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시대, 中企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AX 시대, 中企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인력관리-제조 등에 AI
선택적 도입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기업을 혁신하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AX 시대가 활짝 열렸다. AI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상황. 중소기업은 치밀하고 빠르게 조직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AI가 창조한 무궁한 가능성을 잡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3명의 전문가가 국내 중소기업이 AI를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치열하게 의견을 나눴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AI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류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AI가 필수인 세상에서 중소기업은 기존의 사업 모델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이기대 과거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를 통해 중소기업이 사업 모델을 혁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AI를 공부해서 사업 모델에 적용하는 방법과 AI 전문가가 컨설팅을 통해 업을 분석하는 방법, 두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다만 두 방법 모두 일반 기업이 단독으로 시도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업계 선두 주자들이 어떤 부문에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지 보면서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무난하다. 각 기업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당장에 AX 도입을 시도하기보다 자사에 적합한 AX 모델을 찾고 활용할 만한 AI 서비스가 구현됐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용선 중소기업은 국내 산업 생태계의 뿌리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은 800만 개가 넘고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이들이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양극화(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CEO들이 고령화되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제조 분야 중소기업이 AI를 적용하려고 계획한다고 해보자. 제조 설비에 어떻게 AI를 적용해야 할까. AI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이 있는 제조 시설로 완전히 바꿔야 하나? 그러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교육도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존 제조시설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비용 투자와 시간(교육)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따라서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모든 제조 시설에 AI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부분적 도입이다. 매출을 일으키는 80~90% 시설은 그대로 돌리고 나머지 10~20%에 AI를 적용한 시설을 새로 시범적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AI는 중소기업이 망할 수도, 반대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AI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기업은 도태할 것이고 변화를 추구하며 기회를 잡는 중소기업은 지속가능할 것이다.
정지오 현재 잘 영위하는 사업 모델을 혁신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술 중심 회사의 경우에는 기술 개량을 위해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나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 인력 중심 회사의 경우 인력 배치나 갑작스러운 인력 변동 대응 등을 위한 적절한 인력 관리 및 감독에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가 없어서, 인력이 없어서,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선 당사에 첨단기술이 도입돼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즉 AI 기술 발전에 따라 혹은 첨단기술 발전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본인들에게 적합한지를 우선 확인해 봐야 한다. 지금은 AI이지만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기술은 앞으로도 더 등장할 것이다.
AI 도입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나?
이기대 AI는 근로자의 생산성 증대와 기업 시스템의 혁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 인력 운영 관점에서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솔루션은 콜센터나 QA 검수 같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대체하고 있으며 디자인과 자료 조사 같은 직종에도 많이 침식해 있다. 나아가 연구개발, 생산, 유통, 물류 등 시스템 생산성의 혁신도 가능할 것이다.
박용선 과거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단순 제조를 기반으로 부품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로 성장(대기업에 의존)했다면 AI 기술을 지닌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소프트웨어·제품을 개발해 대기업과 대등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한 개의 대기업에만 제품을 납품하는 게 아니라 여러 대기업,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하청 구조도 개선될 것이다.
AI 기술 도입 시 중소기업은 필연적으로 갖가지 걸림돌을 맞닥뜨릴 것이다. 예상되는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해 보자면.
이기대 기존에 인력으로 해결하던 부분을 AI로 처리한다면 AI 도입 비용 대비 인건비 감소 폭이 더 크며 AX를 통한 생산성 증가폭 또한 상당해서 비용 문제는 대두되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기술 접근성 역시 글로벌 솔루션이 모두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고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많다는 점에서 대단한 진입장벽이 있진 않다. 다만 기업 내부에 AI 솔루션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대·중견기업 대비 중소기업이 근로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겠으나 기업 단위에서도 역량 있는 경력 단절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용선 현재 중소기업의 AI 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건 쉽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AI 활용 의향 실태조사를 보면 94.7%의 중소기업이 현재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AI 도입을 희망한다고 답한 기업도 전체의 16.3%로 높지 않았다. 왜일까. 중소기업이 AI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실태조사에서 ‘사업에 AI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80.7%로 가장 높았다. ‘회사 경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른다’가 14.9%, ‘AI 도입 및 유지 비용이 부담된다’가 4.4%로 각각 집계됐다. AI 기술을 도입해도 크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의 특성이자 한계다. 국내 중소기업은 그동안 해 온 업무를 계속 이어서 한다. 트렌드에 맞춰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넣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중소기업 CEO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정지오 개념적으로 AI가 자동화를 포함한다는 가정하에 회사 내 보틀넥부터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미 나와 있는 많은 앱·웹 중에서 선택해 사용하거나 없으면 자체 제작할 것인지, 외주 처리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당사에도 필요하고 업계에도 필요한데 제공되는 기술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정부 과제(정책)를 통해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업계에 제공하는 구조를 시도할 수도 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이기대 AI 인프라 분야는 미국과 중국의 자본 및 인재 경쟁으로 접어든 느낌이다. 한국 기업은 AI 에이전트, 핀테크, 이커머스, 헬스케어, 제조, 물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만 AI 서비스는 속도전의 속성이 있어 짧은 기간에 베타 버전 개발, PoC, 정식 서비스 출시 등의 과정을 진행하려면 기업의 모든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오히려 경직화돼 가는 추세라 안타깝다.
중소기업의 인력 구조에도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기대 AI로 인해 단순 업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개발 및 디자인 직군도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 업무가 아닌 업무에서도 AI 활용도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AI를 통해 업무의 양과 질이 모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채용 수요가 줄어들 수 있지만 기존 근로자들이 업무에 AI를 도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AI 리터러시가 높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조직의 AI 흡수 역량을 높이고 장기적인 기업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박용선 최근 만난 한 제조 분야 중소기업 CEO는 하드웨어 설계, 품질 관리, 생산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15명으로 운영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이 10배 증가했음에도 인력이 늘지 않은 이유는 AI가 경영 백오피스를 적은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예산 산출 과정을 간소화했고 고객 서비스도 챗봇과 같은 AI가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추가 인력을 늘리지 않아도 됐다고 말이다.
정지오 첨단기술이 적용되면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이 더 필요하므로 회사 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일부 인원은 단순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일에 투입될 수 있다. 각기 회사 내 사정이 다르고 상황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력 재교육 시 본래 회사로 복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10년을 목표로 국내 중소기업이 세워야 할 공통 전략이 있다면.
이기대 국내외를 막론하고 AI는 향후 한 세기에 걸쳐 가장 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DX 바람이 크게 분 다음에 또다시 AX를 도입해야 한다니 기업 입장에서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AX는 DX의 연장선이면서 훨씬 더 편하고 기업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좋은 AI 솔루션을 기업에 이식하고, 솔루션과 합을 맞출 수 있는 좋은 직원을 유지하고, 이를 위한 HR 혹은 기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장비는 사면 되고 기술도 라이선스를 빌릴 수 있으나 경쟁력 있는 직원은 조직 문화의 개선 없이는 만들 수 없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얼추 마치면 글로벌 시장 확장이 핵심이 될 것이다. AX를 도입한 기업이라면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시장 분석, 마케팅, 유통, 물류, 현지화에도 충분히 AI를 활용할 역량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박용선 분야별 중소기업이 원하는 AI 적용이 다르다. IT 분야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관료화되고 혁신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대기업이라고 해도 모든 기술 개발을 혼자 할 수 없다. IT 분야는 현재 중소기업도 굉장히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서로 보완이 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정책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산·학·연 각계 AI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출범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AI 도입과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는 굉장히 좋은 흐름이다.
정지오 급변하는 기술 환경이 당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떻게 기업의 생존력을 늘려갈 것인지 이미 고민하고 계실 거다. 옷은 매년 나온다. 예전 것도 있다. 현재 재정 여건에 따라 혹은 본인 의지에 따라 옷을 골라 입을 수도, 맞춰 입을 수도 있다.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는 데 함께할 좋은 귀인을 만나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