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MARCH 2025 Vol.240

MARCH 2025 vol.240

TABLE TALK

기업들 ‘슈퍼 그레이’ 공략법은?

기업들 ‘슈퍼 그레이’ 공략법은?

“노인 맞춤 앱-헬스케어
브랜딩을”

지난해 12월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24만4,550명으로 집계돼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대에서 2024~2026년 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 국가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이때, 3명의 전문가가 국내 중소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을 분석했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인구 오너스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
경제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며 대응 방안이 있다면.

백상경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대에서 2024~2026년 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2040년대 후반 추세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경기 불황과 자본 투자 둔화 등의 현실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의 구조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경제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져 국가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저출산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50년대엔 성장률이 0%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6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한종 저출생·고령사회로 인해 노동력 부족 및 생산성 저하,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 복지 부담 증가와 세대 갈등 확대 가능성, 도시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있겠다. 이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대응 방안으로는 외국인 노동자 및 이민 정책 확대, 고령층 및 여성 인력 활용 확대,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 대응이 필요하다. 또 첨단 기술 투자 확대 등으로 산업 구조 전환 및 신성장산업 육성에도 집중해야겠다. 무엇보다 연금 및 건강보험 개혁, 통합 돌봄 서비스 마련 등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점도 시급하다.

강성진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 참여가 가능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 역삼각형 구조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생산인구 계층이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복지 지출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소, 이민 증가에 의한 외국 노동력 유입,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고령층의 수요 증가에 의한 서비스 부문 수요 확대에 대한 산업 정책 대응 등 정부 및 민간 부문의 대응이 필요하다.



슈퍼 그레이(경제력과 소비력을 갖춘 시니어 계층) 부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슈퍼 그레이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백상경 새로운 소비 주체인 슈퍼 그레이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고가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높은 지불 의사 또한 있다. 부동산과 연금, 금융 자산을 축적한 고소득-고자산 계층으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는 기꺼이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웰니스, 여행, 예방 목적의 의료 등에 관심이 크다. 과거 노인과 달리 스마트폰, OTT, SNS, 이커머스 등도 적극 활용하며 디지털 친화적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이에 가장 직관적으로는 웰니스 분야의 프리미엄 서비스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이며 실버테크, 스마트 디바이스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 이때 기업들은 단순히 상품 개발뿐만이 아니라 슈퍼 그레이들에게 맞춘 소비자 경험 중심의 브랜딩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겠다.

조한종 슈퍼 그레이란 ‘에이징부머’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징부머 대상 사업을 엔젤사업이라고 하는데 이제 에이징부머를 타깃으로 한 산업 시장에 바람이 불 것이다. 특히 1964~1974년생인 2차 에이징부머도 약 560만 명으로 은퇴가 머지않았다. 이들은 기존 실버세대와 달리 경제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시니어 친화적인 UI/UX 앱 개발과 서비스 디자인으로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과의 협업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신뢰성을 확보하고, 체험형 마케팅으로 경험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겠다.

강성진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는 정부만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새로운 미래 유망 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사회복지시설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진출이 주로 공공기관이나 비영리재단에 국한되는 문제가 있어서 낮은 질에도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앞으로 기업을 비롯한 경쟁력 있는 사업투자자들이 진출해 저렴하고 효율적인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AI 기술이 일상 전반적으로 활성화됐다.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에이징 테크 기술과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백상경한국의 에이징 테크 산업은 아직 규모가 작고 고령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돋보이는 사례를 찾자면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분야에서 위로보틱스(WIRobotics)를 들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인 윔(WIM)을 통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보행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보행을 통해 건강은 물론 이동권을 보장해 주고 다양한 활동의 자유까지 선사하는 에이징 테크의 좋은 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한종 디지털 헬스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Life Semantics)의 원격 진료 플랫폼이 있다. 의료 AI 및 원격 진료 플랫폼으로 고령자들이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IoT의 경우에는 에이치로보틱스(H Robotics)가 있다. 에이치로보틱스는 재활 치료를 위한 로봇 기술과 IoT를 결합한 솔루션을 제공해 고령자들의 자가 재활을 지원한다.

강성진 KT ‘AI 원격 진료 서비스’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 헬스 모니터링’이 있다. ‘AI 원격 진료 서비스’는 AI를 활용한 원격 건강 관리 플랫폼을 제공해 고령층이 가정에서 직접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접 병원과 연결까지 가능하다. ‘갤럭시 워치 헬스 모니터링’은 기기에 혈압 측정, 심전도(ECG) 측정 기능이 탑재 돼 건강 관리에 유용한 역할을 한다.

의료 AI를 비롯한 실버 헬스케어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백상경 치매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세븐포인트원은 VR 기술을 활용한 인지 개선 솔루션 ‘센텐츠(SENTENTS)’를 개발했다. 과거 추억을 회상해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원리로 고령층의 우울감을 완화한다. 또 치매 고위험군 스크리닝 솔루션인 ‘알츠윈(AlzWIN)’도 개발해 1분간 대화를 진행하면서 AI가 언어의 유창함과 의미 기억력을 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판별한다. 돌봄로봇 스타트업인 ‘효돌’은 챗GPT를 장착해 고령층의 식사와 수면, 복약 등을 챙겨주고 음성 대화를 통해 정서적인 교감도 나눈다. 개별 기업의 기술 하나하나는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기업들이 여럿 나올 정도로 의미 있는 수준이지만 에이징 테크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진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정부 차원에서 보건당국 산하 전담 기관을 두고 에이징 테크 관련 프로젝트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담 육성 기관은 고사하고 그동안 집행하던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예산을 지난해 전액 삭감하는 등 오히려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강성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및 전자산업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에이징 테크에 대한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술을 갖고 기기를 개발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사용될 수 없다면 임상실험이 어렵고 국제 시장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의료산업에 대한 공공성의 강조로 인해 충분한 의료기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건강검진이나 만성질병 모니터링이 단순히 건강검진 차원에서 더 나아가 병원에서 원격 의료 사업으로까지 허용될 수 있도록 해야 새로 개발된 기기들이 실질적인 생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기를 개발해 시장에서 상품화될 수 있어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한종 앞서 두 명의 패널이 언급했듯 국내 기업들은 실버 헬스케어 산업에서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규제 완화, 국제 표준화 대응 등이 필요하다. 특히 실버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고령자들의 질 향상을 위한 국제 협력 및 표준화 노력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고령층의 경제·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주요 산업과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백상경 기업 차원에서는 고령층의 맞춤형 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의 실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재고용 시스템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 2~3일 근무제, 파트타임 계약 등 고령층 특성에 맞춰 비교적 유연한 고용 방식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직무 전환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시니어 친화적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량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너무 이른 초고령화 속에서 한국의 고령층 상당수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봐야 한다. 퇴직연금의 10년(2013~2022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이 7.79%, 호주가 6.72%, 일본은 4.10%인 반면 한국(2014~2023년 기준)은 2.07%에 불과하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근본적인 해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조한종 정부나 기업에서는 고령층 맞춤 창업 지원, 정부 및 민간 펀드 조성 등 시니어 창업 지원 및 투자 활성화에도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세대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 역량을 지역사회나 기업에서 발휘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개인적 자아실현을 넘어 사회적 인간으로서 인구 오너스 시대에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리라 기대한다.

강성진 정부는 고령층 대상 현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고령층이 시설에 가서 스스로 일을 하거나 그 시설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공 혹은 민간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늘릴 필요가 있다. 고령층이 집에 있지 않고 시설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그들의 자녀 세대인 중장년층이 직장에서 일을 하는 데 부담이 줄어들고 비싼 시설에서 머물지 않게 돼 비용은 절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