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NOVEMBER 2025 Vol.248

NOVEMBER 2025 Vol.248

SPECIAL ②

스몰딜 前 자사
장단점 분석
피인수기업
정밀 실사도 필수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스몰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은 규모의 인수합병이라도 기업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M&A가 효과적인 성장 전략이 되려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피인수기업의 현황과 잠재적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스몰딜은 빅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관료화돼 있고 시스템이 취약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글. 윤영삼

Profile. 윤영삼
- 중소형 특화 M&A 자문사 모멘스투자자문 이사

‘스몰딜’로 성장 돌파구 찾는
중소기업들

최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전략으로 ‘스몰딜(Small Deal)’이 주목받고 있다. 스몰딜은 대형 M&A와 달리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인수합병을 의미하지만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스몰딜은 말 그대로 규모가 작지만 기술 확보, 인재 영입, 시장 진입을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로 주목받는다. 대기업 중심의 대형 거래가 정체된 사이, 중소·벤처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사가 자문했던 솔루션 기업 A사는 SI(시스템 통합) 업체 두 곳 B·C사를 연이어서 인수했다. A사는 펌웨어 개발 업력과 경쟁력은 있지만 SI 수주 경험이 없어서 SI로의 업의 확장을 위해서는 레퍼런스와 인력이 필요했다. 인수 후에 B·C사의 레퍼런스 및 인력을 활용해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등 인수사의 IoT 분야를 노하우와 결합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했다. 아울러 3개사의 인력을 통합해 관리하면서 자체 솔루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수를 통해서 시장 확보, 인력 확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까지도 창출할 수 있었다. A사는 현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I 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 산업의 가족기업 D사는 잘 구축된 IP를 갖춘 F&B 기업 E사를 인수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D사는 재무관리 및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E사의 IP를 발전시키고 팬덤을 형성했다. 센트럴 키친을 운영해 원가를 절감하고 매장 수를 확대함으로써 1년 만에 매출을 3~4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사람들의 선호를 매출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인수를 통해서 사업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메디슨이 프랑스의 신생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1,265억 원에 인수한 것은 초음파 진단기기 분야에서 전략적 ‘스몰딜’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금액은 삼성그룹 전체 M&A 규모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 산부인과 초음파용 진단 소프트웨어와 AI 진단 보조 기능에 특화된 소니오를 인수함으로써 삼성메디슨은 자체 개발에 투입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즉각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한 유럽의 우수한 AI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뒀다. 소니오는 이미 미국 최대 산부인과 체인과 AI 솔루션 공급 계약이 있었던 만큼 이 공고한 글로벌 레퍼런스를 통해 초음파 진단기기의 핵심인 북미 시장 공략의 교두보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더욱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앞선 사례를 통해 볼 때 M&A를 통한 성과 달성의 어려움을 간과하기 쉽다. 연구에 따르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에 달하며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의 바루크 레브 교수 연구에서는 전체 M&A의 70~75%가 인수 당시 기대한 가치 창출에 실패했고 인수 기업의 주가나 영업이익이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틸버그대학교 연구진(Luc Renneboog 외)의 분석에서도 인수 후 공개기업의 장기 수익률이 비인수 기업 대비 유의미하게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성공한 사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인수 전에 피인수기업에 대한 철저한 실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접근은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원칙과 같다. 성공적인 M&A는 우연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한 전략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지피지기,
M&A 성공의 첫 번째 조건

인수 문의를 받다 보면 “좋은 회사를 알아서 제안해 달라”라는 요청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인수의 성패는 어떤 회사를 사느냐보다 왜 사려는지와 그에 맞는 준비가 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가용 자본력과 인적자원, 회사의 방향성과 비전에 따라 ‘좋은 회사’의 기준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부 검토 과정에서 “그 정도 거래액이면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행착오, 시간, 암묵지(Know-how)가 필요하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고 시장에 안착시키기까지는 팀을 구축하고, 고객을 확보하며, 신뢰를 쌓는 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과 비용이 존재한다. 이 과정을 우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다.
특정 역량이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하는 경우라면 그 역량과 기술을 가진 인력의 리텐션(유지) 또한 핵심 리스크다. 인수 후 조직문화나 리더십의 변화로 인해 핵심 인재가 이탈하면 인수의 본질적 목적이 사라질 수 있다. 결국 ‘지기’란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냉정히 이해하는 일이다. 그 출발점이 명확해야 인수라는 도구가 성장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실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M&A는 숫자만 맞춘다고 끝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재무제표나 손익 구조 이면에는 수많은 가정과 변수가 숨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특정 고객이나 채널 의존도가 높을 수 있고, 일시적 비용 절감이나 비정상적 수익이 반영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절세나 회계 처리 관행 등으로 인해 재무제표가 실제 운영 상황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표면 숫자만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대표자의 역량이 기업 가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과 ‘조직문화’에 대한 실사가 재무적 검토만큼 중요하다. 실사의 본질은 거래 이후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지 명확히 인식하는 과정이다. 모든 리스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리스크를 미리 구조화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설계한 인수자는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훨씬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의 검토가 필수적이다. 재무·법무 실사는 물론 고객 유지율, 핵심 인력 리텐션, 기술 검증, 공급망 리스크까지 통합적으로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와 시너지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