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26 Vol.251

SMART CEO

2026년에
AI 버블이 터진다고?

글. 김태권

지난 기사

“AI 프로젝트의 95%가 실패했다.”
2026년, 막연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AI 버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큰돈이 들어가지만 회수가 불투명한 ‘파일럿 연옥’의 시대. 과연 AX(AI 전환)는 끝물일까? PC와 닷컴 버블의 역사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살펴본다. ‘돈이 되는 AX’의 조건은 무엇일까?

거품 붕괴 속에 숨은 진짜 기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서비스가 올라오는 AI 동네에서 미래 예측이란 부질없는 일.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AI가 장차 인류를 지배할까요?”
“아, 돈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겠죠. 근데 인류를 지배해봤자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나올까요?”
인류를 지배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겠지만 몰락한 인류가 AI에 돈이 될지는 의문이다. AI 쪽도 인류의 경제 활동을 지금처럼 내버려두는 게 이익 아닐까.
결국 AI는 큰돈을 먹는 사업이다. 전기도 물도 많이 쓴다. GPU 구하기는 또 쉬운가. “엔비디아는 우라늄과 같은 자원이 됐다. 미국 정부가 그만큼 깐깐하게 관리한다.” 몇 해 전부터 업계에 돌던 우스개다. GPT-4 같은 옛날 모델도 학습에 1억 달러, 하루 운영비로 70만 달러가 든다고 했다. 날마다 9억 원을 태웠달까.
그래서 지난해부터 스멀스멀 나오는 이야기가 AI 버블론이다. AI에 들어가는 돈은 많지만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만간 AI 버블이 터지지 않겠냐는 것. “앞으로 10년 동안 AI가 영향을 미칠 경제 분야는 전체의 5%가 안 될 듯.”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가 했다는 말이다.





AX, 파일럿 연옥

특히 아슬아슬한 분야는 AX, 즉 AI 전환. ‘우리 회사는 AI 전환이 필요해.’ 이런 생각을 하는 회사가 많다. 하지만 과연 AI 전환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AI 전환을 하고서 얻을 이익보다 클지? 해가 갈수록 시장의 의견은 회의적이다.
“AI를 쓰면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졌다.” 이런 대답을 하는 직장인이 77%라는 조사가 있다(Upwork Research). AI가 뱉어낸 대답이 맞나 체크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AI 지출을 늘리겠다.” 2023년에는 이런 대답을 하는 회사가 전체의 93%였단다. 2024년에는 63%로 뚝 떨어졌다(Lucidworks). 지금 조사하면 아마 더 낮을지도.
입길에 오르내리는 통계는 이것. “생성형 AI를 이용한 파일럿 프로젝트의 무려 95%가 재무적 수익을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MIT Project NANDA). 스무 개의 프로젝트 가운데 열아홉 개가 ROI를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파일럿 연옥(Pilot Purgatory). 파일럿 프로젝트 대부분이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못한 채 연옥에 갇혔다는 뜻이다. 2024년에 나온 리서치지만 2026년 현재 AI 도입의 현실을 설명하는 데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었다.





2026년에 버블 터질까

AX에 실망한 기업들이 AI를 포기하고, 그래서 AI 버블이 터질까?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1단계는 기업들이 돈을 붓는 단계.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FOMO 심리 때문에 투자를 한다. 몸값 비싼 개발자를 영입하고 구하기 힘들다는 GPU를 사들인다. 그래도 당장은 돈을 쓸 여유가 있다. AI를 도입한다는 소문 덕분에 주가가 오르고 투자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2단계는 비즈니스 현장과 마찰을 빚는 단계다. 뽑아 놓은 개발자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회사가 감을 잡지 못하고, AI를 적용하려니 레거시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다. 할루시네이션 때문에 사람이 다시 만지느라 부담이 는다. 경영진도 투자자도 지갑을 닫기 시작한다.
3단계가 곧 찾아올까? 버블이 터지는 단계다. “AI를 도입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부풀던 풍선이 현실이라는 바늘을 만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익이 안 나더라.”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돈 있는 사람들은 등을 돌린다.
‘AX에서 성과가 안 나온다’는 점 말고도 AI 버블론에는 몇 가지 근거가 더 있다. 지출은 너무 많은데 혜택이 그만 못하다는 지적(골드만삭스), 데이터와 전기를 더 넣으면 똑똑해진다는 믿음에 금이 갔다는 지적, 심지어 더 넣을 전기도 부족하다는 지적, 생성형 AI에 먹일 학습 데이터마저 저작권 문제로 비싸고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다.
이런 회의론을 마주하면 2026년에 버블이 붕괴하리라는 예측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5년에 진작 붕괴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 적어도 지금의 AI 열풍이 과열이라는 지적에 일부 수긍할 면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은 어떨까. AX를 미뤄야 할까?





하지만 다가올 미래

내 생각은 다르다. AX를 미룰 때는 아닌 것 같다. 지난 수십 년의 경험을 돌이켜 보자. 지금의 AX는 우리가 맞는 네 번째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큰 변화는 1980년 전후에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이때 수많은 개인용 컴퓨터 브랜드가 등장했다. 애플과 호환되는 조립형 PC가 ‘파인애플’이라는 짝퉁스러운 이름으로 팔리던 시절이었다. 브랜드 대부분이 얼마 안 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때의 변화는 신기루가 아니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 두 번째 큰 변화가 찾아왔다. 월드 와이드 웹의 보급. 닷컴 열풍을 기억하시는지? 추억의 이름 넷스케이프와 라이코스와 엠파스는? 이때도 시장은 버블을 겪었다. 하지만 이때 살아남은 기업이 구글이 되고, 아마존이 되고, 네이버가 됐다.
2000년대 말에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다. 세 번째 큰 변화. 이때도 시장은 지나치게 달아올랐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수만 개의 앱이 쏟아졌는데 소수의 킬러 앱과 플랫폼만 살아남아 돈을 긁어모았다.

모바일 이후 십오 년, 자본 시장은 도파민을 찾는 중독자처럼 ‘불장’을 기다렸다. 모처럼 찾아온 2020년대의 네 번째 변화. 버블이 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네 번째 큰 변화 역시 이전의 변화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터. 버블이 형성되는 동안 더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할 여건이 무르익을 것이고 버블이 터지는 동안 어떤 기업은 살아남고, 어떤 기업은 무너질 것이다. 이때 살아남은 기업이 다음 시대의 구글이 되지 않을지?
그렇다면 앞으로 ‘AX를 할지 말지’를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그 대신 2026년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것 아닐까.
“어떤 AX가 살아남는 AX일까?”
결국 살아남는 것은 ‘돈만 쓰는 AX’가 아니라 자기 비즈니스의 병목을 정확히 짚어내 ‘돈이 되는 AX’를 실현한 기업일 것이다. 다음 기회에 그 조건을 차차 살펴보기로 하자.

Profile. 김태권

- 만화가 겸 저술가
- <인공지능과 살아남을 준비> 저자
- AI 커뮤니티·AX파트너 서비스 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