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들 ‘체력 키우기’ 절실 수출 기업들 ‘체력 키우기’ 절실 기술 자립도-생산성 높여야 기회
2025년 새해 시작은 어쩐지 여느 해보다 다소 어두웠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해 2025년 1월 20일 정식 출범했다. 그 가운데 국내는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기만 했다. 하반기에 접어든 2025년 지금 이때, 전문가 3인이 모여 과연 국내 하반기 경제 전망은 어떤 모습을 비추고 있을지 견해를 나눴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하반기 경기 흐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이봉현하반기 경제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꼽는다. 7월 9일을 시한으로 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중국, 유로 등과 미국의 통상 갈등 전개 양상, 건설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의 장기화 여부 등이 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한다.
추동훈새 정부 출범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줄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또는 인하 여부, 중국의 내수 경기 회복 속도, 유럽의 경기 둔화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혔다. 특히 국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개월 연속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제조업 기준 70선에 머무르며 심리적 위축이 확연하다. 건설 및 제조 중심의 투자 부진과 내수 회복 지연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정희대외 변수가 문제다.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이어 최근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중동 정세로 인해 유가 인상 등의 악재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관세정책 변화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맞물리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상쇄할 수 있겠나.
이봉현WGBI 편입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장기화하는 효과가 있어 과거 IMF와 같은 급격한 외자 유출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채권시장의 안정성과 장기 투자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우리 국채 시장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WGBI 편입만으로 이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겠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복지 의무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구조적 문제다. 이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추동훈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는 단기 이벤트로 상쇄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 중심의 전략이 절실하다. 인공지능, 스마트팩토리 등의 기술을 통한 1인당 생산성 향상이 해법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외국인 노동력 유입 확대, 고령 인력 재교육 및 재배치 정책,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와 같은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정희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에 유리한 결과를 얻고 WGBI 편입에 따른 한국 국채의 평가절상이 이뤄진다면 이는 경제에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구문제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잠재 경쟁력 인하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한 중장기적인 노력과 함께 단기적인 생산성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가.
이봉현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한국은행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0.25% 내렸다. 불과 반년 새 기준금리가 1% 낮아진 것. 특히 6월 3일 출범한 새 정부 역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민생 회복을 꼽는다. 우선 대선 전에 확정된 13조8,000억 원에 더해 20조 원 이상의 2차 추경이 편성될 전망이다.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증원하는 것을 포함, 20조 원 플러스알파 추경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추동훈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단순한 수치 하향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 대한 경고다.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고착될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특히 내수와 수출에서 동시다발적 위기가 발생할 때 경제의 내부 근육이 부실할 경우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선 재고지수, 기업실사지수 등 선행지표에 대한 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정책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지금이 ‘내부 체력 키우기’의 마지막 시기일 수 있다. 재정 건전성과 민간 활력의 균형 회복 없이는 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정희내수경기 부진에다 트럼프발 관세 압박과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성장도 둔화하면서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둡게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반기 경기는 결국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지금의 경기 전망치보다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하반기 핵심 지표 및 이슈는 무엇인가.
이봉현7월 9일로 상호 관세 유예기간이 정해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한국 경제의 향후 방향성과 성장 회복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결과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 등 국내 주력 품목의 대미 수출 여건이 크게 달라지겠다. 협상에 실패해 관세 부과가 현실로 다가오면 수출 급감 및 성장률 하락, 제조업 실적 악화, 고용 충격,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피할 수 없다. 아울러 미국이 대폭적인 양보와 안보 관련 지출 확대 등 부가적인 것을 요구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나 국채금리 등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동훈미국 기준금리, 이는 한국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기준점이자 환율, 자본 유출입, 부동산 시장, 기업 자금 조달 비용, 소비 심리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0%로 유지되고 있다. 2025년 중반 이후 인하 기대가 존재하지만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여전히 탄탄해 단기간에 급락하기 어렵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금리에 극도로 민감하다. 하반기 금리 변동성에 따라 집값을 자극하거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은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정희당장 7월 초까지 유예된 상호관세에 잘 대응해 고율의 상호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하반기에는 침체된 소비와 투자심리를 반등시킬 수 있는 새 정부의 국가 운용과 정책들에 대한 기대감이 성과로 나타날 수 있느냐가 핵심 사안이다.
그렇다면 국내 수출 기업들은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추동훈직접 대응이 아닌 ‘리스크 회피’,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수출 다변화가 핵심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와 아세안, 중동 등 신흥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 생산기지의 지리적 분산은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대관조직의 전략적 강화를 통해 미국 정치권 및 산업계와의 소통 통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당시 자동차 관세 위협을 되돌아보면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업들도 자체 로비력과 정책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하고 필요하다면 업종별 연합 대응도 모색해야겠다.
이봉현추동훈 기자 의견에 덧붙이겠다. 무엇보다 관세 장벽을 뚫고 미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품목의 경우 소재·부품 국산화, R&D 투자 확대, 특허 및 지식재산권 확보 등으로 기술 자립도를 높여야만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전기차 수요 증가로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국내 중소기업은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나.
추동훈반도체 산업은 성장 가능하지만, 2차전지는 ‘전기차 캐즘’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과잉 공급 리스크 또한 마주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이 없다면 생존 자체가 어렵겠다. 중소기업들은 ‘니치 마켓 공략’과 ‘기술 특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완성품이 아닌 소재·장비·공정 기술에서 차별화를 추구하고, 글로벌 밸류 체인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봉현대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해 공동 R&D, 파일럿 프로젝트 참여, 기술 이전 등으로 첨단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과 같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국적 공급처 발굴, 해외 광물자원 공동 투자, 정부-민간 합동 구매협의체에 참가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이정희정부는 R&D 지원과 투자 환경을 마련해 벤처 스타트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 친화적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다.
하반기 경제 전망으로 가장 경계하거나 낙관적으로 보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봉현자영업자의 부채가 경제에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자영업은 현재 코로나19, IMF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에 한계에 몰린 중소 규모 자영업에서 부실화된 대출이 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부실 대출 규모는 4조2,5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2019년 2분기 이후 6년여 만에 최대치이다. 영세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69조 원으로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그나마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대선 이후 정부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내수 침체 등으로 한국 경제에 어려움이 가증된 시기였음에도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새 정부가 추경 규모를 늘려 편성하고 대미 통상 이슈에도 본격 대응하는 등 역할을 찾아가고 있으므로 차츰 경제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리라 기대한다.
추동훈가장 경계하는 것은 ‘글로벌 거시경제 리스크’다. 미·중 갈등이 일시적으로 완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안정,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균형 등의 위험 요소가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환율, 원자재 가격에 변동성을 초래하며 한국 경제를 다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정치 리스크의 해소’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겠다. 정치적 안정은 위기 시 정부가 시장을 설득하고 견인하는 힘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결국 위기를 이겨내는 힘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이정희현재 국민 불안과 국가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심리가 침체됐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국민 불안정과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소비와 투자심리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침체된 소비와 투자심리를 어떻게,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 전망이 달라질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