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경제·사회 견인
中企도 거대 흐름 올라타
도입 실행 전략 세울 때
2016년 ‘알파고 쇼크’를 통해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2025년 ‘딥시크 쇼크’를 통해 인공지능이 전 세계 경제·사회계를 관통하는 핵심 의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생활에 적용되는 관련 기술 시장은 나날이 큰 폭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개발과 트렌드는 빅테크·연구기관이 주도하고 있지만 더 이상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규모 중소기업 또한 이 거대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직시할 때 그들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글. 최태우
Profile. 최태우
- IT비즈뉴스 편집국장
지난 3월, LG가 추론 AI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지난 3월, LG가 추론 AI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인공지능은 멀지 않은 현실
2016년 3월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던 ‘알파고 쇼크’를 기억하는가? 반도체 미세공정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고도화된 AI가 인간의 특정 영역을 누른 이 사건은 ‘인공지능은 멀지 않은 현실’이라는 화두를 전 세계에 던졌다. 9년이 지난 2025년 우리는 ‘공기와 같이 생활 속에 스며든 AI’를 마주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가상 비서(Assistant)가 일정을 알려주고, 내가 좋아할 영상 콘텐츠를 추천하며, 데이터만 제시하면 발표 자료도 만들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은 갈수록 고도화되며 똑똑해졌다. 2022년 말 오픈AI(OpenAI)가 공개한 대화형 AI인 ‘챗GPT(Chat GPT)’는 에세이 수준의 작문 능력을 제시하면서 놀라움을 안겼고 지난해 말 공개한 추론형 AI인 ‘오픈AI o3’는 인간의 지능에 가까운 범용인공지능(AGI)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고성능 AI(R1)를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R1의 모델 학습을 위해 사용된 비용은 약 560만 달러(약 79억 원)로 알려졌는데 이는 고가의 고성능 반도체를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구조적 형태와 달리 오픈AI, 구글, 메타 등이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 투자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원만으로 저비용·고성능 AI를 구현해 그 가능성을 열면서 주목을 받았다. 관련 업계의 국내 기업들도 추론형 AI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올해 3월 매개변수는 최소화하면서 성능은 높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했다. 네이버도 2023년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개발하고 추론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국내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도 최근 추론형 AI 개발에 착수했다.
이세돌 9단이 은퇴 전, NHN에서 만든 AI 바둑 프로그램 한돌과 치수고치기 형식의 접바둑 3번기를 뒀다. ⓒ한국기원
가깝고도 먼 인공지능,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 세계 경제·사회계에서 핵심 의제로 자리를 잡은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기술 투자도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의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생성형 AI와 관련된 지출은 전년보다 76.4% 늘어난 6,440억 달러(약 919조 원)에 달한다. 지출 기준으로 성장률을 살펴보면 스마트폰, PC 등 디바이스 부문과 AI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서버 등 하드웨어(HW) 부문이 전체 지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부문의 성장률은 각각 162.6%, 93.9%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등 선행 기술의 완성도·상용화에 맞춰 서버 등 하드웨어 부문 투자가 이뤄지는 흐름을 보자면 올해 생성형 AI 시장 전반에서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AI 시장은 기술과 인프라, 효율성, 서비스, 산업 혁신 등의 생태계로 구성돼 있다. 단순 시장 규모만을 넘어서 AI가 전 세계 산업계에 끼칠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AI 기술 개발과 트렌드를 거대 빅테크와 연구기관이 주도하고 있으나 경제·산업계의 디지털 전환(DX) 핵심축으로 자리한 AI 기술은 더 이상 거대 기업과 연구기관의 전유물은 아니다.
많은 소규모 중소기업에서 자사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초개인화 마케팅을 지원하며, 물품의 재고를 정확하고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는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기술은 열려 있으나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여러 도전 과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자체 개발 인력과 거대 인프라를 보유한 대기업이나 연구기관과는 달리 소규모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과 데이터 부족, 기술 이해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AI 도입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시작 단계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목표와 기대 효과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
중소기업은 AI를 단순히 첨단기술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업무 혁신의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AI는 생산성을 개선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향상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잠재력을 지닌 도구’다. 가령 제조업계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을 도입해장비 고장으로 인한 생산 중단(Down Time)을 줄일 수 있고, 유통·소매업의 경우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의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AI를 도입할 때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AI 도입을 위한 목적과 그 기대 효과를 명확히 정의해야 하며, 이는 기업의 사업 모델과도 맞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가령 공장 내에서 불량률을 줄여야 하는 이슈가 있다면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을, 고객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잠재 고객을 위한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다면 챗봇이나 고객 분석 도구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목표와 기대가 명확히 설정될 때 도입 비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ML) 관련 기술 교육을 통해 내부 AI 역량을 강화하는 것, 또 자체적으로 인력 확보가 어렵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첨단기술을 도입할 때 발생하는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AI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또한 목표와 기대 효과를 명확히 설정했다면 해결된다. 기존에는 대규모 자본을 들여 기업 내부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클라우드컴퓨팅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독해 사용할 수도 있다. 초기부터 큰 자본을 들여서 솔루션이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현재 기업 재정 상황에 맞게 쉽게 AI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정부도 AI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에 바우처를 지급하고, 수요 기업은 바우처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솔루션을 구매·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AI 바우처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기술 도입 비용에 대한 문턱도 낮아졌다. AI가 전 세계 경제·사회계의 주요 의제로 자리하면서 기업 간, 국가 간 패권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 흐름은 기업과 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나 소규모 중소기업도 디지털 전환(DX)이라는 거대 흐름에서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혁신의 도구로 AI는 자리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