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APRIL 2025 Vol.241

APRIL 2025 vol.241

MOVIE

숫자 너머의 스토리:
데이터와 직관의
균형을 이루다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이 데이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승리의 공식을 만들었듯 기업도 데이터와 직관의 균형 속에서 더 나은 전략을 찾아야 한다. 숫자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최종적인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통찰과 결단이다. 승리를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를 넘어선 전략과 사람을 향한 신뢰다. 당신의 기업은 어떤 승리를 설계할 것인가?

글. 한명훈

Profile. 한명훈
- 아테네학당 대표
-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 등



그린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는 종종 회의실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머니볼>은 현대 비즈니스의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를 스크린에 투영한다. 수치화할 수 있는 가치와 측정할 수 없는 가치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 경계에서 리더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모든 조직은 성과를 측정한다. 매출 그래프, 시장점유율, 성장률과 같은 숫자들은 마치 야구장의 전광판처럼 기업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필수적인 도구다. 그러나 <머니볼>의 첫 장면처럼 때로는 패배의 스코어보드 앞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승리의 순간이 있다. 숫자가 전부일까? 엑셀 시트에 담기지 않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어디에서 평가해야 할까?



숫자만으로 승리를 예측할 수 있을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제한된 예산이라는 좁은 그라운드에서 강팀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의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뉴욕 양키스와의 3억 달러 차이. 이 압도적인 격차 앞에서 빌리 빈은 게임의 룰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빌리 빈과 스카우터들의 회의실 시퀀스다. 카메라는 테이블을 둘러싼 노련한 스카우터들의 얼굴을 빠르게 훑으며 야구에 대한 오랜 통념과 새로운 관점의 충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스윙이 예쁘지 않아”, “그의 여자 친구가 못생겼어”와 같은 주관적 평가가 난무하는 가운데 빌리 빈과 데이터 분석가 피터는 완전히 다른 렌즈로 선수들을 바라본다. 빌리와 피터는 선수들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진다.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라 출루유 높은 선수는 누구인가?” “화려한 플레이가 아닌 승리에 기여하는 숨겨진 가치는 무엇인가?” 빌리는 20연승의 기록적인 순간에도 숫자만으로 완벽한 팀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데이터는 강력한 도구지만 선수 개개인의 심리, 팀워크, 경기장에서의 순간적인 판단력은 여전히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데이터와 감각의 균형: 혁신적 사고의 조건

많은 기업이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성공적인 리더는 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사람의 직관과 감각을 무시하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 숫자가 말하는 것을 듣되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도 읽어라. 데이터는 과거의 패턴을 기반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혁신적인 리더는 데이터를 참고하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두 번째, 전통적인 방식과 새로운 접근법을 융합하라. 기존의 경험과 데이터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빌리 빈은 기존 스카우터들의 방식과 데이터 분석을 완전히 대립시키지 않는다. 그는 두 가지를 결합해 더 나은 전략을 만든다. 세 번째, 데이터가 말하는 ‘승리’의 정의를 재설정하라. 브랜드 가치, 조직문화, 고객 경험 등은 단순한 데이터로 측정하기 어렵다. 리더는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영역까지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진정한 혁신은 숫자 그 이상을 볼 때 시작된다.



숫자를 넘어 승리를 설계하라

“종이에서는 잘 보였지만 실전에서는 다른 이야기예요.” 진정한 전환점은 빌리가 데이터와 인간적 요소를 결합하기 시작할 때 왔다. 그는 데이터로 선발한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 그들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다. 스콧 해티버그와의 대화는 특히 인상적이다. 빌리는 그에게 포수 대신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며 말한다. “이건 쉬운 일이에요. 당신에게 요구되는 건 공을 잡는 것뿐이에요.” 이 접근법은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오클랜드는 20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쓴다. 이 성공은 단순히 데이터 분석의 승리가 아니라 데이터와 인간적 통찰력의 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데이터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너머의 스토리를 읽어내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숫자와 직관, 분석과 통찰력의 균형을 찾아낼 때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혁신적인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머니볼>이 현대 비즈니스 리더에게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