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JULY 2025 Vol.244

JULY 2025 Vol.244

SPECIAL ①

美 통상정책 불확실성 여파
다극화되는
글로벌 무역-투자 위축 우려

2025년 세계 경제는 뚜렷한 저성장 기조에 진입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5년 글로벌 GDP 성장률을 2.7%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24년 성장률인 약 3.2%보다 0.5%p 낮을 뿐 아니라 닷컴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 예외적 시기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집권 2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들과 각국 경제 성장 전망을 살펴본다.

글. 윤상하

Profile. 윤상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 전 LG경제연구원 이코노미스트

세계 경제는 여전히 위기에 있다. 미국의 금리 정책과 중국의 경기 반등 여부, 유럽의 에너지 전환 속도 등 주요 변수들이 얽히면서 글로벌 시장은 예측보다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하반기를 맞이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또 중소기업과 산업 현장은 어떤 선택지를 고민해야 하는가. 2025년 하반기 경제의 실마리를 모색해본다.

세계 경제 리스크 요인

2025년 세계 경제를 둘러싼 위험 요인으로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 갈등 심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역자산효과에 따른 금융 불안과 부채 리스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첫째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높은 관세 장벽을 재도입·확대하거나 무역 관련 정책이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높은 상태로 남아 있다면 세계 교역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와 향후 글로벌 경제의 주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한때 진정 국면을 보이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인상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공급망 차질도 재발할 위험이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통화정책 방향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금융시장 변동성과 신흥국 자본유출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셋째, 고금리 기조의 여파로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효과가 현실화될 위험이다. 주가와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가계의 부가 축소되고 소비가 위축돼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게 된다. 동시에 팬데믹 기간 중 누적된 부채 문제도 금리가 높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큰 부담이다. 취약 차주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리스크 요인은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경제를 예상보다 더욱 둔화시킬 수 있으므로 경제 주체들은 거시 환경의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수립해 둘 필요가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제 전망

2025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1.3%에 그쳐 전년(2.8%) 대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세계 경제 둔화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 둔화의 주된 원인은 새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방향으로 인한 경기 심리 악화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외 무역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종 양자 협상에도 불구하고 무역 전쟁 재격화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통상 불확실성이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그동안 미국 경제를 이끈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고율의 관세 부과로 수입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며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고 향후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투자를 연기할 수 있다. 여기에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연준이 쉽게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아 긴축적인 금융 여건이 당분간 유지된다면 이자 비용 부담 증가는 소비·투자에 추가적인 제약이 된다. 요컨대 대외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과 고금리 지속에 따른 자금경색이 맞물려 미국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 또한 성장에의 하방 요인이다.
유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경제는 2025년에 0.8%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사실상 정체에 가까운 낮은 성장으로 부진의 주요 원인은 무역·투자 위축과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대미 수출 및 교역이 위축되고 기업 심리가 얼어붙었으며, 대내적으로는 EU 회원국 간 갈등과 일부 국가에서의 극우 성향 정부 등장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이다. 이런 내부 혼선은 투자 환경을 해치고 대외 리스크는 유럽 수출 감소로 이어져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물가 안정과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지속으로 실질소득이 회복되면 민간 소비가 다소 늘어날 여지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투자와 수출 부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별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들이 저조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독일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아 미국발 관세 영향에 취약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국내 정치 불안과 외부 수요 둔화로 투자가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반면 스페인은 대미 무역 비중이 낮아 미 관세 충격이 제한적인 데다 최근 가계소득 증가와 소비 확대, 관광 호조로 비교적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전반적으로 유럽 경제는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은 2025년 4.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5% 내외’ 성장을 목표로 제시하며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적인 성과는 그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가전 등 내구재 교체 지원, 인프라 투자 확대, 첨단 제조업 투자 장려 등 다양한 내수 부양책을 시행 중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재정 적자율을 4%까지 높이고 특별국채를 발행하는 한편 인민은행도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 등 통화 완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4.1% 성장이라는 수치는 중국 정부 목표에 비해 낮은데 이는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구조적 부담이 남아 있고 지방정부 재정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 나아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상존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압박이 지속돼 수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중국의 대미 수출은 관세 장벽으로 크게 감소한 상태이고 세계 경기 둔화까지 겹쳐 무역이 중국 성장에 기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합하면 중국은 정부 부양책으로 내수는 받쳐주지만 대외 여건 악화로 성장세가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국면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5개국은 2025년 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진 수치지만 완만한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외 수요 부진으로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으나 내수 여건은 비교적 양호하다. 국가별로 다소 상황 차이가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신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 재정지출 계획을 추진해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민간 소비 둔화와 수출 부진 우려도 있어 정부 부양 효과와 민간 둔화가 상쇄되며 완만한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는 완화적 통화정책 속에 임금 인상과 소비 회복으로 내수 호조를 보이고 있고 수년간 진행된 대형 투자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가시화돼 투자 분야에도 긍정적이다. 다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관세 충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태국은 경기부양 노력에도 제조업 수출 부진과 관광 회복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베트남은 세계 전자제품 수요 둔화로 제조업 수출 증가세가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 유치가 활발하고 ‘차이나+1’ 전략의 수혜로 중장기 성장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 다만 대미 수출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 미·중 갈등 격화 시 취약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세안 5개국은 4%대 중반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 일부 국가의 정치 불안, 중국 경기둔화 파급효과 등이 지역 내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어 각국 정책 대응에 따라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