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포용의 물결:
다름을 품는 리더십
다름을 품는 용기야말로 조직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리더십의 힘이다. 엘라이자가 물속으로 몸을 던져 사랑과 연대를 선택했듯 오늘의 리더 역시 불확실성과 두려움의 물결 속에서 다름을 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름을 환영할 때 조직은 벽을 넘어 다리를 놓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글. 한명훈
Profile. 한명훈
- 아테네학당 대표
-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 등


다름에서 태어나는 관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엘라이자가 비밀리에 수조 앞에 앉아 삶은 달걀을 건네는 순간이다. 달걀이라는 소박한 음식은 두 존재 사이의 첫 다리가 된다. 언어로는 소통할 수 없지만 그 단순한 나눔의 행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우리는 종종 ‘다름’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관계의 출발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 있다. 다름이 없었다면 그 특별한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엘라이자가 음악을 틀고 수조 앞에서 손짓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관계의 본질을 상징한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심지어 같은 종(種)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감각과 정서의 교류를 통해 깊이 연결될 수 있다. 그 장면은 우리에게 묻는다. 조직에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을 때 우리는 그 다름을 장벽으로 보는가 아니면 새로운 화음을 만드는 악기로 보는가?
조직 안에서도 다름은 마찰을 일으키지만 그 마찰은 불꽃을 낳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해석,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길은 서로 다른 시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그 불꽃이 상처로 번지지 않도록 불안을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름에서 태어나는 관계야말로 조직을 성장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다.
벽이 아닌 다리를 놓는 리더
<셰이프 오브 워터> 속 비밀 연구소는 벽과 감시로 가득한 통제의 공간이다. 관리자들은 수조 속 생명체를 실험 대상으로만 취급하며 다름을 위험으로 본다. 그러나 엘라이자는 다른 선택을 한다. 벽을 더 높이 세우는 대신 수화로 이름을 묻고 음식을 나누며 작은 다리들을 놓는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벽을 세우면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 갇힌다. 부서 간 경쟁, 세대 갈등, 편견이 그 벽이 된다. 반면 리더가 다리를 놓으면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가 만나 더 큰 가능성이 열린다. 브레네 브라운은 “용기는 친밀함으로 가는 다리를 놓는 행위”라고 했다. 리더의 용기는 완벽한 답을 아는 게 아니라 모름을 인정하고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 다리 놓기는 불완전한 조각들을 이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
엘라이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체를 구출하는 장면은 다리를 놓는 리더십의 완벽한 은유다. 그녀는 규칙의 벽 대신 사랑의 다리를 택한다. 진정한 리더도 숫자와 규정 뒤에 숨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때 조직의 진짜 힘이 생긴다. 벽은 안전해 보이나 결국 고립을 키울 뿐이지만 다리는 불안정해도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포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전략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엘라이자의 선택은 개인의 연민을 넘어선 행위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생명체를 구출한다. 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급진적인 선언이다. 그녀가 택한 길은 위험했지만 그 위험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와 연대가 가능했다. 오늘날 조직의 현실도 이와 같다. 다양성과 포용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품지 못한다면 조직은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포용은 도덕의 언어가 아니라 전략의 언어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조직은 닫힌 회로에 갇히지만 다름을 포용하는 조직은 끊임없이 새로운 해답을 창조한다.
리더여, 당신의 조직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있는가? 다양성을 껴안는 것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포용의 리더십은 다름을 위협으로 보는 눈을 거두고 가능성으로 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라. 다름은 당신의 조직을 풍요롭게 할 자산이며 진정한 혁신을 여는 열쇠다. 포용은 조직의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토양이며 리더가 이를 실천할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일수록 조직의 신뢰는 깊어지고 함께 나아가는 힘이 커진다. 다름을 품는 용기를 가진 순간, 당신의 리더십은 한층 더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