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中企의 글로벌 시장 생존 활로
바이오 中企의 글로벌 시장 생존 활로
“정부 지원 활용,
현지 기업과 협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의 제약바이오 공급망 재편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국 간판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미국 활동에 제재가 예상된다. 전문가 3인이 제언하는 글로벌 바이오 전쟁 속 한국 기업의 전략을 나눈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바이오산업 투자 트렌드를 예상한다면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남진우 AI와 바이오의 융합을 주요 키워드로 꼽는다. 특히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기술을 임상실험 설계 및 약물 개발에 적극 도입하는 가운데 이는 신약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 이바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 역시 AI 및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겠다. 정부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AI 신약 개발, AI 기반 바이오 제조 전략 등 AI 바이오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세부 사업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맞춰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게 좋겠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 제조 1.0’ 신규 예비타당성 사업을 준비 중이며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약바이오벤처 혁신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해 2027년까지 바이오벤처 기술 수출 3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촉진해야 한다.
김윤진 후기 임상 단계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털(VC) 및 글로벌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낮고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며 특히 임상 2상 이상의 강력한 데이터를 보유한 바이오 기업에 주목할 것이다. 명확한 임상 및 규제 경로를 갖춘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020~2024년 동안 임상 2상 단계 기업들이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거래를 성사시켰으며 효능과 안정성이 검증되고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중요한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조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리스크 관리 중심의 투자 전략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실행력을 증명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윤희 전 세계에 불고 있는 AI 열풍은 바이오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신약 개발 단계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뿐 아니라 퀀텀 컴퓨팅에 이르는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경쟁 환경에 대응해야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혁신 경쟁력을 보유해야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산업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남진우 우선 글로벌 무역 정책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및 재고 이전 등의 전략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이 신속히 필요하다. 또한 미국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 시설을 설립해 관세 및 무역 장벽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면서도 첨단 바이오 제조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바이오 파운드리 인프라를 강화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해야겠다.
김윤진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강화되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최근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부상이 주목받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 VC들이 중국과의 거래를 회피하면서 대체 투자처로 한국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활용해야 한다. 초기 파이프라인 단계에서부터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비교 분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혁신 바이오테크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 신뢰성, 데이터 품질, 글로벌 파트너십 역량에서 강점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한국 VC들과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보스턴 등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에 적극 진출하면서 한국의 기술력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ADC 후보물질과 같은 유망한 바이오 자산을 빠르게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국내 VC들과 협력해 유망한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빅파마 및 바이오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잘 알려진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빅파마의 타깃이 돼 경쟁이 심화됐지만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 바이오 기업들은 빅파마와 미국 VC들이 접근하기 좋은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활용해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 공동 개발, 투자 유치 등의 전략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최윤희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바이오산업은 기본적으로 국가 우선주의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큰 분야다. 따라서 한국 바이오 기업이 바이오의약품 등 혁신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미 각국 시장에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자 충성도가 높다는 시장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오제품 특성상 각국의 시장별 인허가 규제가 보수적일 뿐 아니라 의사 등 수요자 인식도 매우 보수적이며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시장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에도 AI 등의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추세다.
한국 기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김윤진중소 바이오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델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 가상 스크리닝, 약물 설계, 활성 예측 등 특정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슈뢰딩거의 CADD 솔루션, 엔비디아의 바이오니모, 국내 스타트업 히츠의 하이퍼랩과 같은 플랫폼들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제공하며 이들 기업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윤희AI 기반 신약 개발, 정밀 의료, 유전체 분석 등 첨단기술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자원, 즉 바이오데이터(정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이다. 하지만 한국의 바이오데이터 경쟁력은 양적·질적 양면에서 아직까지 취약하다. 따라서 한국 바이오 기업은 신약 후보 물질 DB 등 바이오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성장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FDA, 유럽 EMA 등
주요 시장의 규제 장벽을 효과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남진우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펼쳐야겠다. 한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들은 일본의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파크’에 입주해 현지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시장 진출과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실증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통한 맞춤형 컨설팅 운영도 전략이다. 글로벌 바이오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설립한 헬스케어, 의료기기, 생명과학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 개발 및 마케팅 혁신을 지원하는 컨설팅 그룹이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기업별 특성에 맞는 인허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김윤진글로벌 임상시험 전략을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경험이 풍부한CRO(임상시험수탁기관)와 협력해 다국적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유한양행도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을 위해 다국적 CRO와 협력해 진행했다. 이와 함께 FDA의 패스트트랙, 혁신치료제, 우선 검토 등의 신속 승인 제도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최윤희주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부합하는 신약 및 신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단계부터 진출 목표 시장의 규제 가이드 라인을 사전에 숙지하고 제품 인허가에 필요한 임상시험 등을 글로벌 표준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바이오산업에서
국내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은?
남진우천연물 신약,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재생의료 등 대기업들이 주력하지 않는 소규모 바이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와 같은 신흥 바이오 시장에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모색해야겠다. 또한 해외 바이오 기업 및 연구소와의 협력 및 기술 이전 모델 구축이 필요하며 글로벌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및 CDMO(위탁개발생산기업)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 진입 장벽을 해소해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김윤진바이오 전문 투자은행(IB) 및 M&A 특화 기관과 협력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JP모건,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센터뷰(Centerview)와 같은 바이오 M&A 전문 부티크 IB가 존재한다. 이러한 기관들은 글로벌 제약사 CEO 및 C레벨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유망한 바이오 기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자들에게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이러한 전문 IB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윤희글로벌 기업과 연계 협력하는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니치마켓 대상 제품 경쟁력이나 플랫폼 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대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 등 바이오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진입해야 한다. 또한 중소 바이오 기업의 엑시트 전략은 기술 이전과 기업공개뿐 아니라 M&A와 합병까지 고려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