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OCTOBER 2025 Vol.247

OCTOBER 2025 Vol.247

ESSAY

리더십,
사적 이익을 넘어
공적 정의로

글. 강용수



Profile. 강용수
-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니체 작품의 재구성> 등

『덕의 상실』(A. 매킨타이어)은 전통적인 덕이 지배하던 정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다. ‘덕의 정치’가 더 이상 실현되지 않는 현대적 맥락에서 정치는 인간의 완성과는 무관한 비인격적 관계(Impersonal Relation)로 바뀐다. 무엇보다 자유주의의 등장으로 삶의 의미를 지탱하고 공동체 성원들 사이의 유대를 형성하던 공통의 가치가 무너진다. 이러한 자유주의 정치에 맞서 매킨타이어는 공동체주의의 입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덕 중심의 ‘공동선’의 정치를 복구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자유주의 정의론(J. Rawls; R. Nozick)을 비판하고 덕(공덕)에 근거한 아리스토텔레스적 정의론을 강조하지만 그리스의 정치윤리의 복권으로는 오늘날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부의 양극화와 세습화가 사회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덕이 있는 강자’의 ‘덕이 없는 약자’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할 때 늘 강조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덕목이 자유주의의 경쟁 논리로 정당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최고지도자는 어떻게 리더십을 갖게 되는가? 원자화된 개인의 ‘사적이익’ 추구를 ‘공적 정의’로 수렴하기 위해 공공선에 몸을 바치고 공공성을 실현하는 자세만이 섬김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십에 대한 철학적 단서를 제공하는 칸트(I. Kant)에 따르면 인간은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동물’이고 지도자의 발견이 ‘가장 어려운’, 그리고 ‘가장 나중에 해결될 수 있는’ 과제라면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가 꼽는 지도자의 덕목은 통찰, 풍부한 경륜, 선한 의지, 세 가지이고 무엇보다 지도자는 ‘공적 정의’의 실현자로서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리더십은 훌륭한 덕목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의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연대와 통합을 이루기 위해 공공선에 헌신해야 한다. 칸트의 지배자 덕목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도덕성은 ‘선한 의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무로 완성될 때 그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 리더십의 조건으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덕’이 복원되기 위해서는 ‘소유’만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계산적 합리성’이 아닌 실천적 지혜의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근대사회가 덕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이유는 원자화, 개별화, 탈(脫)중심화를 촉발하는 자유주의의 이념이 ‘사유’가 아니라 ‘소유의 욕망’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욕구의 체계’인 시민사회에서 소유하려는 욕망의 무한한 추구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조직된다는 자유의 환상을 경계하고 도구적 합리성과 무한한 이기심으로 무장한 개인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의 과제를 리더십이 맡아야 한다. ‘덕의 정치’는 소유 속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을 규제할 수 있는 정신(덕)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덕은 귀족의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발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