적시에 모색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KIEP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단위:%)
주: 1) PPP 환율 기준. 2) ASEAN5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자료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