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밸브 제조기업 한국케이밸브㈜
산업용 밸브 제조기업 한국케이밸브㈜
세계 최초
버터플라이 밸브 개발,
전 세계 조선업
사로잡을 최고의 무기
2024년 4월 취임한 안성민 대표의 하루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중국 기업과의 미팅부터 중동 출장, R&D 투자 확대를 통한 제품 혁신까지. 게다가 현장 안전과 직원 복지도 놓치지 않는다. 새출발을 시작한 한국케이밸브㈜를 찾았다.
정리. 편집부 사진. 임학현
버터플라이 밸브는
우리가 넘버원
“유체가 새어도 된다면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방울이라도 새어선 안 된다면 반드시 우리 밸브를 써야 합니다.”
한국케이밸브㈜ 안성민 대표는 단언한다. 제품에 대한 굳센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밸브의 핵심은 실링이라고 불리는 누설 차단 기술. 실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구조물에 악영향을 끼쳐 심각한 산업피해 및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안전을 중시하는 화학 산업 분야에서는 으레 당연하듯 한국케이밸브㈜의 밸브를 사용한다. 산업재해 및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제품의 성능이 제일의 요건이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한국케이밸브㈜는 두 가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하나는 미국에 본사를 둔 100년 역사의 글로벌 기술 솔루션 기업 에머슨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회사로 거듭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안성민 대표의 취임이다. 2017년부터 에머슨의 사업부에 속해 있었으나 운영 방향에 차이가 있어 홀로서기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사명도 한국키스톤발부(유)에서 한국케이밸브㈜로 변경했다.
한국케이밸브㈜는 다양한 산업용 밸브를 제작 및 판매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밸브 전문 제조기업이다. 산업용 밸브는 크게 버터플라이 밸브, 볼 밸브, 글로브 밸브, 게이트 밸브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버터플라이 밸브를 전문으로 한다. 버터플라이 밸브는 발전소, 조선소, 상하수도 시설 등 다양한 곳의 배관에 설치돼 유체의 흐름을 개방 또는 폐쇄하는 장치다. 현재 한국 밸브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1조 원. 그중 한국케이밸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9%이며 버터플라이 밸브 분야의 경우 점유율이 30%에 달한다.
Fig362 Lug Type Eccentric BFV
FigV30 Wafer Type Eccentric BFV
“흔히 경쟁사라고 지칭하기는 하지만 실상 우리 기술을 모방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들입니다. 버터플라이 밸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여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 바로 한국케이밸브㈜의 전신인 키스톤 인터내셔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반도체처럼 중요한 곳에 사용되는 제품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합니다. 타 업체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거나 아예 완제품을 중국에서 들여옵니다. 그래서 우리 제품이 3배 정도 단가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품질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고객사는 우리의 제품을 선택합니다.”
지금의 기술력을 갖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한국케이밸브㈜의 시작은 1968년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한 공장에서였다. 주로 부품 임가공 및 수출에 주력하던 시절이다. 그러다 1980년에 미국 키스톤인터내셔널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현지에서만 생산하던 고기능성 밸브(K-Lok)의 설계 및 제조, 운용 기술을 양도받았다. K-Lok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한 첨단 밸브로 국내에는 해당 기술력이 전무해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케이밸브㈜가 고온·고압·화학 배관에 사용 가능한 밸브를 국내 시장에 빠르게 출시함으로써 한국의 화학·반도체·조선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선점할 수 있었다.
‘기회의 땅’
미국·중국·중동 진출 본격화
1993년,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선박 수주 세계 1위에 올랐다. 국내 조선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공장 확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이듬해 6월 한국케이밸브㈜는 경기도 안성시로 공장을 이전했다. 공장 대지만 6,000평(약 1만9,834㎡)에 이른다. 이처럼 한국케이밸브㈜는 반세기 넘게 한국의 핵심 산업들과 동반 성장했다. 국내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밸브를 연이어 개발했다. 향후 반도체의 생명수라고 불리는 초순수의 제조 및 공급 시 사용되는 초순수용 밸브, 에너지 수송 및 석유화학 산업에서 주로 쓰이는 초저온 밸브인 삼중편심 밸브를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어렵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케이밸브㈜는 지난해부터 중국과 중동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힘써왔고 올해 설레는 첫발을 디딜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가령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밸브 회사가 중국에 있습니다. 우리 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이 700억 원 규모인데 그 양을 초과하는 건에 대해서 중국 회사와 협업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게다가 미국이 대량의 셰일오일을 생산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상황. 중동 국가들은 원유만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를 제조하는 석유화학 플랜트를 앞다퉈 건설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 플랜트에 한국케이밸브㈜의 밸브가 납품되고 있다. 이 사업이 더욱 확장된다면 장밋빛 미래는 따 놓은 당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것도 우리에게는 호재입니다. 한국 조선업과 방위산업이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는데 특히 군함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건조하는 군함에는 70% 한국케이밸브㈜의 밸브를 사용합니다. 결코 경쟁자가 없습니다.”
이미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굵직한 조선사들은 미 해군 MRO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두 기업을 포함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는 모두 한국케이밸브㈜의 오래된 고객들이다. 이처럼 한국케이밸브㈜는 조선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Fig1 Wafer Type Concentric BFV
품질을 책임지는
근속 연수 20년 베테랑들
“저는 13년간 독일 반도체 회사 및 벨기에 이차전지 소재기업 등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제조업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후 에머슨에서 임원으로 2년간 일하다가 지난해 한국케이밸브㈜를 인수한 노희충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가 됐죠. 제가 대표직을 맡으며 임직원에게 강조한 것은 투명한 소통과 팀워크입니다. 정직한 의사소통만으로도 다양한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직원들의 의견을 항상 경청해 회사 운영에 반영하고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안성민 대표는 그간 직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한국케이밸브㈜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0년. 눈빛만 봐도 통하는 베테랑들이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품질 경쟁력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케이밸브㈜에서만 25년 근무한 생산팀의 전상태 이사는 “안성민 대표님이 취임하신 뒤로 파트 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졌다. 이전에는 품질 따로, 영업 따로, 재무 따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서로 융화가 잘된다. 그리고 직원들의 안전과 복지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일에 대한 열의가 다들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한국케이밸브㈜는 지난해 말부터 ‘품질·경쟁력·혁신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품질에 안주하지 않고 한 번 더 혁신을 통해 최고의 버터플라이 밸브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손발을 맞추니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미래가 그리 머지않았다.