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홍수 시대, 우리 기업이 놓쳐선 안 될 쟁점
AI 홍수 시대, 우리 기업이 놓쳐선 안 될 쟁점
“경량화, 실시간 처리,
멀티모달 통합”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 알리바바닷컴의 장쿼 총괄대표가 지난 3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분야, AI, 그중에서도 중국이 딥시크, 알리바바 등 AI 기업들을 통해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 등에서의 ‘가성비 AI’ 추세와 우리 기업이 추진할 수 있는 모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나눴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AI 모델의 이용료가 급감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독자적인 추론형 AI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향후 AI 모델은 어떤 기술적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은가.
김재광AI 모델 훈련 및 구축뿐만 아니라 사용(추론)에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경량화, 멀티모달 통합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짐과 동시에 주요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는 더욱 거대한 모델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산업과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한다. 즉 자원과 재원이 넉넉한 기업은 최신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산업 분야의 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 재원이 여유로운 개인 또한 비싼 구독료를 지급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일의 효율을 높일 것이다.
김들풀경량화된 AI는 최소의 비용과 자원으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해 기업에 AI 활용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또한 실시간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AI 모델의 확산으로 자율주행, 원격 의료, 제조 현장 등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더 즉각적이고 정밀한 의사결정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AI 기술의 보편화를 촉진하고 산업 전반의 경쟁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는 결정적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 쇼크는 AI 산업에 어떤 변곡점을 남겼나.
김재광미국 중심의 반도체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고효율을 가진 모델의 개발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한다. 다만 모델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모델 개발, 배포 등의 과정에서 기본적인 저작권이나 윤리, 투명한 알고리즘 등을 검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그럼에도 이러한 가성비 AI 모델들은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서 미국 중심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 양강을 중심으로 한 경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김들풀딥시크는 고성능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기술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의 참여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졌다. 이런 접근은 AI 기술의 민주화 및 글로벌 AI 생태계의 다극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며 더 이상 AI 기술이 막대한 자본력과 대규모 인프라를 가진 소수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특히 AI 기술의 민주화를 촉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지오장비의 수량과 우수성으로 밀어붙이는 자본 기반의 기술을 MoE(Mixture of Experts) 구조와 강화학습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기존 성능을 내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유사 성능(GPT-4급, 당시 공개된 최고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우수 인재들의 영입이 치열해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던 우수한 중국 인재들(미국 렌슬리어공대 교수 푸톈판,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 치궈준,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 우융후이, 애플 AI 반도체 설계연구원 왕환위 등)의 본국 귀국이 이뤄지고 있어 기술 패권 구조가 서구가 아닌 아시아에서 고취될 가능성이 더욱 농후해졌다. 이는 산업 구조의 개편을 초래할 것이고 산업의 중심이 기존 서구에서 아시아, 중국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이에 대한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겠다.
딥시크가 보여준 AI 모델의 경량화 및 비용 최적화 전략은
기존의 대규모 파라미터 기반 AI 모델 개발 패러다임에 어떤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이는 향후 글로벌 AI 기술 표준 및 생태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김들풀딥시크는 “작아도 강하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기존에는 GPT-4처럼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초거대 모델만이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딥시크는 FP8 연산, 토큰 중요도 기반 압축, 병렬 처리 최적화 등 정교한 엔지니어링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컴퓨팅 자원과 비용으로 GPT-4급 성능을 구현해냈다. 이는 대규모 연산 자원이 없는 기업이나 국가들도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성 기반 AI 모델’이라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의 출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글로벌 AI 기술 표준을 ‘성능 중심’에서 ‘효율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FLOPS, 파라미터 수, 토큰 수와 같은 절대적인 성능 지표가 기술력의 척도였지만 딥시크 이후에는 단위 비용당 성능, 탄소배출 대비 효율, 경량화 알고리즘의 구현력 같은 새로운 메트릭이 더 중요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김재광기본적으로 지난 1월에 출시된 딥시크V3는 딥시크 역사상 대규모 파라미터 기반의 AI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거대하고 복잡한 모델일수록 좋다고 여기는 추세에 경량화를 통해서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때문에 딥시크 이전까지는 더 많은 데이터로 대규모 파라미터 기반의 모델을 훈련해 경쟁했다고 하면 이번 딥시크의 영향으로 경량화와 효율성 부분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경쟁도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AI 기술의 표준과 생태계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지오기존의 대규모 파라미터 기반 AI 모델이 있었기에 경량화, 비용 최적화 전략 등이 나올 수 있었다. 주된 관심사였던 영상처리, 글, 음성처리 부문들이 기존에는 개별로 발전하다가 이제는 모든 부문을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할 방안을 마련하고 적절하게 비용을 청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비용 절감과 접근성 확대, 데이터 및 학습 방식 최적화, 특정 도메인 최적화 등이 도전 과제가 되겠다. 하지만 AI 생태계는 계속해서 바뀔 것이고 더욱 다양한 모델이 산출될 것이다. AI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국내 기업이 AI의 대중화 흐름 속에서 기술 수용자(technology adopter)가 아닌
기술 선도자(tech-nology leade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가?
김재광모든 기업이 기술 선도자가 될 필요는 없다. 기업의 성격과 규모, 목표에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방법으로 기술 수용자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AI 기술 기반의 기업 및 연구소는 특정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할 경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필요한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선도자로서 도전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기업 규모에 따라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학계와의 연계가 필요하겠다.
김들풀플랫폼 중심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AI 기술을 기존 비즈니스에 ‘도입’하거나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를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은 연구 중심의 인재를 단기 과제 중심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장기적 비전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운영해야 한다. 자유롭게 문제를 정의하고 푸는 ‘수평적 연구 조직’을 도입함으로써 창의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한 연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기술 선도는 폐쇄적 경쟁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AI 커뮤니티는 오픈소스, 논문, 코드, 벤치마크 공유 등을 통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지오가장 먼저 기술 수용자로서 산업 활성화를 통한 재원 확보가 이뤄져야 하며 이익금의 일부는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선도자로의 도약은 어렵다. 기술 선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실패와 도전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이 필수다. 다만 투자 비용 및 기간에 대비해 결과가 쉽게 산출되지 않을 수 있음을 견디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챗GPT도 데이터센터용 GPU 한 대당 최소 1,300만 원 이상(1만 달러), 최소 1만 개 이상 갖췄다고 추정할 정도로 그 비용이 엄청나다.
국내 기업이 가성비 AI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역량, 인프라 투자, 정책 지원은 무엇인가.
김재광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선도국과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정부 주도로 특정 기술인 debiasing과 같은 분야에서 가성비 AI를 구현하는 등의 연구를 발굴하고 정책을 지원하거나 학계로부터 역제안을 받아 과제를 발굴하는 것도 적극 진행해야겠다.
김들풀다층적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적 역량 측면에서는 고도화된 모델 경량화 기술과 추론 최적화 알고리즘 확보가 핵심이다. 파라미터 축소, FP8 기반 연산, 효율적인 어텐션 구조 설계 등은 선진국 기업들이 이미 개발 중이며 국내에서도 독자적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 중심이 아닌 스타트업과 학계,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R&D 생태계가 필요하다. 고성능 GPU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 AI 슈퍼컴퓨팅 자원 확보도 시급하다. 현재 국내는 GPU 수급, 운용비용, 연구 접근성 모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저비용 AI 실험과 상용화를 막는 병목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모델은 ‘국가 주도 AI 기술-인프라 공유 허브’ + ‘민간 주도 오픈 R&D 컨소시엄’ 형태가 적절하겠다. ‘K-AI 오픈랩’ 같은 형태의 거점 기관을 통해 GPU, 데이터세트, 학습 툴을 공유하고 민간기업과 연구자가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갖춘다면 기술 내재화와 저비용 AI 시장 진입 모두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정지오시장의 규모에 따라 ‘가성비·경량화 AI 모델’이 필요한 부문이 있다. 앞으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경제성이 우선시될 것이다. 틈새시장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가할 수도 있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은 AI 도입으로 고품질 저비용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독점적 위치를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테크니컬 푸시 전략에 따른 ‘가성비·경량화 AI 모델’이 시장의 주류가 되기보다 시장에서의 수요를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해 이익을 추구하는 마켓풀 전략에 따른 ‘가성비·경량화 AI 모델’이 각 분야에서 주류로 당분간 자리 잡을 것이다. 따라서 자국의 인프라, 데이터, 인력을 활용해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AI를 개발·운영하는 소버린 AI와 같은 개념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