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REPORT
MARCH 2025 Vol.240

MARCH 2025 vol.240

MARKETING

‘디지털 기술’로
다시 살아난
옥외광고

옥외광고가 디지털 테크와 결합하면서 DOOH(Digital Out of Home media)로 불리며 전통 매체의 탈을 벗고 뉴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미디어파사드부터 서울시 캐릭터 해치 등 DOOH 마케팅에 주력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다양한 사례와 함께 옥외광고 시장의 현황과 DOOH 트렌드를 조망한다.

글. 김나연

Profile. 김나연
-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본부장
-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 공저 등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화려한 옥외광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옥외광고는 사실 아주 오래된 전통매체 중 하나다. OOH(Out Of Home)라는 의미 그대로 건물 외벽뿐 아니라 엘리베이터나 택시, 버스정류장 등 집 밖에 나서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미디어지만 콘텐츠의 창의성과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효과 측정 또한 쉽지 않다는 이유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옥외광고에 대한 관심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광고·마케팅 전문 기관인 WARC에서 발표한 <2025 미디어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매체 중 옥외매체만이 유일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옥외광고가 주목받게 된 것은 디지털 기술이 결합돼 옥외광고판의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콘텐츠 측면에서도 창의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해지고 있는 옥외광고의 유형

옥외광고 콘텐츠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착시효과를 통해 마치 실제 사물이 튀어나오는 듯한 입체감을 주는 3D 아나모픽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옥외광고(DOOH, Digital Out of Home)다.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쇼로 유명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작년에 신규로 구축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동감 있게 구현 중이다. 샤넬의 코코크러시 반지, 서울시의 캐릭터인 해치, 한국의 국가유산인 청동 용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은 기존의 평면적인 옥외광고와 달리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몰입감을 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광고임에도 인터랙티브 경험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된 점도 옥외광고의 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코카콜라가 2024년 4월 ‘플레이어블 빌보드’라는 이름으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선보인 디지털 옥외광고는 소비자들이 소파에 앉아 디지털 광고판을 보면서 탁구를 변형한 아케이드 게임인 ‘퐁’을 즐길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옥외광고판과 소비자가 직접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옥외광고판 간의 상호작용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사례도 있다. 2023년 앤어워드(A.N.D.Award)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뉴발란스의 옥외광고는 인접한 두 개 건물의 광고판 간 스토리가 연결되는 심리스 싱크(seamless sync) 캠페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옥외광고는 한 번 설치하면 철거 전까지 콘텐츠나 메시지를 바꾸기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날씨나 유동 인구 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광고 소재를 변형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프로그래매틱 디지털 옥외광고(pDOOH)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눈이 오면 눈 테마의 콘텐츠가 송출되고, 기온이 올라가면 그에 맞는 메시지가 송출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현실의 경계를 넘는 페이크 옥외광고(fake OOH)까지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마치 특정 공간에 설치된 것처럼 보이는 페이크 옥외광고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온라인에서 화제성을 만들고 있다.

이노션에서 기획 및 제작, 운영 중인
신세계스퀘어 ‘청동용’ 콘텐츠 (ⓒ이노션)

옥외광고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다양하게 진화한 옥외광고 유형을 보면 옥외광고가 특정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광고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된다.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면서 옥외광고는 다채롭고 인터랙티브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채널로 발전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체라는 특성을 활용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행동이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옥외광고의 효과 또한 재평가받고 있다. 미국 옥외광고협회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폴(The Harris Poll)의 2024년 5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옥외광고의 경우 다른 전통적인 매체에 비해 소비자들이 가장 호의적으로 평가하며 광고를 본 후 해당 브랜드를 검색하거나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채널을 방문하고 앱을 다운로드하는 등 모바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는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특별한 경험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만약 이동 중에 접하는 옥외광고가 색다른 재미를 주거나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바로 자신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해 해당 브랜드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는 옥외광고가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것은 물론 실제 브랜드 활동에 도움이 되는 행동까지 유도할 수 있는 매체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옥외광고의 활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이럴 효과로 옥외광고의 공간적인 한계 또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징어게임2〉 출시를 앞두고 넷플릭스가 강남역에서 진행한 옥외광고 퍼포먼스다. 넷플릭스는 2024년 8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공개일을 전 세계 동시 발표하기에 앞서 출근 시간대에 서울 강남대로에서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진행 요원과 동일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건물 외벽에 설치된 〈오징어 게임〉 시즌2 옥외광고의 가림막을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인증 사진을 올렸고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 진행한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미국 옥외광고협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의 80%는 재미있고 창의적이거나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옥외광고를 보면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특성은 Z세대로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메시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처럼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매체가 있다는 것은 마케터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집 밖의 모든 공간이 옥외광고 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AI가 결합되면 개인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송출한다거나 소비자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등 상호작용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옥외광고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